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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어찌할꼬!'를 품고 사는가? 2020년03월호

‘어찌할꼬!’를
품고 사는가?

장덕훈 광주전남교구장

취재. 장지해 편집장

늘 되묻고 고민한다. ‘무엇이 더 최선일까, 더 좋은 방법은 뭐가 있을까,’
올해 광주전남교구에서 주관할 도덕발양대회만 해도 그렇다. “이왕 여러 에너지를 들여 하는 행사라면, 공부에도 교화에도 도움이 되게 하고자 한다.”고 말하는 장덕훈 광주전남교구장. 그 의지가 담긴 게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4438 감사평화 운동’이다. 도덕발양대회의 날을 ‘4438 감사평화 운동’의 총 결산의 날로 삼아 더욱 의미 있게 만들겠다는 것. 감사평화 운동 앞에 붙은 ‘4438’은, 올해가 교강선포100주년이라는 의미를 담아낸 것이다. 작년에는 법인성사100주년을 기념하며 ‘법선페스티벌’을 통해 교구 내 재가·출가교도들에게 법인성사의 의미를 쉬우면서도 활력 있게 전했던 장 교구장. 그뿐인가. 광주교당의 경우, 재가·출가 구성원들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정례법회를 일요일에서 토요일로 옮기는 시도도 했다. 작고 소소한 듯한 여러 시도들은, 결코 작지 않은 효과로 돌아오고 있다는데….
교구장으로 부임 시 ‘소통’과 ‘행복’을 첫 일성으로 밝혔던 장 교구장. 5년 째 매일 그의 기도에 빠지지 않는 건 ‘우리 교무님들이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공사에 전념하는 행복한 하루가 되기를’이다.

● 4438 감사평화 운동 내용이 굉장히 구체적입니다.
“도덕발양대회 주관을 맡으면서, 일회성 행사가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다 교화기획위원회에서 나온 게 ‘4438 감사평화 운동’이에요. ‘감사 나로부터 평화 내가 먼저’라는 구호아래 감사일기 한줄 쓰기·감사표현하기·감사기도하기의 감사운동과, 영광탈핵순례 함께하기·성주 평화기도 함께하기의 평화운동, 그리고 제법성지 순례·교전 5분 읽기와 5분 사경하기·사은사요 삼학팔조 외우기 등 교강선포100주년기념운동이 담겼어요. 여기에 탄소배출량 줄이기라는 사은보은의 환경운동까지 구체적으로 실행한 결산의 장이 도덕발양대회가 되도록 기획하고, 이를 원기 105년 교구 중점사업으로 정하여 추진해 가고 있어요.”

● 교구에서 교화현장을 적극 지원하고 계시다고요.
“교화를 하고 싶지 않은 교무님들은 없어요. 하지만 뭔가 해보고 싶어도, 꿈마저 꿀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이 너무 많죠. 돈이 없어 새로운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건 슬픈 일이잖아요. 그래서 ‘교화후원회’를 조직해 교당교화를 지원하고 있어요. 단순히 어려우니까 돕는 게 아니라, 뭔가 해보려고 하는데 돈이 없는 곳에 지원해주는 거죠.”

한 예로, 교화후원회의 후원을 받아 불목교당에서 진행하고 있는 깰터음악회는 이제 완도 지역축제로 완전히 자리를 잡아 교화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광주전남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진행되고 있는 해외봉공활동도 마찬가지다. 교구의 지원으로 시작된 활동으로 대학교에 원불교동아리가 신설되고, 교구내 대학생 교우회 연합회가 결성되어 대학생 교화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

● 청소년·청년교화의 해법을 찾아가기가 참 쉽지 않은데요.
“작년 교구 출석통계를 보니까 일반·청년·대학생 수는 늘었지만, 학생·어린이 수는 줄었어요. 부직자가 있다가 없어진 교당의 청소년 수만큼, 딱 그만큼 줄었더라고요. 이건 다시 말하면, 부직자들을 통한 청소년 교화는 이제 한계에 왔다는 거예요. 실제로 부직자 수는 줄고 있고, 있더라도 잦은 인사이동으로 지속성을 갖기가 어렵죠. 그럼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래서 올해, 청소년 교화자를 양성하는 학교를 개설했어요.”

광주전남교구 청소년 교화자학교는 총 2년 과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마음인문학연구소와 연계한 마음지도사 2급 자격과정을 통해 마음공부 전문인이 되게 하고, 법회 주관자로서 필요한 교리·의례·설교 등의 교육도 개설할  계획이라고. 이런 과정을 통해 단체를 결성하고 프로그램을 마련해 재가가 직접 청소년 인성교육을 하거나 청소년 법회를 보는 등 청소년 교화를 주관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 수위단을 2기째 역임하고 계시는데요. 수위단에 대한 대중의 기대와 바람이 높습니다.
“교단의 최고 의결기관이기 때문에 대중의 요구나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연해요. 다만, 수위단원 개개인을 보면 맡은 역할이 막중하고, 결코 적지 않죠. 그러기에 수위단의 역할에 전념하기가 쉽지 않아요. 다만 수위단회 상임위원회를 통해서 그런 부분들을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울러 수위단이 대중과의 온도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이는 결국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공감할 것인가.’에 달렸죠. 뭔가를 추진하고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소통을 했다고 하는데, 정작 대중은 소통하지 않았다고 느끼거든요. 설명은 했지만, 공감을 이끌어낼 때까지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소통 창구로 그는 대변인 제도를 제안한다. 대중에게 수위단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대중들의 물음에 답하고, 다시 의견을 듣는 대중과의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를 우선 총무법제상임위원회에서부터 시작하려 한다.

