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종을 드럼 삼아 두드렸어요

취재-한정현 객원기자

동글동글, 원처럼 둥근 사람
KBS 개그콘서트를 보면 ‘공부의 신’ 이라는 코너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사람이 한 명 있다. 개그맨이라기보다는 영화배우처럼 똑떨어지게 잘생긴 얼굴을 하고서 천연덕스러운 개그를 펼치는 김대성(여의도교당), 그는 말 그대로 싱글벙글 잘도 웃었다. 동글동글 원불교의 동그라미처럼 그에게서는 ‘모난 구석’ 이라곤 찾을 수가 없었다.
“어릴 적 할머니 집에서 경종을 드럼 삼아 두드리며 지냈죠.”
원불교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김대성’, 이름이 곧 법명이다. 가족 중에서 특히 신실한 믿음을 가지고 계시는 할머니 품 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에게, 어린 시절 원불교는 가족처럼 친근한 곳이었고, 타지에 나와 생활하는 지금엔 울타리처럼 든든한 종교다. 학창 시절 참가한 원불교 캠프의 장기자랑에서 빠진 적 없는 스타였다고 하니, 말 그대로 원불교가 배출해낸 스타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면 원불교를 언급하는 게 김대성의 조그만 소망이란다.
“다른 종교는 시상식에서 곧잘 말들 하잖아요, 기독교도 그렇고 불교도 그렇고. 그런데 우리 원불교만 없더라고요. 그래서 전 나중에 꼭 ‘사은님 감사합니다’ 하려고요.”
 


 꿈을 이루기 위한 결심
모든 개그맨 지망생들이 그러하듯 김대성에게도 인내의 시간들이 필요했다. 대학(백제예술대학 방송연예학과) 시절부터 개그맨에 대한 꿈을 키우고 동아리활동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그였지만, 막상 졸업하고 나니 앞길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취업을 위해 유치원 선생님이 되어볼까 싶어 유아교육과로 편입까지 시도했다. 그러나 어느 날 만난 친구의 한 마디가 그를 다시 '개그맨’이라는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네가 하고 싶은 일 해라.”
그 뒤 김대성은 개그맨이 되기 위한 노력을 다시 시작했다. 아마추어 개그맨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KBS 개그사냥에 출연하며 실전에 가까운 경험을 쌓았고, 그런 꾸준한 노력의 결과로 결국 오랜 꿈이었던 개그콘서트 무대에도 서게 되었다. 또 ‘봉숭아학당’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인 개그맨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 해온 일들보다 많아요.
김대성은 KBS와 MBC 개그맨 공채에 모두 합격한 실력파 개그맨이다. 평소 대본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는 그, 하지만 이런 완벽한 연습형 인간인 그에게도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다고 한다.
“아무 생각도 안 떠올랐어요. 무대에 나가서 관객들을 보는데, 모두가 저를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때부터 몹시 떨리기 시작하면서 뒤죽박죽이 된 거죠.” 처음 봉숭아학당에 출연했을 때 자신에게 쏟아지던 관객들의 시선을 떠올리는 그. 그러나 그런 경험이 그를 부단히 노력하는 실력파 개그맨으로 만들어 준 것 같다. 그는 여태껏 무대 위에서 실수 한 번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무대 위에 올라갈 때마다 “지금 온 관객들은 모두 웃으려고 온 거야. 내가 웃겨주면 돼!” 라는 마인드 컨트롤도 잊지 않는다. 이러한 노력과 그로 인한 자신감이 몸에 밴 그에게 아직 더 이루고 싶고 나아가고 싶은 길은 무엇일까?
“음, 꿈은요. 개그 뿐 아니라 정극 연기도 해보고 싶고, MC도 해보고 싶어요. 물론, 이 모든 분야는 제가 실력을 더 키워서 말이죠!” 이젠 누군가의 본보기가 되었다고 조금 으쓱해보여도 밉지 않을 위치인 그이지만, 선배 유세윤과 후배인 양승영을 닮고 배우고 싶다고 말하며 자신을 한없이 낮춘다. 이런 그가 개그맨을 꿈꾸는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의외로 현실적이다.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하세요. 좋은 학교에 들어가 좋은 기회를 잡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그러면서도 열정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조건 밖으로 나가서 사람도 만나고 극단에도 뛰어들고, 아카데미에도 등록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세요. 집에만 있으면서, 아무 것도 해보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면 아무 것도 안 돼요. 그냥 일단은 나가서 고생도 해보고 부딪혀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사는 방법이 다르듯 웃음을 짓고 행복을 느끼는 것도 다 다르다. 그러나 같은 것이 하나 있다면 모나지 않고 둥근 사람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따스해진다는 거다. 김대성은 그런 점에서 이미 타고난 개그맨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런 타고난 개그맨을 봄이 다 가기 전에 만나 웃음 지을 수 있는 우리는 참 행운이다. 올 여름은 시원시원 웃겠거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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