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원광>이달의원광
 
제목 : 장만희 구세군대한본영 서기장관 2019년06월호

장만희 구세군대한본영 서기장관
믿는 대로
행하는 삶

4대째 구세군의 사람으로 살아온 집안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그가 구세군 사관으로 임관하는 것은 온 가족의 자연스러운 서원이었지만, 그래서 그는 오히려 벗어나고 싶었다. 고교 졸업 후 가족들이 미국 이민 길에 올랐을 때, 소위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30대가 되기 전 1년에 일억 이상의 수입을 만드는 삶의 목표를 세웠었다는 장만희 서기장관(구세군대한본영, 원불교의 교정원장 급).
이후 정말로 스물여덟 살 쯤 목표를 이루었지만, 그 순간 받은 감회는 ‘이것뿐인가.’였다. “돈을 쓰려고 버는 것 외의 어떤 의미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이게 다구나.’ 싶었죠.” 그때 마침 워싱턴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구세군 사관 친구 두 명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네가 사관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부터 너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동시에 일어난 일이라 뭔가 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어머니께 전화가 왔어요. ‘장만희, 돈 버느라고 바쁜 거 아는데, 성경책은 좀 읽고 계시나?’ 그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쾅 무너지더라고요.”
마음의 가책에 펼친 성경책에서 ‘도끼가 나뭇가지에 놓였으니, 열매 맺지 않은 나무는 잘라져 불에 태워질 것이다.’라는 구절을 보고, 마치 자신의 몸이 불에 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그. “‘서원의 약속을 벗어날 수 없는 거구나. 이제, 가야되겠다.’라는 생각이 든거죠.” 부부사역이 이뤄지는 구세군의 특징상, 부인의 “I can do that.(나 할 수 있어.)”이라는 말은 특히 큰 용기를 가능케 했다.
이후 LA다운타운에만 4만여 명에 이르는 알콜·마약중독자들을 위해 구세군이 시설을 운영한다는 사실에 매료되었다는 장 서기장관. ‘저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사역에 뛰어든 세월이 벌써 30년에 가까워졌다.

● 구세군은 대중에게 빨간 자선냄비로 더 친숙한 것 같은데요.
“자선냄비로 구세군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구세군은 교회의 선교활동으로서 존재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구세군은 12월 자선냄비만 하느냐.’고 하시는데, 자선냄비를 12월에 주로 하는 건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마음의 문을 여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 어려운 사람들의 필요는 계절을 따라가지 않죠. 1월부터 12월까지 늘 활동하고 있어요.”

장 서기장관은 미국 LA 구세군 사관학교에 입학해 2년 후인 1993년에 사관으로 임명을 받았다. 이후 한인 영문(교회)에서 사역을 하다가 알코올 및 약물 중독 치유센터를 운영하면서 매춘여성, 긴급구호, 재난 등 다양한 자선사업 활동을 했다. 2015년부터는 미서군국 부서기장관으로 사역하다가 2016년에 구세군대한본영 서기장관으로 임명받았다. 취임 당시 ‘구세군의 본래사업(순수자선, 약자지원 등)으로 돌아가자.’고 강조했다.

● 구세군에 대해 생소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영국 성공회가 타락해서 감리교가 생겼고, 감리교가 타락했을 때 구세군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뼈가 있는 말이지요. 다시 말해, 교회가 교회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교회의 본분’을 강조하며 그 가르침대로 살자고 외치는 것이 구세군입니다.”

구세군 창시자인 윌리엄 부스는 가난한 사람들이 교회에 들어가지 못하는 걸 보고 기존 교회에 염증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런던 브릿지를 건너가다가 다리 밑에 사는 사람들을 보고 ‘저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뭐든지 좀 해보자.’고 했고, 그 한마디는 현재 모든 구세군 사회사업의 근간이 되었다.

● 하는 일을 보면 종교 교단이라기보다, 실천하는 자선단체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구세군은 교단이 아니고, 선교 운동체입니다. 사회사업을 한다고 하지만, 그 성격이 자선단체에 더 가깝죠. 우리가 이야기하는 ‘자선’은 절대빈곤과 싸우는 것입니다. 절대빈곤에 있는 사람들이 목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갖고 재활하고 자활할 수 있도록 합니다.”

종종, ‘왜 구세군은 종교적이지 않은가?’라는 질문이 주어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우리는 종교적이기를 원치 않는다.’고 명확하게 답한다. 믿는 바를 행하면서 사는 게 삶의 목적이기 때문에, ‘종교적’이라는 틀은 중요치 않다는 것. “내가 매일 아침 일어나서 내 앞마당을 쓸면 우리 동네가 깨끗해지듯, 내가 믿는 바를 그대로 행하며 누군가에게 빛이 되어주면 되는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 미국과 한국의 활동에 혹 차이점이 있나요?
“미국에서는 절대 빈곤자들을 위한 활동이 많았다면, 한국에는 상대적인 빈곤자들이 많아요. 끼니를 굶거나 삶의 위기에 처한 상황보다 ‘서울 아이들은 다 가본 놀이공원을 우리 아이들은 못 가봤다.’는 등의, 소위 말해 남들 다 하는 걸 우리는 못해본 것에 대한 빈곤을 느끼는 거죠.”

