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려면
권위의식 내려놔야
김규열 원광디지털대학교 총장

그가 생각하는 경영의 가장 핵심은 ‘행복’이다.
이에  ‘소통을 통한 행복경영’을 가장 큰 목표로, 먼저 구성원들(학생, 교직원 등)의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는 김규열(법호 평산, 법명 정진) 원광디지털대학교(이하 원디대) 총장. 이는 원불교 개교의 동기인 ‘일체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 세계로 인도하자.’가 곧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자.’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마음공부를 하는 교단의 기관으로써, 구성원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행복한 사람이 일도 더 잘합니다.”라고 말하는 그. 하지만 경영에 있어서 어떤 ‘성과’가 아닌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게 어디 흔한 일이던가.
알고 보면 김 총장은 원디대 한방건강학과의 개설로 시작하여, 교무처장·대학원장·기획처장 등의 보직을 거치며 대학의 굵직한 초창기 역사를 함께 세워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지금의 서울캠퍼스가 마련되고 자리 잡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었는데….
2005년, ‘한때 출가하려던 뜻을 지키지 못한 일종의 빚진 느낌(?)을 이렇게라도 갚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대학의 부름에 응했었다는 김 총장. 교수일 때도, 총장이 되어서도, 그의 고민은 오직 ‘학교의 발전’이다.

● 벌써 취임한 지 6개월이 되었습니다.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총장직을 맡게 되어 부담이 많이 됐어요. 제가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진리 부처님께서 맡겨주신다면 뜻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지난 6개월 동안 서울과 익산을 오가면서 학교가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마련된 기본 방향에 바탕해서 2학기에는 일을 좀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해나가려고 하는데,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걸 더욱 실감하고 있습니다.”

총장이 된 후 가장 크게 변화된 것이 있느냐는 물음에 웃으며 “대우가 좋아지더라.”고 답한 김 총장. 하지만 본래 자유로운 성향이기에 구속되는 점은 다소 불편한 것 같다는 말로 총장직의 부담감을 유머스럽게 전한다.

● 총장님께서 가장 역점을 두는 경영 방침은 무엇인가요?
“소통과 자율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교직원들에게 언로를 100% 보장할 테니, 어떤 의견이든 편하게 이야기하라고 했죠. 또 학생들에 대해서는 Won코칭 서비스와 상담센터를 운영해서, 학생들이 언제든지 학교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해 왔기에 교직원들과 더 편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은 김 총장의 가장 큰 무기이기도 한 셈. 때문에 그는 활발한 갑론을박도 적극 환영한다.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며 도출된 결론이라야 뒷말이 없고 모두가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 수도권에 캠퍼스를 가진 교단 내 유일한 대학으로써, 활동의 이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수도권 학생이 학과별로 40~60%까지 되기 때문에, 서울캠퍼스의 역할이나 의미는 매우 큽니다. 쉽게 생각할 때 ‘사이버 대학인데 학교 위치가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지만, 실제 소비자(학생)들의 입장은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학생을 만족시켜야 학생이 오는 거잖아요. 사이버대학이라 하더라도 지방이냐 서울이냐에 따라 학생들의 선택 기준이 분명하게 달라집니다.”

실제 서울캠퍼스가 있음으로 인해 수도권 학생들의 오프라인 활동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원광’ 브랜드 제고에 있어서도 ‘서울캠퍼스’는 반드시 필요한 선택이었다는 것. 물론 서울 외에 전국에 마련된 6개(부산·대구·대전·광주·전주·익산)의 지역캠퍼스들 역시 사이버 공간에만 한정되지 않는 교육서비스의 제공에 나름의 역할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종립학교로써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 문제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게 원불교학과입니다. 앞으로 교단과 협의를 통해 시대적 조류에 맞춰서 마음공부법 확산을 위한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교무의 부족을 보충할 전문 인력(재가 교무)을 키워내는 데 중점을 둘 것인지 방향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만약 ‘마음공부법 확산’이 목적이라면 교육과정에 원불교 교리를 가장 중심에 놓으면서도 불교학·심리학·뇌과학 등을 포함시킨 마음공부학과나 마음치유학과로 전환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김 총장. 마음공부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는 시대에 개방으로 나가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교법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 열린 교화를 꿈꾸시는 거네요.
“앞으로는 무엇이든 열린 시스템이어야 합니다. 교무훈련이나 재교육도, 강의 위주의 교육은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원디대의 평생교육시스템을 활용할 수도 있고요. 최소한의 실비용으로 콘텐츠를 개발, 탑재해서 분기별로 몇 과목 이상을 이수하게 한다면 전국 어디에서든 자기가 짬이 나는 시간에 수강할 수 있잖아요. 작업취사는 현장에서 늘 이루어지고 있으니까 정기 교무훈련에서는 정신수양공부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두가 대학을 나오고 지식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일반인들이 가장 따라잡기 어려운 부분은 결국 수양력이니까요. 우리 교무님들이 교법에 대한 이해력과 함께 실질적인 선적(禪的) 체험과 수양력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가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미래는 명상시대로 갈 텐데 언변에만 그치지 않는, 실제 체험에 바탕한 지도를 해야만 신뢰를 얻을 것입니다.”

