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상담의 길을 열다

정경숙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 센터장

취재. 이현경 기자

“상담받을 수 있을까요. 원불교가 상담을 잘한다던데요?”
원불교소태산기념관에 제일 먼저 입주한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이하 상담센터). 개통한 지 얼마 안 된 센터 전화가 바쁘게 울린다. 이미 개인 상담이 이뤄지고 있고, 아동·청소년부터 성인, 군인까지 출장 상담 요청도 밀려든다. “원불교 교리를 바탕으로 한 상담을 교화의 길로 만들겠다.”는 정경숙 센터장(잠실교당, 법명 조련)이다.

교리에서 나온 상담이론

“현재 프로젝트 상담이 많아요.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살사(살자 사랑하자) 프로젝트’를 통해 고위험군 상담(자살 위기, 노인 우울 등)을, 또 ‘청소년 마음공부 인성교육 프로그램(ASM:Art&Sun, 禪&Mind)’으로 학교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죠. 특히 군인들의 경우 간접교화의 측면도 있답니다.” 원불교 교리를 바탕으로 자체 개발한 원불교 상담은 곧 ‘마음공부’와 다르지 않다.
최근에는 상담센터의 10여 년 역사에 괄목할만한 성과도 생겼다. “‘종교계별 자살 예방을 위한 지침서’ 원불교 편이 발간됐어요. 원불교 상담이론의 정립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죠.” 서울시에 주로 펼쳐지던 원불교 상담이론이 이제 보건복지부와 연계해 전국으로 확장될 예정이라는 것. 교단에 전문 상담자가 거의 없던 시절, ‘원불교 교리를 바탕으로 한 상담이론이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먼저 상담 공부를 시작한 조 센터장. 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를 성장하게 하는 것이기에 그의 기쁨도 크다.
“둥근마음카운슬러대학을 통한 상담사 양성, 원불교상담학회를 통한 이론 개발, 상담센터를 통한 사회화를 계속해야죠.” 그러고 보니 이곳 원마음상담사들을 길러내는 교육에는 상담 공부와 함께 높은 수준의 원불교 교리 공부가 필수다. ‘원불교 상담’이라는 분야가 아직 초창기이기에 채비를 단단히 하는 것. 어느덧 6기 교육을 앞두고 제2의 도약이 시작됐다.

혈연을 잇는 법연

“중학교 때, 우연히 까만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은 교무님을 봤어요.”
어느 날 멀리서만 봐온 교무님이 보이지 않자, 그는 열려있는 교당문 안으로 들어갔다. 이것이 그와 종로교당의 첫 인연!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어머니는 그에게 “네가 아직 어려서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원남교당에 다니고 있었다.”고 했다. 그에게 혈연이자 법연인 어머니 태타원 김영태 정사는 원불교 초창기 1대 교도로 교단에 숨은 공로를 많이 세우기도 했다.
“사업을 하셨던 어머니는 세련된 외모에 품이 큰 대장부셨어요.” 보스턴교당 봉불을 위해 그의 어머니는 밤마다 무언가를 만들어 소중히 지니고 다녔다. 언젠가는 그것을 정 센터장 앞에 탁 내어놓았는데, ‘비단으로 만든 헌금 장부’에 정성스러운 붓글씨로 이름과 금액이 적혀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어머니께서 일일이 교도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이름과 희사하길 원하는 금액을 미리 적게 하셨던 거예요.” 당시 어머니의 그러한 결단은 많은 움직임을 끌어냈고, 오늘날 현실로 이루어졌다.
어디 그뿐인가. 김 정사는 “이곳이 곧 국제적인 교화터가 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과거 서울회관(현 원불교소태산기념관 전신) 건축에도 많은 공을 세웠다. “열반하시기 얼마 전, 서울회관 터에 잠깐 들르셨는데 휠체어에 앉아 계시면서도 한강 변을 계속 바라보셨어요.” 원불교가 너른 교화 바람을 펼치길 누구보다 염원하였던 단면이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과 원불교의 성장 과정을 보며 자란 정 센터장 역시 자연스레 신심 깊은 교도가 되었다. 잠실교당이 생기기 전, 교당이 만들어지기를 염원하며 자신의 신혼집을 2년 동안 출장법회 장소로 내놓기도 했다.
이제는 정 센터장이 자녀와 손자들에게 어머니의 모습이 된 오늘날. 그의 손자는 4살 때부터 앉을 때마다 가부좌 자세를 유지하더니, 8살이 된 요즘은 교당에 다녀오면 그날 배운 내용과 일원상 서원문을 꼭 적어두곤 할아버지와 법담(?)을 나눈다고. “말려도 ‘내가 하고 싶어서 해요~.’라고 말하는 손자를 볼 때마다 뿌듯하고 고마운 마음이죠.”
특히 올해부터는 수위단원으로서 교단 발전을 위한 고민이 더 많아졌다는데…. “문화분과 상임위원으로서, 제가 가진 전문성으로 교단에 기여해야겠다고 생각해요. 훌륭하신 어른들을 뵙는 특혜를 받는 만큼, 책임을 다해야죠.”
가족들과 서로 공부담을 나누며 혈연을 넘어 더 귀중한 인연인 법연이 되어감을 느낀다는 그. 그의 따스한 눈빛에 소중한 존재 하나하나를 상담으로 일깨우는 일원(一圓)의 빛이 담겨있다.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 02)824-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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