N포세대 N포교무

글. 노태형 편집인

나는 586세대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정치의 중심에 서 있고, 이념과 자본을 함께 가진 세대에 속한다. 그리고 한때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어느새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꿀물 끝 세대이기도 하다.
급팽창의 경제발전을 이루어온 한국 사회는 세대 간 많은 갈등을 안고 살아간다. 특히 80년대 전후로 태어난 20대, 30대를 N포세대라 일컫기도 한다. N포세대는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를 시작으로, 취업·내 집 마련 포기를 더한 5포, 인간관계·희망 포기를 얹힌 7포, 건강·외모 관리 포기까지 9포, 그리고 꿈도 희망도 모두 포기한 전포세대가 되었다. 이 구분에는 한국 사회 젊은이들의 암울한 현실이 잘 반영되어 있다.

원불교 교화는 1980년 전후 교화의 정점을 찍었다고 보인다. 당시 놀 곳이 마땅찮았던 학창시절의 지금 586들이 대거 교당으로 몰려들었고, 이는 출가자(성직지망) 양성에도 호황을 이뤘다. 특히 민주화운동의 시기를 겪으면서 자기주장도 강해져, 교단 내에서 ‘40대 역할론’ 등으로 자기 길을 만들기도 했다. 물론 이 세대들 역시 70대 전후가 기성세대로 왕성히 활동을 할 때는 그 그늘에 가려 많은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나마 자기 자리를 조용히 잡아간 세대로서, 현재 교단의 곳곳에서 중추적 위치에 자리매김했다.

그럼 N포세대와 결을 같이하는 지금 우리 교단의 30대 40대는 어떨까? 흔히 ‘국운과 교운은 같이 간다.’는 논리를 반영한다면 지금 이들도 희망 찾기란 참 쉬운 일이 아닐 듯하다. 출가재가를 막론하고 이 세대 숫자가 급격히 줄기도 했지만, 노령화된 교단 시스템에서 늘 배제된 채 웅크리고 있는 것이 더 문제다. 이들을 기반으로 하는 출가자 수혈이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다.
지금, 교단은 교화 골든타임에 서있다. 그러기에 현 30대 40대 교무들이 N포교무의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그 길을 열어주어야, 새로운 희망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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