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로힝야 난민촌②
여건이 조금씩 나아지다 보니 좀 더 활기찬 모습이 보였다.

글. 강명권

(지난 호에 이어)
이곳으로 향하는 내내 ‘난민촌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좀 더 나아 졌을까?’ 하는 걱정과 생각이 쉬지 않았다.
다시 찾은 방글라데시는 라마단 기간이었다. 현지 진행팀과 미팅을 해보니 라마단 기간이라 진행하지 못하는 청소년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금식 기간이라 아이들이 식사를 잘 못하니 움직이는 것이 불편하여 참석이 잘 이루어지지 못한 관계로,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치료프로그램만 진행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종교의 율법이기는 하나 그렇지 않아도 식사가 부실한 아이들에게 꼭 그렇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저녁 식사를 하러 갔는데, 라마단 기간이라 저녁 7시 이후로 가능하다고 한다. 아침에는 식당을 열지 않아 과일과 야채 등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점심은 먹지 않는 것으로 하여 5박 7일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8시경에 버스를 타 2시간을 달려 도착한 하킴바라 캠프에는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미얀마에서도 잘 받아보지 못한 교육 지원과 여성들을 위한 직업프로그램, 일상에 필요한 지원 사업들이 마을 곳곳에 들어 와 있었다.

사실 이곳은 이슬람 율법으로 인하여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쉽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어른들 대상의 심리치료프로그램의 경우 진행자를 이곳 난민 여성들로 뽑아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하였다. 일자리도 만들고 비슷한 아픔을 겪은 분들이 직접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서로 치료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 프로그램에 참여한 분들은 처음으로 일자리를 갖게 된 것과 일을 통해서 가족들에게 먹을 것을 사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즐거워하였다. 

다른 변화도 눈에 띄었다. 사람들의 여건이 조금씩 나아지다 보니 좀 더 활기찬 모습이 보였고, 각 가정들의 텐트도 비바람에 잘 견딜 수 있도록 보강이 되고 있었다. 심리치료프로그램의 한 과정에서는 ‘즐거웠던 마음의 씨앗을 가꾸어야 한다.’면서 채소 씨앗 3종류를 지원했다. 참가자들은 잘 자라고 있는 채소들을 가리키면서 우리에게 자랑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분들이 여기에서 살림이 하나씩 늘고, 주변 환경이 좋아지면 돌아가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방글라데시는 세계에서도 가난한 국가 중 하나이다. 그런 나라에 90만 명의 난민들이 들어 왔다. 인구가 많아진 만큼 식량 지원문제가 발생해, 전에는 식량보급 1년 치를 예약했었다면 지금은 3개월 치만 예약해주는 상태라고 한다. 미얀마에서는 이들에게 돌아오라고 하지만, 현지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수용소에 다 모아 놓은 채 이곳 난민들처럼 식량을 배급하고 외출의 자유도 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유엔에서도 갈수록 어렵다고 한다. 이게 계속된다면 그들은 스스로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맡겨놓은 삶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난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식량이 확보되어 지원에 차질이 없기를 바라본다.  후원 | 우리은행 1005-202-256361 재단법인 원불교   문의 | 원봉공회 02)823-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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