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은 추억을 불러오고
부교무님이 얼마나 놀라셨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애간장도
그런 애간장이 없었다.

글. 박성근

드디어 모든 청소년 훈련이 끝났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도 학생훈련 중이지만, 내일 간단한 일정을 소화하면 마무리된다. 나는 지금 모두가 잠든 시간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마감을 앞두고 쓴 원고가 있었지만, 왠지 나 스스로가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였다. 훈련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고, 다행히 아이들이 영화를 보고 반납한 노트북에 배터리가 남아있어 몇 자 남겨본다.

매년 7·8월은 청소년 훈련 기간이므로 항상 마음이 바쁘다. 더군다나 올해처럼 사람 잡는 날씨가 이어지니, 훈련을 하러 가긴 가지만 마음은 이미 연기와 취소를 수백 번도 더 했다. 더군다나 명단을 완성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숱하게 인원을 파악하지만, 결국 훈련이 시작되어야 진정한 훈련 참석자 명단이 완성된다. 그렇기에 훈련준비 중 전날 또는 당일에 울리는 전화벨은 나를 긴장시킨다. ‘제발 취소가 아니기를….’ 그러나 결국, 이번 훈련에도 두 명이 참석하지 못했다. 그렇게 훈련은 시작되었고, 이제 내일이면 모든 청소년 훈련이 끝난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저녁밥을 즐기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20여 년 전이 떠올랐다. 그때는 나도 학생회를 다니고 있었다. 이 아이들처럼 훈련을 나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그때도 부교무님이 지금의 나처럼 훈련을 일일이 준비하셨을 텐데, 정말 힘드셨겠단 생각이 들었다. 난 그냥 몸만 참석했을 것이며, 때로는 덥다고 짜증을 내고, 배고프다고 징징댔을 것이다. 특히나 지리산 종주 때, 우리들의 민폐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슬리퍼를 신고 뛰어다니는 후배도 있었고, 일출을 보겠다며 손전등 없이 천왕봉을 오르다가 그만 한쪽 발목을 심하게 다쳐서 실려 온 친구도 있었다. 갑자기 생각이 난 건데, 나는 훈련 중 말타기를 하다 앞으로 넘어져 입술을 심하게 다친 적도 있었다. 부교무님이 얼마나 놀라셨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애간장도 그런 애간장이 없었다.

그랬던 나는 현재 교무가 되었다. 막상 교무가 되고 나니 가장 두려운 건 아이들이 훈련 중에 아픔을 호소하는 일이다. ‘교무님 배가 갑자기 아파요.’ ‘어지러워요.’ ‘잘못 넘어져서 팔이 빠진 것 같아요.’ 특히나 여자아이들이 생리통으로 고통을 호소할 때면 난 그대로 얼음이 되곤 했다.

이 모든 것들이 이번 훈련에서도 다행스럽게 무사히 지나갔다. 아이들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지면을 통해 용서를 빌고 싶다. ‘부교무님! 늦었지만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무시무시한 과정을 보내셨다니 존경합니다~. 전…, 전 이제 부교무 4년 차입니다~.’ 그때의 부교무님은 지금 나의 주임 교무님이 되었다. 그리고 그때의 학생은 부교무가 되어 20년 전을 회상하며 훈련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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