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의 세계화와 종교의 시대화
글. 김태우(대은) 한강교당·원불교청년회 직능직 전문위원

방언공사 100주년을 맞이하여 세계교화결복재단에서는 ‘사오십년 결실(結實)이요, 사오백년 결복(結福)’이라는 소태산 대종사의 법문 아래, 교법의 만년대계를 이루어가기 위해 세계교화를 위한 새로운 방언공사를 발굴하는 공모사업을 추진하였다. 원불교청년회(이하 청년회)에서도 교단의 지속적인 발전과 원불교의 세계화를 위해 공모사업에 참여하였으며, 재단에서도 교단의 미래를 내다보며 청년회의 청년인재양성 사업을 채택해 주었다.

청년회에서 제안한 사업은 ‘원불교 세계화를 위한 출가·재가 청년인재양성사업’으로서, 본 교육사업의 아이디어는 그동안의 청년교화 및 청년활동에서 축적된 경험과 그에 따른 고민에서 출발되었다. 청년회는 출가·재가 청년들의 입장에서 교육을 설계하였고, 교단 내외의 다양한 청년활동들을 긴밀하게 연계하여 원불교의 세계화를 위한 청년들의 성장발판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세계교화결복재단의 이야기를 꺼내 든 이유는, 현재 교화의 정체로 인한 교단발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이 사업이 비롯되었다는 것을 밝히기 위함이다. 먼저 지난 원불교 100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교단은 개교부터 지금까지 시대의 소명에 화답하여 왔고, 생활불교로서 종교의 지평을 넓혀왔으며, 사회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지속해 왔다. 그 결과 교단은 지난 세기 동안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으며, 특히 유엔본부 내에 국내 종단에서는 유일하게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세계 속의 원불교’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교단의 위상 제고와 교세 확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교단의 교화는 정체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한다. 젊은 교역자들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청년재가교도들 또한 교단 내 활동이 많이 줄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원불교 교법을 실천하는 재가교도의 한 사람으로서 교단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교화결복재단의 사업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현재 교단의 청년교화 및 교화의 위기는 종교의 시대화에 대한 교단과 사회 간의 간극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교법의 우수성에 대한 울에 갇혀 시대가 종교에 요구하는 바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두지 못한 결과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대산 종사는 세계종교연합운동을 사회에 제시하며 평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나가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에 따라 교단은 세계에서 삼동윤리 실현을 위한 보편윤리운동을 추진하였고, 국내에서는 종교 간의 이해를 위한 대화의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이러한 노력들은 당연시 위대한 업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종교의 시대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에는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입정교성회는 세계종교인평화회의(WCRP)를 설립하여 국제사회의 종교 간의 갈등해소에 기여를 해오고 있으며, 세계종교지도자들이 함께 창설한 세계종교연합(URI)은 국제사회 이슈 해결을 위해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해 오고 있다. 그 결과 시대적 소명에 부응한 양 기구는 범종교연합기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원불교는 그동안 어떤 시대적 소명에 화답해 왔는가?

종교연합운동은 정체된 교화의 한계를 넘어 새 문명사회를 이끄는 주세종교로 가는 길이라 믿는다. 왜냐하면 교법의 우수성이 여전히 세계 속에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시대적 소명에 어떻게 화답하여 사회에 울림을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그러므로 교단의 미래에 대한 출가·재가의 관심이 드높은 요즘에 종교의 시대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곧 원불교의 세계화로 가는 길이다.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