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같이 단단하게 뭉친
선·후진들이여

② 출가자 용금 평준화

글. 손정윤 원로교무

(지난 호에 이어) 출가 용금문제는 ‘불법연구회’란 교명을 ‘원불교’로 바꾸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교단의 중요한 문제로 등장했다. 이후로 수많은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튼튼한 철벽보다 더 허물기 어려운 문제로 원불교 교단을 괴롭혀 왔다.
그러다가 사회의 변화와 교세의 미세한 발전과 원광중고등학교 부채문제 해결, 개교반백년 기념사업의 추진, 원광대학의 종합대학교 승격 등을 거치면서 용금문제의 ‘단계적 현실화’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교단의 미약한 경제력으로는 출가교역자 전체를 대상으로 일시적인 해결은 너무나 어려우니 해결 가능한 기관부터 차례차례 단계적으로 해결해 가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해결책은 당시로서는 매우 바람직하고 가능한 방법이라고 교단적 지지를 받았다. 그리하여 먼저 실행이 가능한 원광대학교와 보화당 약방(익산 본점)부터 시작하여 용금문제는 해결의 희망이 약간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는 갈수록 양극화 현상이 커진다는 사실을 교단의 어느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양극화 현상에 대한 대응책을 연구하는 기관도 사람도 없었다. 그 결과 많은 출가교역자들이 양극화 현상에 대한 고통을 느끼며 살게 되었고, 어떤 경우에는 필요한 것보다 훨씬 크고 고급스러운 주택에서 살게 되었다. 출가교역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고급승용차를 운영하면서 때로는 상당한 경제적 부의 축적을 추구하고 누리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과 개인, 교당과 교당, 기관과 기관, 교당 구석구석에 용사혼잡(龍蛇混雜)이 아니라 빈부혼탁, 고락혼잡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순박한 생각으로 쉽게 시작한 용금문제의 단계적 시행문제는 대산, 숭산, 상산 세분 큰 선진님의 오랜 연구와 고민 끝에 가져온 것이지만, 오늘의 교단 구성원들의 능력으로 해결하기에 너무 어려운 문제이다. 세분 큰 선진님의 성령(聖靈)께서 어떻게라도 해결해 주시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고 또 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언제까지나 해결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혜로운 선진님과 용맹스런 후진님들께 비록 희미하지만 한줄기 희망의 빛이 보인다. ‘전무출신 운영제도’의 변화가 그것이다.

사실 우리 교단은 개교1백주년 기념대회 때 큰 건물을 짓고, 큰 행사를 거행하고, 온갖 홍보활동을 추진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하고 큰 것은 소리 소문없이 조용히 교단의 각종 제도와 문화를 개선하고, 각종 경전까지 새롭게 검토 연구 개선해야 했던 것이다. 1백주년 때 하지 않고 미루거나 저축했던 경축행사를 얼마든지 더 크고 화려하고 뜻 깊게 할 수도 있는 것이 종교문화의 특색이 아니겠는가? 종교는 권력, 재물, 명예를 탐하거나 조급한 마음을 가져서는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뜻이 좋은 것 같아도 현실사회에 실현성이 미약하거나 없는 말은 퇴출시키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무아봉공, 사무여한, 전무출신, 오만년대운, 정남정녀, 주세종교, 주세불. 이러한 말들은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그럴듯한 말이다. 효용가치가 다한 이러한 말들은 이제 퇴출 시켜도 좋을 때가 되었다. 퇴출 시키는 것이 오히려 더 정직하고 진실한 일이다.

남자나 여자나 스스로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다 전무출신 할 수 있다. 남자들은 결혼할 수 있으며, 가정살림을 경영하면서 승용차를 타고 출퇴근하며, 때에 따라서는 많은 월급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자들은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아직은 결혼할 수 없고 정녀를 먼저 선서하고 전무출신할 수 있다. 남자들은 아무 때나 정남의 신분으로 전무출신할 수 있다. 이는 교단초기 출가교역자를 확보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되었다.

