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을 재촉하는 상두소리

지금은 그 노랫말을 세상에 구현하려는 역할에 대해 재점검하고
새로운 변화를 감행해야 할 상황에 처해있다.

글. 고원국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최근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관련 품목들에 대한 수출 규제를 내린 가운데, 우리나라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수개월째 전개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보이콧 재팬’이 적힌 피켓을 들고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보이콧 등 생활실천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동참하겠다.”고 밝히면서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더욱이 올해가 대한민국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1919년 3·1운동 100주년과 시기적으로 겹치면서 ‘개싸움은 우리 국민이 한다. 정부는 정공법으로 나가라.’는 말과 함께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공감대로 메아리치며 확산되고 있다.
주지하듯이 우리나라는 1875년 운요호 사건, 1894년 청일전쟁과 동학농민운동, 1897년 대한제국 수립, 1898년 만민공동회, 1905년 을사늑약, 1907년 헤이그 특사 파견, 1910년 한일 병탄의 과정을 거쳤고 결국 세계열강들의 잔인한 묵인 속에서 쓰러져가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주도면밀하게 우리나라와 민족을 집어삼켰으며, 친일적인 지배층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위시한 백성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광범한 주체로 나서서 항일만세운동을 넘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역사를 창조·발전시켰고 더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한편 소태산 대종사는 기미년 만세운동 때 시국에 대하여 “개벽을 재촉하는 상두소리니, 바쁘다 어서 방언 마치고 기도드리자.”고 말씀하셨다. 상두소리는 장례식 때 상여를 메고 가는 상여꾼들이 부르는 소리를 말한다. 당시에는 초상이 나면 마을단위로 마을사람들이 서로 협동해서 장례를 치르고, 또 상여꾼들이 되어서 생로병사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극복하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상두소리의 노랫말은 대부분 유(儒)·불(佛)·선(仙) 사상을 바탕으로 한 고사(故事)를 인용하고 삼강오륜의 도덕성 확립을 위한 교훈적이고 계몽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또한 공통적으로 메기는 소리와 받는 소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앞서서 혼자 메기는 소리도 중요하지만 이어서 여러 사람이 다 함께 큰 소리로 따라서 받는소리가 가지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럿이 함께 부르며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받는소리야말로 비로소 역사성을 대변하며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 현재 우리들은 “일원은 우주만유의 본원이요, 제불제성의 심인이며, 일체중생의 본성이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파란고해의 일체 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자.” “유불도 삼교의 종지를 통합 활용하여 광대하고 원만한 종교의 신자가 되자.” “불법을 시대화·생활화·대중화하자.” 등 소태산 대종사가 앞에서 메기신 소리에 뒤이어서 제창(齊唱)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 노랫말을 세상에 구현하려는 역할에 대해 재점검하고 새로운 변화를 감행해야 할 상황에 처해있다. 최근까지 상당 기간 공들이며 기다렸던 원불교 개교100주년은 이미 지났으나 여전히 교화 현실은 녹록지 않다. 더구나 벌써 제3대 제3회를 갈무리하는 원기 108년(2023)이라는 전환점을 향해 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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