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같이 단단하게 뭉친
선·후진들이여

③ 죽음에 대하여

글. 손정윤 원로교무

(지난 호에 이어) 죽음의 문제는 일생의 모든 문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수행자라면 누구나 진지하게 고민하는 문제이다.
용맹스러운 후진님들에 대해, 별로 지혜롭지 못한 선진이 정직하고 간절하게 바라는 부탁이다.
장생불원(長生不願) 강건대원(剛健大願),
오래 살기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
맑은 정신과 건강한 몸으로 즐겁게 살기를 바랄 뿐.

봉래계곡 아홉구비 굽이굽이 향기로운 물길이여
무심한 천년바위 개울 물 소리에 취했구나.
있다 없다, 없다 있다. 그것 모두 미친소리.
옳다 그르다, 그르다 옳다. 부질없는 잠꼬대라.

소태산 대종사의 법문(<대종경> 성리품 11장)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법문이다. 백 년의 세월에 불생불멸 하는 천지자연 속에서, 천년의 세월에 생생약동하는 물소리, 한 방울 떨어지는 개울물 소리 같은 ‘나’라는 생명체가 둘이 하나가 되어 물소리 바람소리 새 소리 되어 영겁을 흘러가는 그 세계에, 부처와 중생은 어디에 있는가?

① 내가 이 사바세계에서 마지막 떠날 때 나의 소식을 어느 누구에게도 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② 발인식이야 말할 것도 없이 할 것도 없고
③ 천도재야 무엇하러 지낼 것인가?
④ 공부성적, 사업성적을 평가하는 바보 같은 짓이야 당연히 하지 않을 것이고,
⑤ 지수화풍으로 한줄기 바람에 흩어져 갈 육신이야 빈 마음으로 화장하여 한 줄기 고목 밑에 뿌려 나를 편안히 잠들게 해줬으면 영겁에 편안하리.

출가생활 육십여 년
내 육신의 키는 얼마나 되고
또 내 마음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인연 따라 이 세상에 왔다가
인연 따라 이렇게 살다가
인연 다해 이렇게 떠나간다.

내생에 나는 무엇이 되어 또 어떻게 살아갈까?
내생
또 내생
또 내내내생에도
나는 수행승으로 살며
망망대해에 떨어지는 한줄기 빗방울로 영원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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