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친구와 사귄 경험

“언니, 모르는 문제 있어? 내가 가르쳐 줄게!”

글. 박해수(가명) 한겨레중학교

제가 탈북해 한국에 온 지 1년이 되던 해였습니다.
중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말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기에 한국말이 서툴러 바로 한겨레중학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한겨레중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을 들으면서 아무것도 모르던 제가 막 새로운 북한 친구들도 사귀고 한국말도 조금씩 배워가는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에 언니가 한국말을 더 빨리 배우고 남한 사회에 빨리 적응해야 된다는 권유로, 저는 집근처의 태랑중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태랑중학교는 딱 6개월만 다녔는데, 마치 2년이라는 긴 여정을 탐험한 느낌입니다. 이 6개월의 시간 동안 저에게는 늘 새로운 일들과 신기한 경험들이 연속이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라는 새 학기 시작 첫날, 일반학교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저는 소심하고 조심스럽게 행동을 했습니다.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아직 한국 표준어도 알아듣기가 힘들어서 아등바등 발을 동동 굴리는데, 학급 친구들의 외래어까지 알아듣자니 앞길이 너무 막막해서 많이 두려웠습니다. 애들과 친하게 지내기 위해서 학교를 마치고 집에 있을 때마다, 그것에 대해 찾아보면서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애들이 말하는 내용에 섞여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일주일 뒤 담임선생님께서 제가 좀 힘든 것을 알게 된 후 저의 나이와 저에 대해 학급 친구들에게 알렸습니다. 그 후로부터 친구들은 저에게 관심이 생겼고, 옆에 있는 짝꿍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정말 고맙고 감동이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같은 방향인 친구들은 매일 함께 길을 걸어주고, 수학문제가 이해가 안 되서 고민을 하고 있으면 “언니, 모르는 문제 있어? 내가 가르쳐 줄게!”라면서 도움을 줬습니다. 저도 그 감동 아래 많이 성장했습니다.
언젠가 사회수행평가로 ‘학교시설이 어떻게 하면 좋아질지.’ 혹은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의 다양한 주제 중 하나를 선정해 조사하라는 과제를 받았습니다. 저는 통일에 대해 친구들에게 물어봤습니다. 통일을 꼭 해야 된다는 친구들은 4명이었고, 그냥 통일을 해야 된다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통일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3~4명 있었습니다. 저는 세상 사람들은 당연히 통일을 꼭 해야 된다는 생각만 하는 줄 알고 살아 왔기에, 그 친구에게 “왜 통일을 하면 안 돼?”라고 물어 보았습니다. 친구의 답을 듣고 난 후 한국 사회에서는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친구들이 생각하고 있는 다양한 내용들을 모아 하나의 문제가 만들어지고, 또 그 문제를 풀어가면서 저는 6개월 동안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바보 같던 제가 처음으로 남한 친구들과 손을 잡아보고 함께 모든 순간들을 할 수 있었던 게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제가 한겨레중학교로 전학을 간다는 걸 친구들은 3일 전에야 알게 되었는데, 담임선생님께서는 8명의 친구들을 함께 불러서 회식으로 마지막 마무리를 해주셨습니다. 한겨레중학교로 다시 전학 와서도 1주일에 2번쯤은 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담도 주고받으며,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자주 연락을 하고 있습니다. 아! 방금도 연락이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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