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비워진
울림
김덕주 목탁 전통기능전승자

어떤 것 하나 같은 소리가 없다.
저음에서 고음까지 7음이 나오는데, 묵직한 소리, 청아한 소리, 맑은 소리 등 다양하다. 하지만 단 한 가지 같은 건, ‘똑똑똑 또르르….’ 웅장하면서 은은한 그의 목탁소리가 잠든 마음을 깨운다는 것이다.
“목탁의 생명은 소리입니다. 피아노를 조율하듯 목탁의 음을 조절하는데, 지난 40여 년 동안 수행자의 목탁소리에 합장의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올 수 있는 소리를 찾으려 노력했지요.” 우리나라 목탁분야의 첫 전통기능전승자(15-03호)이자 명인인 김덕주 씨. “만족할만한 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겉모습이 아무리 좋아도 태워버린다.”는 그의 말에 장인으로서의 삶과 철학이 묻어난다.

“인고의 세월이었죠. 경제적으로도 힘들었지만, 하면 할수록 어려운 작업에 ‘이러려고 이걸 시작했나?’라는 해후가 들었습니다.” 우연히 목탁공방에서 들려온 목탁소리에 끌려 시작한 목탁공예. 그 소리가 얼마나 좋던지, 처음에는 귀로 들리더니 점점 마음으로 듣게 되고, 나중에는 마음까지 고요해졌다. 그렇게 그는 소리에 이끌려 박영종 스승에게 11년 동안 기술을 사사 받고 공방을 마련했다.
“신기한 게 뭔지 아세요? 목탁을 만드는 나무는 사람의 인생과 비슷해요. 풍파를 겪지 않아 결이 좋은 나무는 목탁의 재료로 적합하지 않지요. 비와 바람을 맞아 상처를 입고 뒤틀린 나무여야 두드려도 깨지지 않을 만큼 강해요. 그게 목탁에 적합한 나무지요.”

비와 바람을 겪은 나무를 깎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이상의 오랜 숙성작업을 거치는 목탁은 그의 삶과도 닮아 있었다. “내가 출가를 했다면 내 아들 목탁을 많이 팔아주었을 텐데….”라며 그의 고됨을 안타까워했던 아버지. 금전적인 것보다는 하심(下心)의 마음으로 오직 바른 소리를 위해 정진하고 싶었다는 그는 세월 속에 더 단단해졌다.
“완성된 목탁은 피아노를 조율하듯 끌로 속을 파내 음을 조절하는데, 깊게 파내면 부드러운 저음이 되고 덜 파면 맑은 고음이 나요. 덜 파도, 더 파도 안 되는 거지요.” 더구나,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악이 다르듯 목탁도 수행자마다 원하는 목탁 소리가 다 다르다는데…. 그 적당한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었다.

계절에 따라 나무가 이완되고 수축되기에, 여름이면 목탁을 냉장고에 넣어 가면서 음을 맞추는 데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그가 “비가 오거나 몸이 좋지 않을 때는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아 작업을 하지 않는다.”며 웃어 보인다.
“주문이 오면 ‘어떤 소리를 원하느냐?’고 먼저 물어보고 제작을 해요. 물론 제일 기분 좋을 때는 ‘목탁소리가 좋다.’고 연락이 올 때지요.”

소리에 대한 고집은 세상의 인정으로도 이어졌다. 어형목탁과 용·연꽃문양 등 예술성을 더한 목탁이 대한민국 공예예술대전과 관광기념품 경진대회, 경상북도 공예품 경진대회 등 수많은 공모전에서 수상한 것. 곧이어 전통목탁의 첫 기능전승자로도 지정됐다. 그의 40년은 목탁을 전통공예의 한 분야로 인정받게 하고, 목탁 명인으로 우뚝 설 수 있게 한 시간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가 “앞으로 목탁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 내가 그런 희망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덧붙인다.
“어느 순간, 목탁을 만들면서 마음이 비워지고 내 마음의 욕심도 하나둘 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오직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있는 소리를 만들고 싶을 뿐이지요.” 안을 잘 비워내야 훌륭한 울림소리를 내는 목탁처럼, 목탁을 만들며 마음을 비워낸 그. 텅 빈 마음으로 만든 그의 목탁이 세상을 깨운다.  문의 | 참선공예 054)336-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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