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 탁아원의 시작
글. 정승원 교무

우리 탁아원이 위치한 동네는 프놈펜 외곽지역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은 원래 시내 중심가 호수 주변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던 도시 빈민들이었는데,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이곳 프놈펜 외곽으로 밀려났다. 교육의 기회는 물론, 경제적, 건강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소외받고 살아가던 이들이었다.
임실교당 전대성 교도님은 개인적인 염원을 가지고 프놈펜에 들어와 이 지역주민들의 상황을 알게 되었고, 가난함에도 일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주민들은 “아이가 너무 어려서 일을 하러 갈 수 없다.”고 대답했다. 전 교도님은 그걸 계기로 탁아원을 구상하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캄보디아에는 바탐방에만 교당이 있었고 프놈펜을 자주 왕래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최지운 교무는 한국외방선교회 신부님과 전대성 교도님을 연결해 주었고, 탁아원 건축부터 초기 세팅과 1년의 운영까지 함께 하게 되었다. 그 후 2009년 12월 원불교 청수나눔실천회에서 탁아원을 인수하여 이하연 교도가 1년 동안 탁아원 원장직을 맡아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운영하며 틀을 갖추었다.

200만여 명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프놈펜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수많은 중국 자본이 들어와 비어있던 땅들에 건물을 올리고 있다. 8년 전만 해도 이곳의 길에는 붉은 흙먼지가 날리고 소떼와 닭들이 유유히 걸어 다녔다. 출근을 하고 있노라면 내가 프놈펜에 살고 있는 것인지, 시골 어느 마을로 시간이동을 하는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길은 전부 포장이 되었고, 공사장으로 향하는 트럭들이 수시로 다니고 있다. 해마다 탁아원을 방문하는 분들은 올 때마다 달라지는 모습에 놀라워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나의 눈에는 아이들의 환경이 그다지 달라지지 않아 보인다. 주말이면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채 방치되어 과자로 끼니를 때우는 아이들이 있다. 잦은 가정불화, 가정폭력, 마약, 알코올 중독 등 모든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 탁아원은 생후 10개월에서 40개월 사이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일을 하고 있는 보호자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제공한다. 보호자들은 행상을 하거나 공사장과 공장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청소를 다니기도 한다. 자녀들을 키워본 경험만 있는 보모들 8명과 매니저와 함께 아이들을 보육하기에 66명의 정원을 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탁아원에는 늘 입소 대기자가 줄을 선다.
여전히 부족함도 많고 어려움도 많다. 하지만 또 이렇게 한 걸음씩 걸어 나가는 것이 이곳 우리 아이들에게도, 아이들의 부모와 보호자들에게도, 작은 희망이자 조금 나은 미래가 되어 줄 것이라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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