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자라 선배가 된다
대학교에 가면 친구들에게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밝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만약 밝힌다면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글. 김향란 한겨레고등학교 3학년

2013년 3월, 낯선 한겨레중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집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던 제가 부모님 품을 떠나 기숙사학교에 들어간다는 게 한편으로는 너무나 걱정스럽고 두렵기도 했지만, 언니에게 이야기로만 듣던 한겨레학교에 입학한다는 것이 마음 한편으로는 ‘내가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설레기도 하였습니다.

처음 입어보는 교복에 어색해하기도 했고, 옷을 직접 빨아야 하는 일과 방을 직접 청소해야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나름 열심히 했고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방장 언니의 눈에는 왜 그렇게 저의 부족한 점만 보이는 건지, 방장 언니의 잔소리를 들을 때면 눈물이 나오는 것을 꾸역꾸역 참아야만 했습니다. 또, 중학교 공부는 왜 그렇게 어렵던지요….

그랬던 제가 어느새 6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고3이 되었습니다. 방장 언니에게 잔소리를 듣던 제가 이제는 후배들에게 청소나 빨래하는 법을 가르쳐 주면서 잔소리를 하곤 합니다. 돌이켜보면 한겨레를 다니면서 쌓은 추억이 참 많습니다. 너무 힘들게 고생하면서 올라갔던 지리산 산행이나, 방송반 활동을 하며 밤을 새워 만든 결과물을 전교생에게 보여주면서 뿌듯했던 기억, 기숙사 선후배들과 야식을 먹으면서 행복했던 기억, 일과가 끝난 저녁 시간에 운동장 한 편에서 친구들과 고민을 나누면서 울고 웃던 일 등,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집니다.

이렇게 많은 추억이 담겨 있는 학교를 떠날 생각을 하면 아쉬움과 더불어 ‘내가 사회로 나가서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 한겨레학교에서는 모두가 북한에서 온 학생이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해도 마음이 편안했는데, 대학교에 가면 친구들에게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밝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만약 밝힌다면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밝히지 않는다면 나는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을지…. 또 6년 동안 항상 함께 했던 친구들을 얼마나 자주 볼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곤 합니다.

하지만 계속 움츠려 있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직 저에게는 5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저는 방송국 국장으로서 학교의 큰 축제도 책임져야 하고, 또 친구들과 더 많은 추억을 쌓으며, 선생님들에게도 더 좋은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맛있는 학교 밥도 더 열심히 먹으려고 합니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것은 두려움도 있지만 한겨레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마음껏 펼치면서 후배들에게 더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함께 졸업하는 친구들에게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우리가 학교를 떠나면 분명 힘든 시간도 찾아오고 좌절의 시간도 있겠지만,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 서로 의지하면서 힘을 내자고요.
“친구들~ 선생님들~ 남은 시간도 더 멋있고 열심히 하는 향란이가 되겠습니다. 항상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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