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기울일수록 가까워지는 교육
<링컨처럼 생각하는 홈스쿨> 펴낸 우현경 정토
취재. 이현경 기자

“너무 힘들어서 아이가 사랑스럽지 않아요.”
출산한 엄마들의 고민 섞인 이야기에 문득 재생되는 예전 기억. 첫째 아이를 낳았을 때, 아이가 사경(斜頸) 진단으로 1년 넘게 치료를 받아야 했을 때, 첫째와 20개월 차이로 둘째 아이를 낳았을 때…. 그녀 역시 큰 기쁨과 동시에 많은 고민을 겪었다. 최근 그러한 과정을 극복할 수 있었던 비법을 담아 <링컨처럼 생각하는 홈스쿨>을 펴낸 우현경 씨(40세, 정현기 교무 정토, 영광교당). 자신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육아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 주고픈 마음을 담았다. 

홈스쿨링으로 키운 두 아이
“편안한 관계 속에서 부모가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고, 그 요구에 아무 문제가 없더라고요.” 결혼 후, 남편교무를 따라간 미국에서 홈스쿨링 가정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우 정토. 그때의 경험은 첫째 아이의 분리 불안 증세가 나타났을 때 과감히 홈스쿨링을 선택하게 했다. “아이의 요구는 결국 호기심이더라고요. 아이가 하고 싶은 놀이가 있을 때, 그 환경을 만들어주는 걸 우선으로 했죠.” 24시간 내내 아이의 눈을 마주하고 목소리를 들으며 놀이, 언어, 독서 등 모든 교육을 도맡아야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땐 참 열심이었고, 그 시절이 아쉬울 정도로 행복했다.
“아이가 5~7세가 되면 유치원, 학습지 등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있지요. 하지만 엄마의 정성이 영아기에만 치우치지 않는 게 중요해요.” 아이가 자신의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기 시작하는 36~48개월뿐만 아니라, 학교 입학을 전후해서도 엄마의 인식은 늘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 실제로 현재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에 재학 중인 두 아이는 사교육이 전혀 없이도 일주일에 20~40권의 균형 잡힌 독서를 비롯해, 책을 통한 영어 교육, 한 달에 한두 번의 바깥 놀이가 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정약용 책을 읽으면 다산초당에 가요. 아이들이 아는 것과 연계시켜 주는 거죠.”
엄마의 사랑에 의무와 책임을 더하자 아이와의 관계도 돈독해졌다. “첫째가 1학년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날씨가 엄청 추웠어요. 배웅을 나갔더니 아이가, ‘엄마 추워요, 들어가세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아이의 마음 깊은 표현에 부쩍 감동받는 일도 많아진 요즘이다.
아이들의 뛰어난 문제해결 능력과 학습능력을 알아챈 이들로부터 육아와 관련한 많은 질문도 쏟아졌다. 엄마·아빠와 아이들의 관계는 물론이고, 아이들의 남다른 생활습관과 표현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 “어느 엄마가, ‘아이하고 평소에 뭐 하며 놀아주세요?’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더래요. 놀아주지 못하니 어떻게 상호작용할지도 몰랐던 거죠.” 그에 대한 답을 책에 상세히 담아낸 그녀가 조심스레 되묻는다. “지금, 아이의 눈을 보며 아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나요?”
 
생활에 젖어 든 원불교
“예전에는 제 삶이 타력에 의해 돌아갔다면, 아이를 키우면서는 스스로의 자력이 커졌어요.”
영광에서도 소태산 대종사 대각터 가까이에 터를 마련한 지 6년째. 종잇조각 하나 펼쳐보기 힘든 시간일수록 오히려 신심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 아이와 떨어질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인 화장실에서 틈틈이 교전 봉독을 하기도 했다.
사실 아이들 교육과 관련해 ‘정토’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도 컸을 터. 다른 이들의 육아에 도움이 되고자 책을 집필할 땐, ‘내가 책을 집필할 자격이 있나?’라고 반문한 적도 많다. 그럴 때마다 남편교무는 “그럼, 당신 자격 있어!”라며 가장 큰 응원을 해주었다. 원불교 신앙인이자, 정토, 그리고 지금 자신의 옆에 있는 이 사람이 남편교무라는 것은 책을 쓰는 데 큰 자신감이 되었다.
그러한 부모의 모습을 닮아 원불교 교리가 자연스레 생활에 젖어 든 아이들에게 늘 고마울 뿐이라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요란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혼자서 염불을 많이 했어요. 그랬더니 어느 날 아이들이 염불을 하고 있더라고요.” 또 언젠가는 아이가 원불교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더니, 교전을 한 페이지씩 넘기며 읽고 있기도 했다. 이제 저녁 7시 반이 되면 작은 손으로 직접 목탁을 두드리며 기도 후 하루를 마무리한다고.
볕 좋은 날이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대종사 대각터를 산책하는 우 정토. “서로가 서로에게 즐겁고, 행복하고, 고마운 존재들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따듯하면서도 단단한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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