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주인 되는 미디어
도봉구 방학3동 은행나루 마을방송국

취재. 이현경 기자 

노란 불빛 아래, 마을의 이야기가 흐르는 곳.
방학3동 주민센터 지하 1층이 북적북적하다. 오늘은 바로 은행나무 마을방송국의 녹음 날. 이한천 방학3동 동장과 권미희 통장이 진행 준비를 하는데, 어디선가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통장님, 빨리 오세요~.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아직 한 명의 패널이 도착하지 않은 것. 이윽고 스튜디오 안에 ‘ON AIR’ 불이 켜진다. 뽀로로 권 씨의 오프닝으로 눈앞에 봄 날씨가 펼쳐지는가 싶더니, 이내 이 동장이 “전국 유일 통장님들의 즐거운 수다 방송!”을 외친다. 곧 이어지는 우렁찬 박수와 함성 소리.

대화의 첫 물꼬는 “왜 늦으셨어요?”라는 장난스러운 질문이다. 그제야 최 통장이 “고등학교에 봉사활동을 가서, 학생들에게 자원봉사 교육을 해주고 왔어요.”라며 수줍게 답하는데…. 다들 고개 끄덕이며 앞다퉈 칭찬하더니, 줄줄이 마을 소식을 전하고, 주민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전국 최초로 민·관 협업으로 운영하는 방송국이니만큼 프로그램의 풍경도 다양하다. 동장과 33명 통장들의 <라디오 반상회>뿐만 아니라, 매주 도봉구와 방학3동의 소소하지만 유익한 소식을 전하는 마을 정보 프로그램 <소마뉴도봉(소소한 마을뉴스)>(지금까지 참여한 패널이 800여 명), 금요일이면 4명의 DJ가 돌아가며 일상의 위로와 쉼을 주는 음악방송 <아침 10시, 이야기 소파>, 일요일마다 마을에 통찰을 전하는 책을 읽는 북클럽 <마을인싸클럽>, 금요일 격주로 방학3동 주민자치회의 각 분과원들이 출연하는 <주민자치회가 간다!> 등 그 개수를 셀라치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

그러니 박영록 PD가 “76세의 할머니께서 시 낭송 방송을 하시기도 하고요, 그림책 방송도 동영상 촬영을 더해 이뤄질 예정이에요.”라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주민들도 “퇴근할 때마다 짜증만 냈었는데, 퇴근 후 방송을 하고 집에 들어갈 땐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르고 있더라니까요.” “스튜디오 안에서는 서로 예의를 지키게 되니까 세대 차이도 없어요.” “오랫동안 살아온 동네지만, 이렇게 알수록 새삼 새롭고 이제 진짜 내 동네가 되었어요.”라며 방송 참여에 더욱 열의를 보인다.

마을 방송에 관심 가진 이들을 위해 이곳에서는 미디어 교육도 진행된다. 김미현 운영담당자는 “교육 대기자 명단이 있을 정도예요.”라며 민·관이 파트너가 되어 운영되는 미디어의 파급력이 놀랍고, 자신 또한 이곳에서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그 또한 미디어 전문가로서 주민들의 재능을 끌어내며 지역과 주민의 연계로 방송의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돌이켜보면 은행나루 마을방송국의 탄생에도, 당시 이형업 동장을 비롯한 1기 수료생의 열의와, 주민자치위의 장비 지원 등의 배경이 있었다.

“2016년에 개국한 이후, 1~2년 동안 주민센터 2층 강의실에서 녹음하며 방송을 해왔죠. 캐비닛에서 장비를 넣었다 뺐다했었어요.”라고 말하는 김 씨. 그러나 어느새 그 어려움은 주민센터의 장소제공으로 해결되더니, 주민들의 참여로 알차게 꾸려지고, 이제는 세계 각국에서 탐방을 온다. 더구나 가까운 방학1동도 이곳을 모델로 삼아 학동지마을방송국을 만들었다고. “마을미디어를 통해 마을의 이야기를 보관·공유하고, 역사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잖아요.”라며 김미현 씨가 밝은 웃음을 보인다.

이제는 사람들이 주민센터에 자리한 은행나루 마을방송국의 간판을 보고 “거기 방송국이 있다면서요?”라고 말하거나, “은행나루….”라고 말하기도 전에 “방송국이요?”라고 되묻는다. 점차 서로의 얼굴과 목소리를 아는 이웃들이 늘어나자, 대화의 폭도 넓어졌다. “도봉구가 전국에서 양말공장이 제일 많은 거 아세요?” “도봉구에는 택시 회사도 많아요~.”라며 지역의 콘텐츠를 나누며 행복을 키우고 깊은 삶의 의미를 맛본다.

청취 방법을 보다 쉽게 알려준 것도 한몫했다. 유튜브와 애플리케이션 팟빵, 카카오톡 친구추가에서 ‘은행나루 마을방송국’을 검색해 방송을 들을 수 있고, 페이스북에서 ‘은행나루 마을방송국’을 검색하면 마을방송국의 근황과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언제든 다시 또 들을 수 있는 콘텐츠들처럼 도봉구 방학3동 주민들의 행복도 이곳에 자리한다. “안녕하세요? 은행나루 마을방송국에 처음 오셨죠?” 행복이 시작되는 인사다.  문의Ι은행나루 마을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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