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

글. 신원명 부산교당

남편이 퇴근하면서 큰 쇼핑백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요즘 손님이 없고 경제가 어렵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또 쇼핑을 했나.’ 싶어 마음이 요란해지고 화가 올라왔다. ‘나는 어려운데 또 쇼핑을….’ 하는 생각이 내 안 깊숙이 있음을 본다.
옷걸이를 찾으면서 마음을 바라본다. 생각해보니 남편은 나에게 사 달라고 하지 않고 자신의 돈으로 옷을 산 것이다. 나는 ‘나’라는 상에 가려서 내 것은 잘 보지 못하고 상대에게는 인색하게 따지고 하나하나 다 모아두었다가 ‘또’라는 말로 요란해진 것이다. 마음에 드는 것을 세일 기간에 샀고 편하게 배달까지 받았으니 ‘감사하다’고 생각하면, 화가 나거나 요란할 일이 아니다. 나도 그럴 때가 수없이 많았을 것인데 나에게는 관대하면서 상대에게는 인색한 스스로를 바라본다. 쇼핑중독처럼 생각하며 요란했던 자신을 보니 부끄러운 웃음이 나온다.
결국 공부는 상대를 바라보며 내 공부를 하는 것이다. 먼저 생각을 멈추어 지켜보고, 대조하고, 행동하니 편안해지는 마음의 원리를 알았다. 그렇게 한 마음을 돌리니 모두가 이해되고 또 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자기 일을 알아서 잘하는 남편은 고마운 부처님이다.
‘남편부처님 감사합니다~.’


단장이라서

글. 이은서 중흥교당

평소 오지랖도 넓고 모든 사람과 즐겁게 지내야 하고 주변 사람을 챙겨야 하는 압박감을 가진 채 살아왔다. 다른 이들이 힘들지 않냐고 질문하면 항상 “괜찮아” “좋아서 하는 일이야.”라고 답했다. 솔직히 힘든 적도 있었지만 좋은 게 더 컸기 때문이다.
나는 주위를 많이 둘러보고 분위기를 파악하려는 버릇과 사람들을 좋아해서 남의 눈치를 살피는 버릇이 있다. 그렇게 어제 일기발표 시간에 장난스러운 일기 내용과 어수선한 분위기, 좋지 않은 몇몇 시선을 눈치채고 뒤에서 연거푸 입에 손을 대며 ‘쉿-’ 소리를 냈다.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막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그 웃는 모습이 내 예전 모습 같아 양심에도 찔렸으며, 웃으며 이야기하는 교우님들이 이해도 갔다. 내가 단장이라 교우님들의 그런 모습이 불편한 건가? 선규를 지켜달라고 공지가 내려왔으니 모범을 보여야지 하는 부담감 때문인가?
결론은 단장의 위치와 함께, 고생 중인 원대연 임원들과 나를 포함한 입선인들의 더 나은 선방을 만들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지적하는 것이라기 보단 막는 게 맞다고 생각되어 오늘도 선규를 지키지 않으면 옆에 가서 장난스레 “너요? 뭐라고요?” 하면서 바꿔주었다. 법당 나갈 때도 “인사-”라는 말과 함께 교우님들과 나섰다. 어제의 교우님들 덕분에 나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었고, 조금 더 나은 단장이, 입선인이 됐다고 생각했다.


투명한 양말

글. 김준수 동진주교당

오늘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정신없이 준비하고 비몽사몽한 상태로 대법당으로 향했다.
집중하면서 좌선을 하고 있던 와중 내가 양말을 신지 않고 대법당에 출입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좌선은 되지도 않았고 자꾸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 눈치를 살피느라 그나마 있던 집중력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때 생각을 하였다. 만약 내가 계속 주위를 기웃거리며 눈치를 본다면, 나는 아침 좌선 시간을 허투루 낭비할 터이고 눈치를 본다고 해서 나의 상황은 달라질 게 없다고.
투명한 양말을 신었다는 생각으로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좌선을 하였다. 그리하여 마음이 진정되고 나는 아침 좌선을 무사히 마쳤다. 이번 실수를 잘 기억하여 다음부터는 정신 차리고 양말 신기를 잊지 말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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