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와 판단력
글. 김도공

“말을 타고 천하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말을 타고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한나라 고조 유방(劉邦)에게 신하 육가(陸賈)가 충고한 말이다. 창업과 수성의 방식이 달라야 큰 조직의 운영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전쟁터를 누비며 천하를 얻었던 당나라 태종 이세민(李世民)도 이 말을 깊이 새겨 중국이 자랑하는 ‘정관의 치’(이세민의 치세)를 이루었다.
교단의 주요한 직책들이 새롭게 정해지고 인사배치를 마쳤다. 새롭게 선출된 지도자들은 그동안의 살아왔던 결과로서 그 자리에 정해질 수 있었다. 그동안 살아오는 과정 속에서 자신만의 소신과 원칙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소신과 원칙들은 때론 독이 될 수도 있다. 자신만의 소신과 원칙을 고집할 경우 지도자의 자리에서 해야 하지 않아야 될, 편 가름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신과 원칙에 의해 조직을 관리하면 그 일이 다 마쳐지고 나서 소신과 원칙에 충실했다는 정도의 평가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역사에 남는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면, 조직을 새롭게 발전시켜볼 생각이 있다면, 창의적인 시각과 새로운 틀에서 소위 말하는 반대파까지도 안을 수 있는 ‘큰 통치’에 대한 구상과 판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도자에게는 상황을 파악하는 판단력, 인재를 알아보는 판단력이 중요한 것이다. 지도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은 리더쉽보다도 판단력이다. 리더쉽은 판단력을 실행시키는 에너지일 뿐이다. 그러한 판단력을 옳게 유지하게 만드는 것도 흐리게 하는 것도, 역시 주변에서 보좌하는 참모들이다. 참모들의 말을 잘 들어야 하지만, 참모들에만 의지해서도 안 된다. 이것이 참 어려운 것이다.

보좌하는 참모들도 잘 처신해야 한다. 지도자가 넘어지려고 하는데 옆에서 부축하려 하지 않고, 지도자가 넘어졌는데도 부축하여 일으켜 세우지 못한다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지도자의 판단이 잘못되려 할 때 진정으로 간하고, 지도자의 정책이 실패했을 때 그 정책의 수습을 위해 진심으로 도와주는 사람이라야 ‘진정한 참모’의 길을 걷는 사람이다.
지도자의 말과 판단이 옳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시간이 지나갈수록 지도자나 책임자는 일마다 오판을 하게 되고 결국은 교만해진다. 주변에는 아첨하는 사람들만 늘어나게 되며,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은 사라지게 된다. 이런 조직의 미래는 오래지 않아 확인 가능해진다.

지도자는 대중들의 요구에 대한 판단도 잘해야 한다. 지도자는 대중들의 요구와 판단에 대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자기에게 이익되는 경향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사악한 선동가는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앞세워 정치적으로 전면에 나서기도 한다. 대중의 여망에 부응하면서 인기를 얻는 이도 있고, 대중의 여망에 역행하면서 미움을 받는 이도 있다. 그러나 대중의 여망에 부응한다고 해서 항상 옳은 길을 가는 것은 아니며, 대중의 여망에 역행한다고 해서 항상 틀린 길을 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지도자는 살피고 살펴서 ‘옳은 판단을 정확히’ 해야 한다. 그러기에 지도자의 자리는 각광받고 주목받는 자리이기보단 참 외롭고 힘든 곳이다.

그 고독을 이겨내기 위해서도, 관리해야 될 조직을 위해서도,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을 날마다 되새겨야 한다. “지도 받는 사람 이상의 지식을 가질 것이요, 지도 받는 사람에게 신용을 잃지 말 것이요, 지도 받는 사람에게 사리(私利)를 취하지 말 것이요, 일을 당할 때마다 지행을 대조할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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