● 총무법제상임위원장으로서, 작년에 수위단회 상임위원회가 연구·발의한 첫 사례인 정남정녀규정 개정안을 통과시키셨습니다.
“수위단의 역할이 뭘까를 생각해보게 돼요. 특히 이번 수위단은 3대 말을 어떻게 정리하고 4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점에 있죠. 3대를 마무리하면서 제도, 규칙, 규정 등을 잘 손봐서 4대에는 거기에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 힘차게 전진 할 수 있도록 해야죠.”
정남정녀 규정안과 관련한 연구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질문에 돌아오는 답은 시원하다. “교법정신에 맞게 개정하는 것이고 더구나 개정된 규정이 정산 종사님 당대의 규정과 거의 일치해 어렵지 않았다.”는 것. 올해는 수위단 후보추천 방법, 봉도·호법수위단원 선출방법 등 수위단회 선거규정에 대해 다양한 루트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올해 안에 수위단회에 발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 미래 종교로서, 원불교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많은데요.
“시대화·생활화·대중화 된 교리를, 급변하는 현실에 구현해가는 구체적인 방법이 미흡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교법을 구체적으로 시행하는 핵심적인 곳은 교당이고, 법회죠. 그런 면에서 ‘우리 법회, 이대로 좋은가.’를 물어야 해요. 과연 우리 법회를 현대인들이 흥미로워할까, 우리 법회가 교도님들의 실제 삶에 도움을 주고 있는가를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야죠. 70대 이상이 과반을 넘는 교화현실에서, 이대로 10년·20년 후를 생각하면 위기감이 느껴져요. 교화구조개선이 됐든, 새로운 교화의 형태를 모색하든, 뭐라도 해봐야죠. 광주교당 교도님들과 고민을 하다가 일요일 법회가 부담스럽다는 직장인들과 젊은이들을 위해 정례법회를 일요일에서 토요일로 옮겼어요. 토요일에 못 오는 사람을 위해서 일요일에도 법회를 보니까 교무는 좀 번거로워졌지만, 법회만족도는 더 높아졌죠.”

법회 요일을 옮길 때, 교무들은 일방적이지 않았다. 전 교도의 의견을 묻고, 토요일 참석이 어렵다는 이들은 직접 만나 대안을 제시했다. 법회를 토요일로 옮기고 나니, 시간 활용이 용이해진 교도들은 자발적으로 여러 소모임을 개설하고 활동적으로 움직였다. 법회 이후 가족들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좋다는 피드백도 돌아왔다. 또 교무로서는, 일요일 법회에 참석하는 적은 수의 교도들과 기존의 법당구조에서는 힘들었던 좌선·요가·경전공부 등 다양한 형식을 시도해 볼 수 있게 됐다. 다양한 욕구를 공략한 것이다.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출석률도 소폭 증가했다.

● 요즘 용기를 내지 못하는 후배들이 많습니다.
“‘후배 선진’ ‘젊은 선진’… 누가 오셨겠어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표현해요. 요즘 젊은 선진들을 보면 안쓰러울 때가 많아요. 우리 때는 그래도 하면 하는 만큼 교화도 잘 되고 재미가 있었지만 요즘은 시대가, 해도 잘 되기 쉽지 않아요. 열심히 하고 애는 쓰는데 잘 안되니까 얼마나 힘들까…. 그렇다고 너무 의기소침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 같아요. 우리는 최선을 다 할 뿐이고, 상황에 따라 좀 더 잘 되기도 안 되기도 하는 거죠. 관건은, 교리가 내면화되고 체질화 되었는가예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소태산 대종사와 구인선진의 후예로서 오직 중요한 것은 ‘어찌할꼬!’를 품고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장 교구장. 아무리 좋은 방법과 교화 프로그램이 있어도 ‘어찌할꼬!’ 하지 않는 이에게는 소용없기 때문이다.

● 평소의 공부표준이 있다면 전해주세요.
“제가 스스로를 보면, 비판적이고 날카롭고 구속을 싫어하고, 자유주의자예요.(웃음) 그런데 학생 때 정산 종사님 법문 중에 마음에 탁 와 닿은 게 있었어요. 만사종관(萬事從寬), 모든일을 할 때 너그럽게 처리하라는 거죠. 그 말씀을 품고 살다가, 배내훈련원에 갔을 때 무저단하(無抵端下)에 대한 법문 말씀이 또 와닿았어요. ‘밖으로 다른 사람과 다투지 않는 것이 화합의 근본이고, 단정하게 나를 내려놓는 것이 덕을 기르는 근본이다.’ 날카롭고 비판적이다 보면 상대와 많이 부딪힐 수 있거든요. 두 법문이 통하죠. 그래서 품고 살게 되는 것 같아요.”

●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구에게 행복 메시지를 줄 형편은 못되고, 다만 내가 내게 묻는 물음이 있어요. ‘은혜로운 세상을 꿈꾸면서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에 대한 답이 ‘일원상을 품고 살자.’예요. 살다보면 갖가지 경계를 따라 마음이 일어나는데, 그럴 때 스스로 묻는 거죠. ‘너 지금 일원상 되었어?’ 하고요. 청정한 한 마음이 본래 우리 마음이고, 그게 일원상이잖아요. 행복하고 싶으면 일원상을 품고, 내가 일원상이 되면 되는 것 같아요. 경계 따라 일어나는 마음을 챙겨 일원상이 되면 행복해지지만, 그 마음을 못 챙겨서 일원상이 되지 못하면 불행해지기 시작하죠. 진정한 행복의 조건은 ‘내가 일원상이 되는 것’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