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選擧)와 추대(推戴)
추대를 통한 지도자의 선출은 구성원 모두가 마음으로부터
하나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글. 나종우

선거철이 되면 무슨 선거든지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불어 닥친다.
어떤 바람은 외관상으로 크게 일어나기도 하고, 또 어떤 바람은 물밑에서 크게 일기도 한다. 이러한 선거는 근대 민주주의 국가가 탄생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근대 이전의 국가들은 대부분 왕정이나 귀족정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선거에서는 결정을 내릴 때 각 사람의 의사를 약속된 용지에 표시하는 투표(投票)라는 방법이 사용된다. 그리고 출마자들은 표를 더 얻기 위해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그리고 선거운동에는 자신이 지지하는 인물의 당선을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동원된다.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후보의 장점들을 부각시켜 적임자임을 내세우는 것이고, 그와 반대로 상대진영의 약점을 파고들어 반대급부의 이익을 노리기도 한다.

원래 민주주의 democracy의 어원은 demos(민중)와 kratos(지배)의 합성어로, 즉 ‘민중에 의한 지배’라는 뜻을 나타낸다. 그리고 이러한 민주주의는  아테네 민주주의가 원형이며 이상(理想)인데, 오늘의 현실은 이를 되살리지 못하고 있다.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 실현은 후유증이 남기 마련이며 이렇게 되면 구성원 모두가 마음으로부터 승복하는 지도자를 뽑기가 어려워진다.

여기에서 한 가지 생각해 보고자 하는 것은 종교단체에서 지도자를 선출하는 방법에 관한 선거의 문제이다. 종교단체의 조직에서는 성직자(聖職者)의 영역과 신도(信徒)의 영역이 있게 된다. 그리고 성직자 가운데 전체를 총괄하는 최고지도자의 선출은 매우 중요한 일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지도자의 선출과정에 민주주의 원리라든가 투표라는 것이 반드시 행해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 원리는 결국 다수결주의에 의해 결정하는 것이고, 투표는 추첨이나 임명이 적합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 지위에 적합한 사람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민주주의 원리는 강제적 권력을 본질로 하고 권력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인 국가에 적용되는 원리일 뿐이고, 자율적인 조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생각한다면 추대(推戴)라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추대라는 말은 윗사람으로 떠받든다는 말인데, 종교지도자라면 이 방법이 가장 적합할 것으로 사료된다.  물론 추대의 방법과 과정도 여러모로 생각할 수 있으나 추대를 통한 지도자의 선출은 구성원 모두가 마음으로부터 하나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추대에 의한 선출’이 ‘선거에 의한 선출’보다 훨씬 구성원 모두에게 헌신했던 경우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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