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사진 | 글. 오정행

한여름 무더위는
새들도 피해갈 수 없는 모양입니다.
직박구리 한 마리가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잊은 듯
洗心泉에 뛰어들어
한참 동안 자맥질합니다.

사실 오늘 같은 날에는
언뜻 불어오는
바람 한 점이 고맙고
작은 나무가 만들어 낸
한 뼘 그늘이 고맙고
땅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샘물 한 바가지가 고맙습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소중하고 감사하고 은혜로운 것들은
언제나 이렇듯
평범하고 사소하면서도
내 곁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오늘도 나에게 생명을 주는
저 공기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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