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청년들이여!

나는 그들이 다시 함께할 날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글. 박성근

지인과의 약속 시각보다 한 시간가량 일찍 도착한 나는 책도 읽을 겸 가까운 카페에 들어갔다. 상당히 널찍한 공간임에도 빈 테이블을 찾기 힘들었다. 간신히 자리를 잡고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대화가 오가고 있고, 다들 여유가 느껴졌다.
그러나 대각선 방향에 앉아 있는 한 남성은 그럴만한 여력이 없어 보였고 상당히 분주하게 움직였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을 보니 아마 면접이 있는 모양이었다. 워낙 카페에 사람들이 많은 터라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한 손에는 원고를 들고서 뭔가를 계속해서 연습하고 있었다. 남 일 같지 않았다. ‘오늘 면접이 있나 보다. 많이 떨리겠지? 준비한 만큼 실력 발휘를 잘하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일었다.
나 또한 출가 전 대학을 졸업하고서 여느 대학생처럼 취업 준비생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준비를 많이 했건만 면접 순간에는 왜 그리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리는지…. 그러기를 반복하면서 ‘아…. 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구나!’ 하는 자괴감이 들곤 했었다.

최근 꾸준히 청년법회에 다녔던 대학원생이 올해 졸업을 하고서 취직을 했다. 물론 그 이전의 몇 개월간은 그도 취업 준비생이었다. 나는 갓 졸업한 취업 준비생인 그에게 편안하게 “요즘 취업 준비는 잘 되고 있지?” 하고 근황을 물어봤다. 그러나 그 기간이 한 달 두 달… 생각보다 길어지면서부터는 쉽사리 그 질문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서야 그 청년은 법회를 마친 후 나에게 취직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떡하니 박혀있는 명함을 나에게 건넸다. 이름 위에는 ‘선임 연구원’이라는 직책이 적혀 있었다. 내 일처럼 너무나도 기뻤다.

그 와중에 학기가 시작되면서 알바를 하느라고 교당에 못 나오는 청년들이 늘었다. “교무님~ 법회에 너무 가고 싶은데 오늘도 알바가 늦게 끝나네요. 다음에 찾아뵙겠습니다.” “교무님~ 저는 오늘부터 카페 주말 알바 시작입니다. 당분간은 법회 참석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나도 법회에 되도록 많은 청년이 함께해주면 힘이 나겠지만, 그들도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저 나는 그들이 다시 함께할 날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마침 반가운 소식이 이어졌다. 취직한 청년의 친언니가 최근 이직을 하면서, 돈암교당에 매달 일정액을 희사하기로 했다. 청년의 친언니 말을 빌리자면 “비록 큰돈을 희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 시절 내가 받았던 은혜에 대한 아주 작은 보은.”이라고 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 생각해보니 나 또한 어린이, 학생, 청년 시절 원불교 인연들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하지 않았던가!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행복한 공부인·교화자가 되기를 더욱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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