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생각으로
취사

글. 허인성 정릉교당

직장생활을 20년 이상 하다 보니 나도 어엿한 꼰대 세대가 되었다. 꼰대짓을 하지 않기 위한 나의 유무념은 상시응용주의사항 1조(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기를 주의 할 것이요)다.
얼마 전의 일이다. 후배에게 업무지시를 내렸는데 부당하다며 이렇게 말한다. ?“지난번 그 일은 수석님이 직접 한다고 하셨잖아요! 이러시면 곤란하죠.”
?그랬었는지 기억을 떠올리기도 전에 황당함이 밀려든다. 이 반응은 뭐지? 조금 있으니 황당함을 넘어 화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차! 유무념!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기!
‘내가 지금 후배의 버릇없음에 흥분하고 있구나!’평상시 누구보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강조했던 나이기에 후배에게는 자연스러울 수 있는 반응인 건데 말이다.
그러고 나니 원래 업무에 칼 같은 후배가 이렇게 나온 연유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존심을 놓고 보니 내가 하기로 했던 일이 맞았다. 후배에게 내가 깜빡했던 것이 맞고, 직접 처리하겠으며, 업무를 떠넘긴 것 같아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유무념 공부라 생각하니 스트레스가 아니라 모든 것이 공부 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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