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산불지역 봉사 16일

고성군에서 “1주일만 더 해주면 좋겠다.”는 내용을 총부에 공문까지 보내면서 요청한 것이다.

글. 강명권

강원도 산불이 난 다음 날 고성에 도착하였다.
속초 근처에 들어서니 연기와 불탄  냄새가 평소 냄새를 잘 못 맡는 나에게까지 느껴졌다. 다행히 속초시 중심지에는 불길이 닿지 않았으나, 산이 가까운 마을과 도로변?곳곳에는 집과 버스, 가게 등이 시커멓게 타 있었다. 자원봉사자들도 처음에는 별스럽게 생각하지 않다가 천진초등학교 이재민 대피소로 오는 길의 불난 흔적을 보고 많이 놀랐다고 했다.
어제는 식사를 드신 이재민 한 분이 “옛 말에 싸움구경과 불구경이 재미있다고 했는데, 도망갈 준비를 하면서 불길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는 건 무서웠다.”고 하였다.
4월 5일에 이곳에 도착하여 면사무소와 통합자원봉사지원센터에서 현황파악과 아울러 지원방안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전날 밤 산불이 심할 때 도착한 구세군 긴급구호단장과 일행에게 지원방안을 물어보니 일단 구세군에서는 식사 지원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급식 현황을 살펴보니 면사무소 앞에는 적십자 밥차가 와 있었고, 이재민대피소 앞에는 BC 밥차와 같은 KT그룹 나눔밥차가 이미 와 있었다. 세 대의 밥차라면 이곳에 밥차는 더 필요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방향으로 심리상담치료부스를 운영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데, 빨간밥차를 지원해준 BC카드사 실무팀장에게 연락이 왔다.
“지금 KT나눔 팀장에게서 밥차가 더 와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교무님께 연락을 드렸어요.”라며 혹시 1박 2일만이라도 해줄 수 있냐고 물어왔다. 일단 알겠다고 말하고 급식 조리를 해주실 교도님과 밥차를 운전해주실 교도님께 연락을 드리니 다들 오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물품도, 그리고 입을 옷도 한 벌씩만 가지고 왔는데, 급식을 하다 보니 상황이 바뀌었다. 고성군에서 “식사를 맛있게 잘해주어 고맙다.”며 “1주일만 더 해주면 좋겠다.”는 내용을 총부에 공문까지 보내면서 요청한 것이다. 다행히 윗옷과 내의들은 땀 흘릴 것을 대비하여 가져왔지만, 아직 바지는 16일째 못 갈아입고 있다. 더군다나 초반에는 하루에 1,100여 명의 식사를 만들다 보니, 바쁘게 급식을 하고 다음날 것을 준비하면 보통 밤 10시를 넘기기 일쑤다. 또 새벽 4시 30분이면 다시 밥을 하러 나와야 한다. 그렇게 3~4일을 반복하다 보니 의견을 나누는 저녁 시간에는 피곤함에 다들 졸기 바쁘다.
1박 2일을 예상했던 급식봉공활동이 벌써 16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재민들이 고마움을 표할 때면 작은 은혜와 희망을 전한 것 같아서 피곤함도 물러난다. 이재민들이 하루 빨리 자리 잡
기를, 아픔이 물러가고 더 즐거운 삶을 영위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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