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업을 행하는 길을 걷다
경찰대 출신 변호사, 전형환 씨
취재. 이현경 기자

“로스쿨 시험에 도전해 보면 어때?”
경찰대 동기의 제안에 마음이 갔다. 당시 경찰대 졸업 후 경감으로 근무하던 그에게 ‘법’은 대학 시절에 배운 학문이었을 뿐 아니라, 경찰 업무에 있어 가까운 존재이기도 했다. ‘정식으로 법을 배우면 좋겠다.’라던 평소 생각은, 법학적성시험 전날까지도 출동하는 바쁜 일상 속의 그를 법학전문대학원생으로 만들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면서도 변호사시험에 한 번에 합격한 전형환(법명 성운, 39세, 원광대학교교당, YK법률사무소) 변호사. 경찰로서의 풍부한 수사 경험은 변호사 활동의 든든한 뒷받침이다.

경찰에서 변호사로
“객관적이고 실체적인 진실을 추구합니다.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아야 하니까요.”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수사관이 이 같은 마음은 아닐 터. 하지만 2018년 9월 말에 경감으로 퇴직하기까지 그는 약 13년 동안 이 신념을 중시했다. 그 덕분일까? 각종 가정폭력, 성범죄, 청소년 사건 등을 담당하며, 학교폭력대응 전국 1위, 국무총리로부터 모범공무원 표창 등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작 보람은 숨은 곳에 더 크게 자리했다. “경찰이기에 다른 분들에게 직접 도움 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길을 잃어버린 할머니를 도와드렸었는데, 그때 참 기쁘더라고요.” 도움을 실천할수록 마음은 풍요로웠다.

하지만 실제 로스쿨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1학년 1학기에는 상황실 3교대 근무를, 졸업할 때까지는 기동순찰대에서 야간근무를 하며 근무지(전주)와 학교(익산)를 오간 전 변호사. “야간 근무가 끝난 다음 날 오전 수업은 참 힘들었어요. 매일 커피를 달고 살았죠.” 주변의 응원만큼이나 시기와 질투도 있었던 것이 사실. 여기에 아버지의 병환과 별세로 로스쿨 생활에 위기를 맞이할 때도 있었지만, ‘과거보다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부족한 시간 속에서 밤을 새워가며 공부한 결과 1차 졸업시험을 통과, 일명 올림픽 정신으로 2·3차 졸업시험에서도 2등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얻었다. 그 기세를 이어 변호사시험까지 한 번에 합격해 ‘경찰대 출신 변호사’라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수사나 변호나, 형사 절차에서 역할만 다르게 나뉜 것이지 본질은 같은 것 같아요.” 평균 40~50여 건이 넘는 사건 앞에서도 그의 신념은 한결같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의뢰인의 말을 들어주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것. 특히 수사 경험과 법률적 지식이 어우러진 도움을 줄 때 ‘변호사가 되길 잘했구나.’라고 생각한다. “공직에 있을 때보다 더욱 자율적인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사건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더해지고 있다.”며 웃어 보이는 그다.

생애전환기와 교전봉독
전 변호사와 원불교의 인연은 꽤 깊다. 마령교당에 다니던 친할머니가 그를 입교시켰고, 부모님은 효자교당에 다니는 신심 깊은 교도다. 교당 주변에 집이 있어 어릴 적부터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꾸준한 신앙생활을 해왔다.

로스쿨에 입학해서는 로스쿨 원불교 동아리 ‘법심향’ 활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시간은 공부에 지친 심신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교무님께서 변호사시험 전 50일 기도를 해주시는데, 기도문 내용이 너무 좋아서 책상 앞에 붙여 놓고 공부를 했어요.” 원불교 교리와 교무님의 말씀은 순간순간 깊게 와 닿았다. 그가 후배들에게 법심향 활동을 강력히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히려 바쁨 가운데 더욱 마음을 챙긴다는 그. 생애전환기에 가까워져 가며 부쩍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많다. “삶 속에서 내가 꼭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을까, 앞으로 수행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럴수록 행하는 것이 바로 <원불교교전> 봉독이다. 검사, 변호사, 교수를 역임한 후 불교학 박사를 취득한 담당 지도 교수를 보며 그는 이러한 생각에 확신을 더한다. “많은 분에게 도움을 줘서 제 스스로도 많은 선업(善業)을 쌓아 나가고 싶어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눈빛에 그 의지가 가득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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