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당에서 더 놀고 싶어요”
취재. 김아영 기자  

원기 70년대부터 교도들이 쓴 사경노트가 책장을 가득 메웠다. 열매처럼 법당 한쪽에 걸린 15개 교화단의 목탁도 교도들의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하다. 교당 마당의 나무는 7월 한여름,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든다. 50여 년 역사가 만들어 낸 인천교당(교무 이경원)만의 여유로운 풍경이다.

교도가 행복한 교당
일요일 오후, 법회를 마친지 오래지만 교도들은 각자의 역할로 바쁘다. 한 교도는 자연스레 장갑을 낀 후 나무를 다듬고, 누군가는 청소를, 또 누군가는 조금 후에 있을 강의를 준비한다. 꼬맹이 교도들도 마당을 신나게 뛰어놀며 교당의 활기를 더한다. 
“분위기가 좋다보니 법회가 끝나도 교당에서 더 놀다 가요. 2층 차방에는 교무님이 준비해 놓은 차와 간식도 많지요.” 오늘도 법담을 나누다 마당에 열린 열매 이름 맞히기에 한참 동안 머리를 모은 교도들. 소소하게는 이렇게, 교당에서 오랜 시간 머물다 보니 교당 일이 보이고 역할이 찾아지더라는 것이다.

“교당의 주인은 교도들이니까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교도가 교당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교무의 말처럼 머물고 싶고 누구라도 쉴 수 있는 교당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이곳. 계단에 여러 개의 꽃 화분을 놓은 것도, 어르신들이 꽃을 보며 계단에 오르는 힘듦을 잊기 바라는 배려였단다. 교무들의 생활관도 교도들의 교화단회 장소로 내어 줬다.

“저는, 교당임원을 맡는다는 게 부담스러웠던 적이 있어요. 그때 교무님이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내가 채워주겠다. 걱정하지 말라.’며 부담을 덜어주셔서 마음 편안히 직책을 맡았죠.” “저는, 이경원 교무님과 김경신, 김동원 세 분 교무님이 행복하게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쉽게 묻고 다가갈 수 있고요.”라며 자랑을 늘어놓는 교도들. 이유는 각기 조금씩 다르지만 곳곳에서 교도들을 위한 배려를 느꼈다는 교도들은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된 교당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겨났다.”고 웃어 보인다.

“교도가 중심이 되어 비전팀을 꾸리고 ‘열린 마음, 열린 법당, 행복한 인천교당’이란 비전을 목표로 이루어 나가고 있죠.” 휘타구 강좌를 비롯해, 어르신을 위한 스마트폰 사용법 강의, 미용 등이 교도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지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에 열린 교당을 위해, 한지공예와 노래교실, 인문학 강의도 진행되었다고. 은혜의 쌀과 김치를 나누는 것은 물론 올해는 인천교당 자체적으로 바자회를 열어 지역주민과 함께 했단다. “인천교당에 변화의 바람, 교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게 박인광 교도회장의 말이다.
“이런 분위기는 밖으로도 전해지는지, 오늘 점심공양 때 먹은 열무김치는 옆집에서 준 열무로 담근 거예요. 앞집은 성당에 다니시는데, 한 달에 한번 기도금을 주세요.” 교당 한쪽에는 30년 동안 이웃으로 지내는 교회에서 보낸 ‘부처님 오신날’ 축하 화분이 보이는데…. 늦은 오후, 네 살 꼬맹이 교도가 “나 집에 안가고 싶다. 교당에서 더 놀고 싶다.”며 교당 문턱을 넘는다.

뿌리 깊은 교도들
“인천교당은 50년의 역사를 가진 교당이에요. 공부와 연륜이 깊은 곳이죠.” 뿌리 깊은 역사와 신심이 바탕 되었기에 교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었다는 교무와 교도들. 유지비를 더 내고 싶어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오는 신심 깊은 법사님과 정기일기와 교리해석으로 책자를 만들 정도로 법 높은 법사님까지, 이들이 곧 인천교당을 이룬 역사라는 것이다. “교당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문화죠. 그리고 후진들은 그 모습을 보며 배워가고 있고요.” 사경노트는 교당책장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집집마다 몇 권씩은 가지고 있다는데…. 전서를 20번 이상 쓴 교도들도 많다고. 또, 올해부터는 단별로 돌아가면서 법회의 염불, 사회, 목탁을 맡고, 1,3주는 강연을 진행한단다. 여기에 감사일기까지… 해야 할 숙제(?)는 늘었지만, 덕분에 정순명 씨는 일상에서 “고마워.”라는 말이 늘었다며 웃는다.

“넷째 주 생일법회 때는 가족들을 초청해 가족법회를 여는데, 덕분에 3대 일원가족들이 늘어났어요. 앞으로 원로 모임인 원화회와 3040 법회를 진행하고, 모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지요.”
누구나 이곳에서 쉼을 얻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교무와 교도들. ‘불공은 다른 게 아니라 서로에 대한 배려’라는 그들의 이야기가 긴 여운으로 남는다.  | 인천교당 032)883-8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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