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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추억을 불러오는 손맛 2019년04월호

새하얀 가닥이 늘어나는 마법, 수타면
추억을 불러오는
손맛

밀가루가 꽃가루처럼 날린다.
익산시 무왕로에 있는 중화요리 전문점. 수타면을 뽑아내는 광경이 어른들의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젊은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주인공은 30여 년 수타 경력을 자랑하는 윤정호 씨. 그의 여유로움 너머로 부인 박재영 씨가 요리 준비에 바쁘다. 딸 윤주영 씨 또한 손님이 앉은 테이블로 다가가 서빙 중이다. 오전 11시경, 영업이 시작된 지 10분 만에 가족들은 봄 햇살과 함께 들어온 첫 손님을 맞이한다.

주문과 함께 곧바로 “탕탕탕.” 소리를 내며 24시간 숙성된 반죽이 나무 도마 위로 매섭게 때려진다. 이내 윤 씨의 양손에 잡힌 반죽이 허공에서 물결치며 길게 늘어나고 다시 접히기를 반복한다. 어느 정도 반복했을까, 반죽은 꽈배기처럼 꼬아지며 반죽과 반죽끼리 서로 맞부딪친다. 이내 윤 씨가 가닥을 잡기 시작하면 면은 점점 여러 갈래로 적당한 굵기를 찾아간다. 도마에 놓인 채 칼로 반죽의 옆면을 자르자 가지런한 수타면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물이 펄펄 끓는 솥에 20초간 면을 삶다가, 나무 막대로 휘휘 저어 거품을 가라앉히고 기다리기를 5~6초. 잘 삶아진 면을 찬물에 헹구더니 다시 뜨거운 물에 데워 물기를 뺀다.

이렇게 한 그릇, 두 그릇, 윤 씨가 손수 만든 면을 그릇에 담아낸다. 여기에 부인 박 씨가 짜장 소스를 얹고 “올려주세요~.”라고 말을 건네면, 어느새 간짜장 2인분이 뚝딱 완성이다.
그러나 여느 중국집과는 그 모양이 다르다. 고기 짬뽕과 간짜장에 군만두와 계란프라이가 올라가는 것. ‘짬뽕과 짜장면에 어울리는 게 뭘까?’ 하며 가족들이 고민한 끝에 탄생한 구성이다. 처음엔 딸 윤 씨의 외삼촌이 김밥을 마는 나무 발을 생각했고, 그것이 철망으로 바뀌었다. 그리하여 그릇 위에 철망이 올라가고, 다른 음식을 추가할 수 있었다. 물론 손님들의 반응은 대환영. 먼저 눈으로 맛보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음식을 즐길 수 있으니, 어느새 개업한 지 5년여간 철망의 개수는 15개에서 50여 개로 늘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올수록 가게 문은 그 열기를 부채질하듯 바쁜 참이다. 손님들은 “점심 먹었어? 여기로 와~.”라고 전화하며 또 다른 손님들을 부르고, 더러는 근처를 지나다 추천을 받고 온 포장 손님도 자리한다. 하기야 어떤 이는 먼 지역에서부터 이곳을 찾아오며 면 사리를 두 번이나 추가할 정도로 수타면의 매력에 푹 빠졌다. 주인 부부 또한 수타면의 귀함을 알기에 곱빼기 가격을 올려 받지 않는다.

그 마음은 가게 곳곳에도 자리한다. 사기그릇과 스테인리스 그릇을 사용하는 것에서부터, 국내산 생고기를 일일이 손질하고, 갓 도정한 쌀로 밥을 짓는 등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있다. 딸 윤주영 씨가 이러한 부모님을 지켜보며 “나는 음식을 할 수 없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한편 손님을 향한 태도만큼이나 면장 윤 씨의 자리도 손님을 향한다. 윤 씨는 쉴 틈 없이 면을 뽑으면서도 틈틈이 가게 문을 들어서는 손님을 바라보다 문득 ‘방긋’ 웃는다. “저 손님 오늘도 잡채밥을 드시겠구나.”라며 나지막이 말을 내뱉기 무섭게 곧 딸 윤 씨가 “잡채밥 하나요!”를 큰 목소리로 외친다.
다양한 메뉴 주문이 들어오면 이번엔 박 씨의 차례. 식감을 살리기 위해 길게 썰어낸 야채들과 함께 불린 당면을 볶더니, 금세 탕수육 고기를 하나씩 떼어내 기름에 튀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주방에서는 센 불이 키워지고 펄펄 하얀 연기가 올라오고 여러 음식 냄새가 풍긴다. 어느새 박 씨가 제법 무거운 주물 팬을 쥐고선 리듬을 타며 밥을 볶는다. 이곳의 인기 메뉴인 볶음밥인데, 일부러 식혀 놓은 밥을 다시 볶아내 고슬고슬한 맛을 살리는 것이 비법이다.

사실 오늘이 있기까지 가족들은 가게를 열고 난 후 직원들의 빈자리가 생기는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그러나 더 큰 애정으로 똘똘 뭉쳐 온갖 맛있는 메뉴들을 개발해냈다. 윤 씨가 큰형님의 중화요리 전문점에서 보고 들은 추억과 감각을 지금의 전문성으로 키워온 것처럼, 가족들은 수타면의 긴 가닥을 흥겨운 가락으로 만들었다.

어느덧 홀에는 손님들의 대화 소리, 면을 비비고 호로록 먹는 소리가 가득하다. 가족들의 합으로 만들어낸 만찬에 사람들이 모여들 듯 수타 기술 또한 전수를 통해 계속 이어가길 꿈꾼다.  문의Ι063)916-9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