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의
글로벌 개벽대학을
꿈꾼다
박맹수 원광대학교 총장

대담. 노태형 사장    정리. 장지해 편집장

취임 후 100일 동안 만난 인사가 무려 2천여 명.
길지 않은 시간, 부지런히 사람들을 만난 이유는 달리 없다. 경영자로서 ‘지속가능한 대학’을 만들기 위해 ‘사람을 만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 “대학 재직 20년 동안 배운 것보다, 지난 3개월간 경영, 금융, 법률,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더 많은 걸 배웠다.”고 말하는 박맹수(법명 윤철, 정수위단원) 원광대학교 총장. 그러나 이는 향후 ‘4년 동안 5만 명을 만나겠다.’는 목표의 아주 일부일 뿐이다.
오랜 시간 학자였기에 ‘경영자로서의 역할도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주변의 우려가 있음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걱정하지 않는다. 원불교 교조 소태산 대종사가 밝힌 ‘영육쌍전·이사병행’만 잘 실천하면 일(경영)도 공부(연구)도 성공함을 알기 때문. “공부와 사업을 병행하고, 일과 이치를 함께 연마하는 그런 경영자라야 21세기형 대학총장이고, 그게 개벽총장으로서의 자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학 경영 역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변화를 꾀해야 할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는 것. 이러한 시기에 수위단원이자 총장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그는 매일 깊게 되새긴다. ‘지금까지는 볼 수 없고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차원을 연다.’는 뜻의 개벽의 꿈을 담아 ‘세계 유일의 글로벌 개벽대학’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곧 소태산 대종사의 꿈이자 원불교의 꿈이고, 모든 동문과 교직원 그리고 재가·출가 교도들의 꿈이기도 하다.

● 취임 100일의 소감을 들려주시죠.
“우리나라 대학의 입장에서 지금은 위기의 시대예요. 또 다르게 보면, 지금이 원광대학교도 원불교 교단도 크게 업그레이드 되는 찬스라고 생각해요. 몸은 지치지만, 이런 기회를 주신 스승님들의 뜻, 그리고 학교 구성원 및 재가·출가교도님들의 성원에 부응하려 합니다. 아무나 맡을 수 없는 자리인데 엄청난 기회를 저에게 주셨잖아요. 또 개인적으로는 전생의 빚도 갚으면서 복도 짓는 기간으로 삼아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덧붙여 그는 취임 100일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며 절실히 깨달은 게 있단다. 그건 바로 ‘전문가들과 소통하지 않으면서 경영만 강조한다고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 ‘세계 유일의 글로벌 개벽대학’을 슬로건으로 내세우셨는데요.
“경영 방침은 크게 네 가지예요. 첫째는 소통하는 경영, 둘째는 현장을 찾아가는 경영, 셋째는 데이터 경영, 넷째는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경영이지요. 그 중 취임 100일 평가에서 가장 많은 피드백을 받은 게 ‘소통을 열심히 하는 총장’이라는 거였어요.

아침마다 직접 단과대학이나 각 부서를 방문하고, 단과대학 학생회 해오름식(출범식)에 참석해서 학생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최근 학과별(총 65개 학과) 교수간담회를 시작한 것들이 나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아요. 그렇게 각 부서나 학과가 가진 과제를 보고받고 동시에 대학 본부가 가진 문제도 전달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해법을 찾아 나가고자 해요. 또 지역별·직업별 동문회에도 참석하고, 지역사회 인사들과도 꾸준히 연계하면서 원광대학교에 대한 많은 분들의 애정과 사랑을 참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 순교를 잘하는 총장님인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웃음)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원광대학교 내에 100여 개의 건물이 있는데, 지금까지 3분의 2를 돌았어요. 다녀보니까, 평교수로만 있을 땐 늘 가던 길만, 가던 현장만, 가던 부서만 가느라 보지 못했던 것이 보여요. 예를 들어 공대에서 의대로 넘어가는 오솔길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데, 보도 블럭이 깨져서 날씨가 궂으면 불편함이 많았어요. 그런 것들을 바로 해결하는 거죠. 현장을 다녀보면 그게 돼요.”

여기에 더해 데이터에 바탕한 경영도 강조하는 박 총장. 데이터에 근거하면 감정적이지 않고 객관적으로, 그리고 큰 충돌이나 대립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경영을 위해 특히 익산시와 밀도 깊은 관계를 맺고, 때론 직접 당면한 현실을 호소하려고도 한다. ‘익산소재 원광대학을 원광대학만의 원광대학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익산시의 원광대학 또는 전라북도의 원광대학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이다.

● 임기 내 가장 중점적으로 진행할 사업은 무엇인가요?
“문만 열어놔도 대학이 성장하는 양적 성장 시대는 지났어요. 이젠 질적 성숙의 시대로 가야 하는 거죠. 이러한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원광대학 만들기’가 저의 임기 4년 중 가장 큰 목표예요. 그러려면 안정적인 재정확보가 핵심이죠. 그걸 세 가지 정도의 방법으로 해내고자 합니다.”

