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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자연의 언어를 전하는, 숲해설가 2019년08월호

자연의 언어를 전하는, 숲해설가
숲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취재. 이현경 기자

“고라니 친구를 본 적이 있나요?”
최해경 숲해설가의 긴장감 넘치는 해설이 한창이다. “고라니는 밤에 자동차 불빛이 보이면 친구인 줄 알아요. 그래서 자동차 불빛을 향해 ‘내 친구가 오네?’ 하며 뛰어오죠. 혹시 이 친구가 차에 부딪쳐 다치면 국립공원으로 전화해주세요.” 일명 ‘도라지꽃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최 해설가의 말에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괴목초등학교에 펼쳐진 무주의 적상산을 배경으로 ‘부엉이 선생님’ 김영숙 숲해설가도 등장한다. 오늘 이들은 ‘찾아가는 숲 해설’ 수업을 위해 모였다. 무주지역에서 대표적으로 활동하는 숲해설가답게, 그들 눈에는 어느 자연 하나도 예사롭지가 않다.
관찰통, 비옷, 각종 놀이 도구 등 야외활동에 필요한 장비가 담긴 큰 가방을 어깨에 메고, 산림교육전문가 자격증을 당당히 내건 그 복장부터가 남다르다. 최 해설가와 김 해설가가 각각 8년·3년 경력 동안 보아온 숲의 모습에 학생들을 초대할 준비를 단단히 마친 참이다.

“숲 생태해설은 동물, 곤충, 새, 식물…. 숲에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하죠.”라는 말처럼, 숲 해설은 단순한 지식 전달의 차원을 넘어서 생태계를 이해하게 한다. 최 해설가가 학생들에게 “나무와 풀이 있는 곳은 다 숲이야~.”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어떻게 숲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할지, 환경을 왜 보호해야 하는지 등 자연 친화적인 가치관을 길러주려는 것.
숲에서 진행된 수업의 시작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어떤 집을 방문하면 먼저 소리로 알려주잖아요. 산에 가기 전 이 잎으로 총 소리를 낼 거예요~.” 해설가들의 말이 떨어지자 아이들은 저마다 작은 손위에 넓은 나뭇잎을 펼쳐놓은 채 양손을 맞부딪치며 큰소리로 숲의 방문을 알린다.

오르막길 옆에서 산딸기를 직접 따서 먹어보기도 하고, 아까시나무 앞에 멈춰 씨앗이 콩처럼 생겼다는 설명을 듣기도 한다. 먼지거미를 자세히 살펴보다가는 “자, 진딧물을 자세히 보면 크게 보일 걸~.” 하는 최 해설가의 말에 아이들은 관찰통에 곤충을 넣어 보았다가 바로 놓아주며 여러 곤충을 관찰하기를 반복한다. 그 가운데 시끌벅적한 말도 오간다. “나도 볼래!” “또 뭘 볼까?” “보너스로 얘도 잡혔네.” “아, 벌 보고 싶다~.”

이때, 갑자기 어디선가 급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저게 뭐야? 쉿. 고라니 소리야.” 김 해설가가 주위를 보더니 아이들의 행동을 멈추고 소리에 집중하게 한다. 그러자 최 해설가가 “고라니가 새끼를 잃어버렸나 봐. 이렇게 급하게 짖고 있는 걸 보니.”라는 설명을 더 한다.
순간 멈칫하던 아이들이 몇 걸음 가다 멈추고, 또다시 몇 걸음 가다 멈춰서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어느 순간 들리지 않는 고라니의 울음소리에 최 해설가는 “고라니가 새끼를 찾았나 봐. 다행이다.”라며 다시 아이들의 발길을 이끈다.

이렇듯 최 해설가는 오히려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이뤄지는 프로그램들에 더욱 보람을 느낀다. ‘오늘은 뭘 할까?’라는 물음에 아이들이 먼저 답을 찾거나 제안할 때가 더 알찬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것. 자연 속에서 이뤄지는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성장은, 덕유산자연휴양림에서 5년여 동안 숲해설가 활동을 했을 때보다 더욱 큰 보람과 재미를 준다.
김 해설가 또한 무주로 귀촌하며 지역의 전문가로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게 정말 기쁘단다. 이들은 주5일 동안 무주의 모든 초등학교 수업을 월 1~2회가량 진행하고, 중·고등학교, 지역아동센터, 장애인·노인복지관 등으로 많은 스케줄을 소화한다. 그 가운데 배움도 멈추지 않는다고. “특히나 무주는 덕유산, 남대천, 반딧불이 축제 등 빼어난 자연환경을 자랑하고 있어요. 덕유산 향적봉에 가면 희귀한 식물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두 해설가가 틈틈이 무주와 인근 지역을 모니터링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교육을 들으며 얼레지꽃, 복수초, 바람꽃 등 수많은 무주 지역의 자연에 담긴 이야기꽃에 집중한다. 그 폭을 넓혀 지역의 가이드 역할까지 하며 전문성을 펼치고 있는 것.

“무주를 찾는 관광객이나 가족분들에게도 숲 해설에 대한 호응이 좋아요. 이곳에 오시면 언제든 폭넓고 깊이 있는 숲 해설을 들을 수 있답니다.” 최 해설가가 이 일을 시작한 이유가 재미있다. 그가 휴양림에서 다른 업무를 하던 때, 죽어가던 벚나무를 살리는 직원들의 노력과 그 노력에 꽃을 피운 벚나무에서 받은 감동이 계기가 된 것.
두 해설가의 숲 이야기가 새삼 사람 또한 자연의 일부임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