한국의 신흥종교의 특색 하나가 기성종교의 교리, 제도, 문화 등 모든 것을 흉내 내거나, 표절하는 것이었다. 원불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불교, 유교, 도교, 천도교, 강증산교 등을 본받거나, 수용하거나, 흉내 내거나, 표절하거나 하는 경우도 있었다. 출가, 재가, 정남, 정녀 등은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인데, 오늘에 와서는 정녀들의 결혼 허용문제가 교단의 현실적이 고민이 되었다.

‘정녀의 결혼문제를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지 말고, 한걸음 더 나아가 정녀·정남이란 말 자체를 퇴출시키고 사용하지 말면 어떨까? 여자 교무의 결혼을 허용하게 되면 정남·정녀 제도는 자연스럽게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그러나 세계의 흐름은 결혼은 필수조건이 아니라 각자 선택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교도를 재가/출가 교도로 나누되, 전무출신이란 말을 쓰지 말고 출가 교무(남, 녀)/재가 교무(남, 녀)로 나누어 쓰기만 하면 된다. 정남·정녀 제도도 퇴출시키고 교무, 원무, 덕무, 도무, 시간제 교무 등 복잡하게 나눌 필요도 없다.

결혼문제는 남자나 여자나 다 같이 각자의 뜻으로 결정하되, 수행교도, 봉공교도로만 나누면 된다. 모든 문제는 각자 스스로가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이다. 한평생 또는 영생을 수행에만 몰두(몰입)하든지, 봉공(봉사)에만 몰두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출가교역자의 결혼문제, 후원문제도 각자 스스로 해결하게 된다. 가정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지기 때문에 용금평준화 문제, 교역자의 가정경제 문제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원불교의 정체성, 원불교 문화의 전통적 가치성도 현재보다 한 계단 상승 발전할 수 있다. 아직도 원불교 문화나 원불교인의 의식구조는 초창기 한국유사신흥종교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온갖 잡다한 문화 의식이 뒤섞여 있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이러한 의식구조 때문에 교단의 힘이 분산되거나 갈등을 일으킨 경우도 흔히 있다. 이제는 이러한 저질적 혼잡성을 훌훌 털고 힘차게 일어서 나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

현재의 방법으로 용금평준화는 거의 불가능하다. 용금 격차가 10:1이 훨씬 넘는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출가·재가 남녀 교역자, 정남·정녀 제도의 운영 개선으로 용금평준화 문제는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최저 용금제부터 새롭게 출발하여 용금평준화 제도를 과감하게 개선해보자. 아무리 교단 초기부터 소태산 대종사의 지도로 시행되어 온 각종 제도, 기구, 주법, 관례, 원불교 문화 등이라 할지라도 교단 전반에 걸쳐 용기 있게 검토, 연구, 개선이 필요하다.

설사 원불교 교서라 할지라도 예외가 아니다. 수위단 회의에서 교서를 결집할 때 소태산 대종사가 직접 사용했거나, 수위단회의에서 결의되었거나, 당시 종법사의 뜻에 의한 것이라면 글자 한자 바꿀 수 없고, 그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원불교인의 의식구조가 교단의 변화와 개혁을 울타리 안에 꽁꽁 묶어 놓았던 현상을 우리는 많이 느끼고 보고 있다.
모든 면에서 힘찬 용트림으로 하늘 높이 솟아나도록 지혜로운 선진님, 용기 넘치는 후진님, 금강같이 단단하게 뭉친 선후진님들 하늘 높이 뛰어 날아보자. 출가교역자 용금제도 양극화 현상의 평준화, 항마위, 출가위 이상 법위사정의 진리성·정직성 회복, 교단의 각종제도·의식·문화의 개선 등은 원불교의 희망이다.

원불교 문화, 원불교인의 의식구조 속에는 아직도 한국사회의 유사종교성이나 미신적 사고방식이 상당히 남아있다. 소태산 대종사가 그토록 유사종교스러움이나 미신스러움을 버리라고 강조했지만, 아직도 벗어지지 않고 때로는 교단 초기보다 더 미신스럽고 유사종교스러운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원불교의 모든 분야에 이러한 현상을 깨끗이 쓸어버리지 못하면, 세계종교로의 발전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