사업 배분을 하다 보면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물론 따른다. 가끔 구성원들 사이에 ‘우리 애도 이건 못 가졌는데, 여기에 이렇게까지 다 주어야 하느냐?’는 갈등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 하지만 장 서기장관은 절대빈곤이 아닌 상황에도 조건 없고 대가 없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로 그것은 내 것이 아니라 좋은 일에 쓰이도록 누군가에 의해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고, 둘째로 누군가가 필요함을 요청했기 때문이라는 것. 하늘로부터 받는 은혜는 과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누군가에게 주는 것은 과하다고 여겨 인색해지는 이들에게 던지는 잔잔한 일침이다.

● ‘실천’이 많이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사관을 양성하는 대학원을 우리는 신학교라고 하지 않고 사관학교라고 합니다. 사관학교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사관이 되기 위한 ‘훈련’입니다. 급한 순간에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기도를 한다든가 마음을 가다듬어서 성결한 말, 성결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단련합니다. 학문적인 깊이를 더 연구하는 과정이라기보다, 삶의 변화를 훈련하는 과정인 거죠. 어느 교단이든지 가르치는 것은 ‘사랑’과 ‘사랑의 실천’입니다. 그것을 매일 실행하기 위해서,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많은 사랑을 행하기 위해서, 그래서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삶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 사는 것이 바로 ‘성결한 삶’입니다.”

● 다른 교단과는 달리, 부부가 함께 사역활동을 하는 점이 눈에 띕니다.
“창립자가 있지만, 그 위에 그의 부인(캐서린 부스)이 있다고 할 정도로 부인의 역할이 지대했어요. 당시는 여성의 설교가 금기시되던 시대인데, 이분의 설교는 아주 거침이 없었고, 창립자의 설교집은 남아있지 않지만 부인의 설교집은 남아 있죠. 구세군에서 부부사관은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목회자로서 일을 합니다.”

구세군의 경우 장 서기장관처럼 이미 결혼한 부부가 함께 사관학교(신학교)에 들어가 교육을 받고 사관이 되거나, 독신인 사관이 결혼을 하려면 같은 사관끼리만 결혼이 허용된다. 구세군에서는 부부를 ‘서로 부족한 것을 채운 더 나은 하나’로 보며 그 긍정적인 면이 더욱 잘 발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이 시대에 종교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종교의 역할은 곧 자신 신앙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자기가 믿는 대로 행하는 거니까요. 종교인도 결국은 세속에 삽니다. 그때, 우리가 배운 바를 따라 세속과는 다른 방법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처럼 다 먹지 않아도, 남들처럼 큰 집에 살지 않아도, 남들처럼 벌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거죠. 잘 믿고, 믿는 대로 반드시 행해야 합니다. 종교를 가진 사람으로서 일반 사람들보다 조금 더 높은 스탠다드로 살아가는 모습이 좋아 보이면,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 높은 스탠다드는 다시 더 낮은 자리로 향해야겠지요.”

● 탈종교화 시대, 종교가 위기라고 합니다.
“종교가 힘을 잃어버리는 이유는, 하나님을 닮자고, 예수의 가르침대로 살자고 가르치지 않고 ‘나를 따르라.’고 할 때입니다. 나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 절대자의 힘이 내 것이 됩니다. 우리가 그 전달자로서의 역할이나 방향성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만류귀종(萬流歸宗)이라고, 모든 학문이 하나이듯 종교가 추구하는 모든 가치도 끝에서는 하나로 만납니다.”

● 평소 표준으로 삼는 말씀이나 좌우명이 있다면 전해주세요.
“<요한복음> 3장 16절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이 말씀이 기독교의 가장 근간이 되는 말씀인데, 여기에서 ‘그를 믿는 자마다’라는 말은 곧 ‘누구든지’라는 의미입니다. 이 ‘누구든지’에는 모두가 다 포함됩니다. 저의 목회철학은 누구에게든지 친구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구세군 역사서에 실린 일화다. 어떤 사람이 제복을 입은 구세군 대장을 호텔 직원으로 오해해 짐을 들어달라고 했다. 구세군에서의 대장은 가톨릭에서의 교황과 같은 위상임에도 불구하고, 대장은 짐을 방까지 친절하게 옮겨주었다. 혹 엉뚱한 사람이더라도 섬김에 있어서는 단 한 순간도 머뭇거림이 없음이 구세군에서 강조하는 정신이다.

●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이 뭘까요?
“많은 분들이 ‘행복은 어디서 얻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행복은 내가 나를 나누어줄 때 가장 쉽고 빠르게 옵니다. 우리가 노숙인 사업이나 길바닥에 버려진 사람들에게 더 많은 노력을 하는 이유는, 누구든지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는 권한과 하늘나라의 백성이 될 수 있는 은혜가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함께 나누는 것뿐입니다. 내가 받은 은혜를 나눌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