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과 ‘우리들의 약속’ 실천
어르신 잘 모시는, 김명증 수원시립노인전문요양원 원장

취재. 이현경 기자

“‘사람대접’이 기관의 최우선 운영 가치예요.”
광교산 자락의 풍광과 맑은 공기를 자랑하는 이곳. 방문객이 실내화를 신고 들어오자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린다. “여기서 우리는 맨발로 살아요~. 어르신들이 실내화 관리에 서툴러서 맨발로 다니시거든요.”라고 말하는 김명증(호적명 영기, 교무) 수원시립노인전문요양원 원장. 덕분에 실내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곳곳이 안방처럼 깨끗하다.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 모두가 부처님, 일마다 받듦) 정신이 기관을 비추자, 모두의 얼굴이 환하게 빛난다.

감동을 주는 복지기관
그가 수원시립노인전문요양원을 운영한 지도 어느덧 15년째.
전국 장기요양기관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손꼽히는 이곳뿐 아니라, 그는 수원시립노인주간보호센터, 한누리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수원시립방문요양센터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어르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 맞춤형 토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죠.” 그 의지만큼이나 모든 기관은 A등급(최우수 평가). 그럼에도 그는 “내부 평가가 더욱 기분이 좋다.”며 원장이기 이전, 사회복지기관 관련 경력이 전무했던 때를 말한다.
전산 종법사가 경기인천교구장이던 시절, “수원에 시립요양원을 짓고 있다는데, 위탁운영을 준비해 보겠소?”라며 그에게 권유한 게 그 시작. 그러니 초기엔 어려움도 많았다. “시청담당자도 호의적이지 않았어요. 원불교 정신으로 뭐든 묻고 원리원칙대로 운영방식을 갖춰나갔죠.” 경력이 없는 것은 오히려 장점이 되었다. 옛 방식을 답습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담당자가 다른 과로 갔는데도, 이곳에 찾아오더니 모범적으로 운영한다며 적지 않은 금액을 꾸준히 후원해주시더라고요.” 어르신과 직원 및 보호자들에게도 감동은 전해졌다. ‘사람대접’을 제대로 하기 때문이다.
“‘산책 갈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 자력으로 현관을 나갈 수 있는 어르신은 145분 중 세 분 정도 될까요?” 이처럼 사회적 약자인 어르신을 위해, 그는 직원들과 함께 ‘좋은 요양원을 만들기 위한 조건’을 만들어 ‘우리들의 약속’ 10가지 사항을 수시로 외우기를 반복한다. 이뿐이 아니다. 궂은일을 보았을 때, ‘아 이것은 내가 해야겠구나.’ 하며 먼저 나서니, 직원들 또한 ‘원장님이 직원들을 이렇게나 위해주신다.’라며 마음을 쉽게 내는 것. 이직 후에도 곧바로 재입사를 신청하거나, 이곳을 후원하며 마음을 모으는 직원이 많은 이유다. 또 ‘10일짜리 특별 휴가제도’도 5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그게 인기가 좋다. 게다가 직접 보호자의 얼굴을 마주보며 간담회를 가지니, 이곳의 신뢰와 긍정의 평가도 널리 퍼진다.

밀려오는 교화의 꿈
“너 교무 하면 성공하겠다. 교무를 하면 성공한다.”
그가 중·고등학생이었을 때부터 신흥교당 황주남 교무는 말했다. “생각해보면 모든 일의 인자가 나에게 있었더군요.” 교무가 되기 전, 할머니의 따스한 품을 기억하던 그는 유달리 할머니 교도들과 친밀했다. 이들을 위한 교화와 교당을 꿈꾸기까지 한 것이다. “교당에서 어르신들과 공동생활하며, 함께 기도하고 염불하는 거죠.” 그의 꿈인 새로운 교화모델에 많은 교도·교무들의 의견도 긍정적이었다.
이에 그는 실제로 총부에 교당설립서를 내었고 개척교당 발령까지 받았다. 이후 교당 자리를 알아볼 때는 매우 놀랐었다는데…. “제가 경기인천교구 사무장으로 일했을 때, 사무실 독립을 위한 자리로 염원했던 곳이 곧 교당 신설봉불 자리가 된 것이죠.” 이후에 그곳이 침수되는 사건이 발생해 이안 봉불을 할 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신설 봉불 때에, 막연히 지도 위에 점 찍어둔 곳이 지금의 동수원교당 자리가 되었어요.”
그러고 보니 수원시립노인전문요양원도 그가 꿈꿔온 교당의 새 모델이 아니었던가. “순수하고 간절하며 사심 없는 마음으로 원하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된 거죠.”
기관 운영을 잘하는 것이 곧, 교화의 첫걸음이라 생각한다는 그. “원불교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이니까 이곳이 교도님들에게는 자부심이 되어야겠지요. 타 종교인이 이곳에 근무할 땐, 원불교의 운영에 감동할 수 있어야 할 테고요. 무종교인에게는 ‘내가 종교를 가지려면 원불교를 가져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해야겠지요.” 원불교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며, 그는 지금 바로 가까운 인연들에게 할 수 있는 감동 교화를 권유한다. 지금 이곳 요양원에 오고 싶어하는 어르신이나 직원들이 많은 것처럼, 교도들이 가득 ‘밀려오는 교화’를 준비하고 꿈꾸는 것이다.
더불어 다른 기관 교무들과 협력하여 어려운 교당 후원도 꾸준히 이어가는 그. 개인의 목표도 세웠다. “보통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 일인지 몰라요. 아무 사고 없이 보통 교무로 퇴직하는 것이 제 바람이에요.” 그의 손마디에 사계절 내내 지지 않는 어르신들의 웃음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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