안정적인 재정확보를 위한 노력의 첫 번째는 바로 예산 절감이다. 중복되는 예산, 낭비되는 예산, 또는 사업이 비슷해서 충돌되는 예산들을 정리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두 번째는 재정지원사업 수주 확대다. 교수진들의 연구력을 강화해 정부나 지자체 또는 공공기관으로부터의 재정지원 수주를 2배 이상 확대해 나가고자 하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발전기금 확충사업이다. 바로 여기에 ‘4년 임기 내 5만 명을 만나겠다.’는 목표의 가장 큰 이유가 들어 있다.

● 발전기금 확충은 특히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텐데요.
“원광대학교의 ‘지덕겸수·도의실천’이라는 건학이념에 이미 도학과 과학을 겸비한 인재상이 담겨 있어요. 그걸 21세기형 표현으로 하면 ‘따뜻한 인성을 갖추면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죠. 그런 인재를 우리가 키워내겠다는 거예요. 저는 원광대학교에 관심 있는 유력 인사, CEO, 동문들에게 ‘우리 대학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글로벌시대에 맞는,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그런 인재를 키워내겠다.’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어요. 그러면 후원도 따라오겠죠.”

물질을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게 박 총장의 생각이다. 소태산 대종사가 저축조합이나 간척지 공사를 했던 역사 역시 재정을 마련해 더 큰 일을 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원불교는 청빈을 강조한 종교가 아니라 청부(淸富, 깨끗한 부)를 강조한 종교.’라며 ‘깨끗한 재정, 진리적인 재정, 과학적인 재정, 사실적인 재정, 정의로운 재정’을 추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대학이 위기인 시기라고 합니다. 위기를 극복해 나갈 비책을 전해 주신다면요?
“원광대학교는 대한민국 220개 대학 중 배후도시 인구가 30만 미만에 위치한, 유일한 대학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합대학으로서 굳건히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건, 설립주체인 원불교 교단을 비롯한 모든 구성원들이 그만큼 열심히 해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향후 대학 환경은 갈수록 심각해질 거예요. 이 현실을 극복할 방법의 첫째는, 우리 구성원들과 그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거예요.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로 받아들여야 해요. 부서별 직원 간담회, 학과별 교수 간담회를 정례화한 것도, 이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게 선결 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또 하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조건은 바로 구조조정이다. 구조조정은 시대의 대세라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그는 이를 집단지성의 방법으로 합의해 해결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교직원 연수방식도 180도 변화시키려 한다. 천여 명이 하루에 끝내던 연수를 40~50명 단위 그룹으로 나눠 1박 2일로 영산성지에서 진행하는 것. 이는 원불교와 원광대학교가 성장해 온 뿌리와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또 총장을 중심으로 한 본부와 현장 교수진들의 고민거리를 상호 허심탄회하게 나눔으로써 갈등과 비판을 최소화해 길을 찾아가고자 하는 의지다.

● 교무이자 원불교학과 교수 출신으로서, 원불교학과의 진로 문제에 대한 고민도 많을 텐데요.
“원광대학교는 원불교의 개교표어와 개교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일환으로, 소태산 대종사님 재세 시 1928년(원기 13) 제1대 1회 기념총회 의결사항에서 이미 구상되었던 사업이에요. 1928년부터의 꿈.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차원의 문명을 건설하는 역군을 기르기 위한 일환으로 세운 교육기관이 바로 원광대학교라는 거죠.
그래서 4월부터 발족하는 원광미래혁신위원회 5~6개의 중요 항목에 건학이념(지덕겸수·도의실천)을 넣었어요. 이건 개벽학을 수립하는 문제와도 관련이 되고, 글로벌 개벽대학을 만드는 것과도 관련이 되죠.

이 부분을 앞으로 전 교직원들에게 집중적으로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공감하게 하려고 해요. 또 지금까지 익숙해 왔던 사고방식, 가치관,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해요. 마음공부만이 아니라 과학공부도 마음공부만큼 강조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융복합적 인재를 만들어 내야죠.”

● 미래대학으로 가기 위한  특성화와 전문화 전략은 무엇인가요?
“훌륭한 인성과 탁월한 4차 산업적 기술에 능통한 인재 양성을 위해 올해 소프트웨어중심사업단이 출범했어요. AI·인공지능·홀로그램·가상현실·VR·로봇 등을 교과과정 속에 과감하게 도입해서 현장 수요형 인재들을 키워내는 사업이에요. 또, 농생명 분야를 더욱 특화하려고 해요. 훌륭한 자원을 가진 농식품융합대학을 바탕으로 전라북도의 미래의 땅 새만금을 활용한 농생명 사업을 추진하는 거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불교사상연구원·마음인문학연구소·동북아인문사회연구소·한중관계연구원 등 소위 범 인문학 계열 교책연구소들의 통합회의(매월 1회)를 직접 주재하고 있어요. 원광대학이 가진 훌륭한 인재와 자원들을 결합해 새로운 인문학 메카 대학을 만들고자 합니다.”

