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주산 종사에게 묻다!
글. 이동하 솔로몬경영개발원 소장

서양과 동양의 시각은 다르다. 지리상의 발견은 서양의 시각이지만 서세동점(西勢東漸)은 동양의 시각이다. 시각이 한편으로 치우치게 될 때 인간은 오만과 편견에 빠지고 사회는 극우와 극좌로 분열된다. 깨침은 열림이다. 열림은 자신만의 시각에서 벗어남에서부터 시작한다.
원불교 ‘개교의 동기’는 균형 잡힌 시각에서 세상의 변화를 바라보며 인류 진화의 도, 인간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서양과 동양의 대립적 시각이 아니라 물질개벽을 선도하는 서양의 과학과 정신개벽을 주도하는 동양 도학과의 병진, 이를 통한 인류사회의 깨침을 촉구하고 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마르크스는 비판적 입장에서 현실을 보았지만, 막스 베버는 전향적 관점을 제시하였다. 베버는 그의 대표 논문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통해서 공익정신을 지닌 사업가에 의한 사회공동체 번영을 낙관하고 있다. 

인간은 ‘육신’이라는 숨 쉬는 그릇에 ‘마음’이라는 생명수를 담고 있다. 육신이 약화되면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이 경계에 처하여 마음이 흔들린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못하면 생산성이 낮아서 의식주 기초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여 강자·약자 간에 갈등이 일어난다. 

인간의 유전자는 이기적 유전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타적 유전자도 있다. 이기적 유전자가 사회에 팽배하여 극(極)에 달하면 음양상승 순환의 이치에 따라 이타적 유전자가 봄날처럼 나타나기 시작한다. 인류사회는 강과 약이 정-반-합의 변증법적 진화의 과정을 겪어왔다.
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는 죽을 때 머리를 고향으로 향한다. 환지본처(還地本處), 탁발행각 후 본래 자리로 돌아온다. 진화의 변곡점에서 혁신이 일어난다. 낙엽이 대지로 돌아가고, 물은 비구름이 되어 돌아온다. 더 큰 성장을 준비한다. 바로 순환과정 속에서의 혁신(革新)인 것이다.
주역의 ‘택화혁(澤火革)’ 괘에서 혁신의 지혜를 빌려본다. 괘의 맥락은 “우물에 바람이 잘 통하니 물이 잘 솟아난다. 이 시기를 지나면 연못 아래 불이 타면서 물이 증발되듯이 표변(豹變)의 변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새로움을 갈망하는 기운이 천하에 감돌면 혁신은 일어난다.

‘민중의 활불’ 주산 종사는 26세 된 원기 17년(1932년), <연두서(年頭誓)>라는 제목으로 새해 서원 4가지 계획 실천을 다짐했다. 요지는 교과서 개발, 법설 기재 특별주력, 민중생활 접근, 미래지향 제도기획 등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혁신의 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교과서 개발’은 교단의 주역이 될 후진육성, ‘법설 기재 특별주력’은 교화현장 법맥(法脈) 잇기, ‘민중생활 접근’은 교법의 사회화, ‘미래지향 제도기획’은 교단경영의 시대화를 위함이다. 주산 종사는 이 4가지 서원을 불혹(不惑)의 40세 열반에 드시기 전까지 일관하시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언젠가 말씀하셨다. “정산·주산 두 형제는 세세생생 내 꼴마리에 차고 다닐란다. 나의 마음이 그들 마음이요, 그들 마음이 곧 나의 마음이 되었노라.” 교단의 혁신이 어디 먼 곳에 있으랴? 헌심영부, 허신사계(獻心靈父, 許身斯界), 바로 주산 종사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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