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이 있다
글. 강명권

오늘은 서울극장에서 여성 노숙인 영화 상영을 하는 날이다. 종민협(종교계노숙인민관네트워크)이 제작비를 지원하여 여성 노숙인의 현실을 사회에 알리기 위해 진행한 사업이다. 1년 만에 제작해 시사회와 종교 방송 등에 알리려고 하였지만 쉽지 않았다.
여성 노숙인들이 자신의 일을 알리는 것을 두려워하고, 가능하면 이야기를 안 하려 하다 보니 섭외가 쉽지 않아 2년여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사실 오늘 시사회도 참여가 많이 없을까 걱정 되었는데 다행히 200여 명이 참여해 주었다.

시사회에서는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되었다. 한 편은 종민협에서 만든 ‘그녀들이 있다’라는 다큐로, 우리나라 여성 노숙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또 하나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여성 노숙인 다큐이다.
미국 다큐는 90세 된 여성 노숙인이 20년 이상 빨래방의 의자에서 잠을 자며 거리에서 지내온 이야기이다. 빨래방을 이용하던 사람들은 이 여성을 처음에는 낯설어하고 어려워했지만 차차 노숙인이 아니라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마을주민으로 대하며 서로의 이야기와 감정을 나눈다. 때로는 여성 노숙인에게 인생 상담을 하기도 한다. 결국 그녀는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고, 나중에는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에도 알려지는 유명인이 된다.

결국 노숙인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한 사람의 삶만이 아니라 지역 전체가 더욱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반면에 우리가 만든 다큐는 여성 노숙인이 거리를 떠돌게 된 대부분의 사연들이다. 마지막까지 자녀와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했으나,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의 냉담한 눈길과 함부로 대하는 일들로 상처가 더욱 깊어지고 다시 제자리로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많다. 다행히 주위의 도움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한발씩 내딛으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삶의 연속이다.

조선시대나 그 이전 시대에는 걸인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한 지역 사람으로 대하며 그들을 기피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보다 세상은 진보하고 더욱 밝아지는데, 오히려 이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퇴보되어가고 있다. 노숙인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사회적 모순으로 생겨난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 단순히 개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해 무능력하고 쓸모없는 사람으로 취급하고 혐오와 기피의 대상자로 만든다. 받아들이면 가족이 되지만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남남이 되어 이익만을 좇는 삶이 된다.

영화 속 여성 노숙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노숙의 삶이 어쩔 수 없이 살아가게 된 삶의 모습임이 알려져서 그들을 대하는 시선과 태도가 달라지기를 바란다. 아울러 그들이 헤어진 가족들과 다시 만나는 날도 찾아오기를 바란다.
자신의 이야기를 용기 있게 전해주신 여성 노숙인들에게 감사하다. 그들이 다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날까지 건강하기를 두 손 모아본다. 
후원 | 우리은행 1005-202-256361 재단법인 원불교   문의 | 원봉공회 02)823-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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