● 원광대학교는 곧 원불교의 자존심이기도 한데요. 자랑을 좀 해주세요.
“원광대학교는 개벽의 일꾼들을 길러내는 산실이에요. 220개 4년제 대학 중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포함한 메달을 제일 많이 딴 대학, 전국 60여 개 ROTC 학군단 가운데 학군장교출신 장군을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이 바로 우리 대학이에요. 어디 그뿐입니까? 220개 대학 중 최고로 아름다운 자연식물원, 개벽학을 연구하는 세계 유일의 연구원(원불교사상연구원)도 우리 대학밖에 없어요.”

전국 11개 치과대학 중 3년 연속 전국 수석을 배출한 것도, 간호학과 가운데 8년 연속 100% 합격률을 낸 곳도 원광대학교뿐이라는 게 박 총장의 자랑. 한국 사회가 요구하고, 세계가 요구하는 인재를 제대로만 길러내면 그게 무엇보다 큰 자부심이자 보은이라는 것이다.

● ‘수위단원 총장’에 많은 기대가 쏟아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총장 된 시기와 수위단원 된 시기가 거의 비슷한데요. 어떤 반성을 가장 먼저 했냐면, ‘그동안 나는 내 일만 열심히 했구나.’ 하는 거였어요. 내 일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정말 열심히 했죠. 하지만 그건 부분공심으로 열심히 살았던 거였고, 전체공심을 가지고 교단을 바라보면서 고민하는 시간은 다소 부족했다는 걸 인식하게 됐어요.

수위단원으로서의 역할에는 원광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교단의 교육 분야에 대한 정책 제안을 열심히 해야 하는 책임과,  한 분야에만 떨어지지 않고 교단 전체를 균형 있게 이해하고 바라보며 그에 맞는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역할이 주어진 것 같아요. 이 두 가지 직책이 부분공심으로 살아왔던 저를 전체공심으로 새롭게 살아가도록 하고 있어요.”

● 평소 ‘개벽’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데요, 개벽종교로서 원불교가 지향해갈 길을 일러주세요.
“원불교는 과거 선천시대의 종교들이 풀지 못했던 숙제들을 풀기 위해 나온 종교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지구 전체의 차원에서 사람과 자연, 나아가 사람과 사물이 똑같이 평등한 존재로 이해되고 존중받는 문명을 만드는 일을 해야 해요. 원불교식으로는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대의가 전 지구적으로 실현되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죠. 또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극복하여 평화통일을 이루어야 하고, 삼동윤리를 몸으로, 생활로, 제도로 제대로 실현해야 해요. 이게 되면 모든 종교를 연결하고 소통시키는 개벽종교가 될 거예요. 그런 종교를 한국 사회도, 전 세계 인류도 원하고 있어요. 개벽종교는 그 속에 다 있어요.”

개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항간에 ‘동학쟁이’라고 불리는 것을 아는지 물었다. 그러자 껄껄 하는 웃음과 함께 ‘저 동학쟁이 확실합니다.’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핵심은 ‘그때의 동학은 특정 종교의 동학이 아니다.’라는 것. 동학에서 ‘동’은 생명, 평화, 상생, 공존, 생명의 본질이라는 의미와, 한반도의 역사와 전통에 가장 어울리고 적합한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뜻이 담겼다는 것. 박 총장은 자신을 ‘한국에 태어나서 한국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사람’이라며, 생명의 원형을 드러내고자 하는 ‘동’학의 새로운 모습이 바로 원불교라고 했다.

● 시대화·생활화·대중화를 위하여 원불교가 더 고민해야 할게 있다면요?
“1975년(원기 60)에 원불교학과에 입학할 때부터 지금까지 화두로 가지고 있는 게 있어요. ‘종교적 신앙과 민주주의는 반비례 하는 것인가?’이죠. 저의 개인적인 소신은, 정비례한다는 거예요. 종교적 신앙을 제대로 할수록 가장 민주주의를 잘 실천하는, 가장 민주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해요. 독단, 편견, 아집이 많이 떨어질수록 진짜 신앙을 잘 하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일수록 열렸기 때문에 민주적일 수밖에 없죠.

우리 교단 또는 교단 지도부가 ‘신앙과 민주주의’의 문제에 대해 지금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공부하고 연구하고 토론하면서 그것을 달성해 나갈 때, 제가 열아홉에 원불교에 투신했듯 많은 젊은이들이 원불교에 다투어 뛰어들 거라고 생각해요.”

● 미래종교로서 원불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원불교는 등장 당시 이미 ‘미래종교’의 모습이었어요. 그 믿음과 확신, 자신감을 가지세요. 미래종교로서의 모습이 가장 간명하고 쉽게 제시된 게 바로 표어들이에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표어는 미래종교만이 표현할 수 있는 캐치프레이즈죠. 보이지 않는 허공에 복을 기원하지 말고 실지로 복과 혜를 줄 수 있는 대상에 불공하라고 한 ‘처처불상 사사불공’은 미래 신앙을, ‘무시선 무처선’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미래 수행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어요. 우리 표어가 곧 미래종교의 가르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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