김 총장은 원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믿고 싶은 마음이 나게 하고, 원불교를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원불교 다니길 참 잘했다.’ 하는 마음이 나게 하는 게 ‘교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어떻게든 감동을 주든지, 재미가 있든지, 아니면 돈벌이나 건강증진이나 생활상으로나 무언가 도움을 주는 게 있어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체험에 바탕한 ‘감동 있는 설교’와, 교법을 ‘솔선수범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 교화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한 고민도 많습니다.
“마인드를 바꿔야 합니다. 그러려면 현 시대 정신을 잘 알아야 합니다. 지금은 정보가 대중화되고 공유화되는 시대잖아요. 과거에는 특정 현장에 있는 소수만이 들을 수 있었던 비법이나 법문들을 이제는 누구나 방 안에서 또는 스마트폰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개별화·개인화 되고 있어요. 대부분의 정보는 공유되고 있지만, 본인만의 사적인 공간이 또한 별도로 존재하는 거죠.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맞는 교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개인화된다는 건, 그만큼 개인 상담과 직접 경험을 중시한다는 뜻이라고도 말하는 김 총장. ‘체험’이 강조되는 시대이니만큼 이젠 법회도 ‘듣기만 하라.’는 식으로는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말도 덧붙인다. 참여하고 체험하는 11과목 정기훈련 법회로의 전환을 통해 각자의 생활에 실질적인 ‘변화’가 생기도록 하는 게 앞으로 교단이 나아갈 방향이라는 것.

● 결국 ‘변화’ 해야 하는 건데요.
“저는 회사든 교단이든, 모든 조직의 많은 문제가 ‘소통’이 잘 안 되는 데서 생긴다고 봅니다. 소통을 하려면 권위의식을 완전히 내려놓아야 합니다. 권위라는 건 내가 내세운다고 생기는 게 아니고 상대방이 인정할 때 생기는 건데, 그게 안 되니까 자꾸 권위를 내세우게 되는 거고, 그러니까 마음을 닫고 눈치만 보죠. 교단의 권위의식은 첫째 ‘출가자 중심’입니다. 소태산 대종사님은 출가와 재가가 평등하다고 하셨는데 실제는 그게 잘 안되고 있다고 봅니다. 재가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주고 역할을 주어 활동하게 하면 될 텐데, 교무님 혼자서 다 하려고 하니까 힘이 들죠. 둘째는 법랍·선배 중심의 권위의식입니다. 옛날에는 장유유서라고 해서, 오래 산 사람이 세상사를 많이 겪어봤기 때문에 사리에 더 밝았지만, 요즘 세상은 반대예요. 지금은 나이가 들수록 정보섭취능력이 떨어지고, 젊을수록 새로운 정보를 빨리 섭취하여 변화에 적응해가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직위에 대한 권위의식을 내려놔야 한다고 말하는 김 총장. 직위는 어떤 일에 대한 책임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 권한을 함께 주는 것인데, 많은 경우 명예와 권한만 취하려 하고 책임은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부처님이 되어 우리 교단을 창립한 소태산 대종사님께서도 다 공사(公事)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셨잖아요. 대종사님께서는 더 잘 알고 계셨지만 제자들의 삼대력을 양성하고 단결과 주인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서 그리하셨다고 봅니다. 구성원들의 기탄없는 다양한 의견을 들어서 결정해야 진짜 공사지요. 지금 우리 교단은 혹시, 일방적이고 형식적인 가짜 공사를 하는 경우가 있지는 않은지 모두 돌이켜봐야 할 것.”이라는 말로 울림을 남긴다. 출가라는 권위의식, 선배라는 권위의식, 직위를 가졌다는 권위의식을 모두 내려놓아야 비로소 평등한 입장에서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 일방통행은 구성원들의 주인의식과 성취욕, 적극성, 창의성 등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도 강조한다.

● 세상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을 알려주세요.
“행복하려면 먼저 ‘자기 긍정·감사’가 중요합니다. ‘나는 왜 이렇게 못났나, 나는 왜 이 모양인가.’ 하고 자기를 인정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감사할 때에 비로소 나에게 주어진 모든 조건들에 대해서도 긍정·감사하게 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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