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중인 남편
글. 박현덕 서울교당

여름방학을 맞아 안성에서 사는 손자 재민이, 연성이가 우리 집에 왔다. 할머니 집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 며칠 동안 아이들과 놀러 가고 영화도 보며 잘 지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남편이 좀 이상했다. 아이들과 나에 대해 괜히 트집을 잡고, 나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라고 한다. 영문도 모른 채 아이들과 나가 구경도 하고 놀다 보니 즐거워하는 아이들 맘처럼 나도 함께 즐거웠다.
그러나 오후에 집에 와 보니 남편의 상태는 그대로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이유는 금연 같았다. 남편의 금연시도가 수없이 반복되며 깨달은 건, 본인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그 사람을 있는대로 이해해주고, 지켜보니 내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다시 그 마음을 챙겨 남편을 받아들였다.
밤늦게 사경을 하고 있는데 남편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미안해. 금연을 수 번째 했지만 이번엔 금단현상이 심하네.”라고 한다. 나는 “혼자 얼마나 힘들었어. 미리 알아채지 못해 미안해.”라고 말해주었다. 남편이 조금 밝아지고 오늘 아이들과 어디를 다녔는지도 물어본다. 우리는 또 이렇게 다시 평상심을 찾아간다. 모두가 사은님의 은혜이며, 대종사님의 법종자로 살기를 염원하는 홍복이니, 감사할 수밖에!


태양이 되자
글. 정상명 예비교무·영산선학대학교 4학년

“상명아, 항상 밝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조실에 시자로 들어갔을 때, 받은 질문이다.
당시 나는 대답은 못 했지만, 어렴풋이 ‘항상 밝은 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답을 내리지 못하고 그냥 마음속에 두었다. 그러면서 나의 법명이 ‘항상 상(常) 자’를 쓰지 않고, ‘오히려 상(尙) 자’를 쓰는 상명이라는 게 더 좋아졌다. 오히려라는 뜻 외에도 여러 뜻이 더 있지만, 나는 오히려라는 뜻이 참 좋았다. 밝지 못한 상황에서도, ‘오히려’ 밝게 빛나는 사람이 되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나는 오히려 밝지도 않고 경계를 따라 밟히곤 했다. 오히려 더 크게 반응하며 넘어지기도 했다.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없다. 살아가면서 발끝에 그림자가 사라지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나 자신이 빛나지 않으면 그림자는 언제나 있다. 빛나는 사람이 되자. 경계는 언제나 있다. 갖추어져 있는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자성’을 항상 비춰 스스로 빛나는 사람이 되자.


마음 목욕탕
글. 임대준 전주교당

1. 오늘은 일요일이다. 몸도 찌뿌둥하고 마음도 별로 좋지 않다. 에라, 목욕탕이나 가야겠다.
탕 속에 앉아서 생각을 한다. 마음의 대조다. ‘몸은 여기서 씻으면 깨끗하고 개운한데, 이 마음은 어디서 씻어야 되나?’ 생각을 해본다. 
아차. 그래, 마음 목욕탕은 교당이구나. 교당에 가서 이 마음을 씻어보자. 깨끗이, 깨끗이.

2. 오늘은 식당 청소 당번이다.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그릇을 닦는다.
한참 접시를 닦다가 정신을 차린다. 그릇에 묻어있는 고춧가루가 안 지워진다. 세제를 듬뿍 묻혀 다시 닦았더니 고춧가루가 없어진다.
내 마음을 대조해 본다. ‘내 마음에도 세제를 묻혀야 잘 닦아지려나. 내 마음을 닦을 세제는 무엇이 있을까?’
교전이다. 교전을 여러 번 자주 읽고 또 읽으면서 생활에 활용하면 이 그릇들처럼 깨끗하고 뽀송뽀송 빛이 나겠지.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다시 열심히 그릇을 닦는다.
모든 것이 은혜롭고 감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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