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종법사 편편법문
세상에 게으른 부처님은 없습니다

평상심이 곧 즐거움이다
본능에서 감정이 발산됩니다. 본능에서 우러나오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내가 여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지 늘 살펴야 합니다. 공부인이라면 더욱 희로애락의 감정을 여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감정 때문에 손해를 많이 입습니다. 하지만 수도인들은 희로애락의 감정에 잘 끌리지 않기 때문에 나도 편안하고 상대도 편안하게 합니다. 여기서 더 높은 단계로 가면 내가 내 감정을 마음대로 이렇게 내기도 하고 저렇게 내기도 하면서, 나도 이롭고 저 사람도 이로울 수 있게 자유자재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훈련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공부를 잘못하면 ‘과거에 나는 이러이러한 잘못을 했다.’ 하는 것에 항상 짓눌려 삽니다. 수도인들은 진실을 표준삼아 살아가기 때문에 특히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지나간 일은 잊어야 합니다. 물론 또 생각이 나겠지요. 그럴 땐 또 잊어버려야 합니다. 한번 녹슨 자리에는 계속 녹물이 흐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생이든 현재든 내가 피해의 작물을 심어놓은 자리에서는 늘 복작복작 그 피해의 심정이 다시 올라오기 마련입니다.

그럴 땐 이참(理懺 : 이 마음을 깨닫지 못하여 생사번뇌에 시달리는 자신을 참회하는 것)을 통해 ‘지금 내 마음에 일어나는 그것은 지나간 일이다. 본성에는 너도 없고 나도 없고 업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녹여내야 합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고 합니다. 감정조절능력을 잘 훈련하면 평상심을 유지하는 삶이 되고, 평상심에서 나온 즐거운 마음을 통해 다른 사람들까지 즐겁게 해 줄 수 있습니다. (103. 04. 20 퇴임원로 교무훈련)

심불당에 모신 부처님
나의 인생은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위한 공부가 중요합니다. 자력으로써 세상을 살아야지, 누구를 의지해서 살려고 하면 갑갑합니다. 사십이장경에 ‘천억 부처님을 봉양하는 것보다 내가 내 자성을 깨달아 마음공부하는 공덕이 가장 크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내가 스스로 부처될 마음을 갖는 것이 천억 부처님을 잘 모시는 일보다 중요하다는 뜻이지요.

여러분들은 각자의 마음에 부처님을 모신 법당을 만들어 놓고 있나요? ‘심불당’에 둥글둥글한 일원상 부처님을 모시고, 법당에 가서 촛불을 켜듯 지혜의 촛불을 켜고, 정진의 죽비와 목탁을 치면서 ‘정진해야겠다.’는 마음을 따라 공부해나가야 합니다. 또 교전 공부를 통해 ‘일체중생에게 이렇게 경종을 울려줘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 거기에 교화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마음 법당에서도 가끔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게 마왕 파순이죠. 계속 그 법당에 마왕 파순이를 모시고 살 순 없습니다. 하지만 마왕 파순이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또 나태한 마음도 생깁니다. ‘아이고 오늘은 몸이 좀 안 좋으니, 법회 한 번 쉬자.’고 하면서 종종 나태귀신이 나를 잡아당깁니다. 하지만 세상에 게으른 부처님은 없습니다. 부처님을 비롯해 세상의 모든 성공한 사람은 부지런한 사람입니다.

누군가 미운 마음이 들거나 나태한 마음이 들면 ‘마왕 파순이가 왔구나.’ 하고 알아차려서 그 마음을 쫓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자기에게 있는 마구니를 대처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항마(降魔)입니다. 항마의 단계라고 해서 마가 없는 것이 아니라, 마가 힘을 못 쓰도록 내가 조절할 능력을 갖추면 그게 항마지요. 내 마음 법당에 불공을 잘 해서 항마를 확실히 이룬 공부인들이 되길 바랍니다. (103. 04. 29 정토회 법사·법호인 접견)

세상을 밝히는 어머니 마음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어머니 마음을 가져야 모든 일이 잘 될 것입니다. 어머니 마음으로 교단과 세상의 어렵고 가려운 곳에 따뜻한 손길을 베푸는 여러분, 참 감사합니다.

<장자>에 실린 한 이야기입니다. 중국 어떤 나라에서 세탁업을 하던 사람이 겨울에도 손에 물을 대니까 손이 자꾸 상해서, 직접 손이 트지 않는 약을 개발해 부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 소문을 들은 어떤 사람이 약을 구입해 오나라로 향합니다. 당시 오나라는 다른 나라와 싸움을 하면서 주로 수중전(水中戰)을 하던 때라, 손이 트지 않는 약이 아주 효과를 보았지요. 결국 그 약을 사간 사람은 편장군이 되었다고 합니다. 약은 똑같은데 어떤 사람은 세탁을 하는데 썼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나라를 위해서 사용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우리에게 비춰봅니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부처님 사업이나 교화사업, 세상의 어두운 일에 빛이 되는 사업을 하면 같은 노력을 가지고도 훨씬 그 공덕이 크게 돌아옵니다.
심신작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삶에 대한 정성을 어디에 들이는가에 따라 자기 노력의 공덕이 더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이것에 대한 신념을 갖고, 열악한 상황이 주어지면 그 순간 복 지을 기회가 더 많으니 신난다고 생각하면서 이 일을 해주길 바랍니다. 우리 봉공 회원님들의 공덕은 지금 법신불 은행에 저축되고 있습니다. (103. 05. 03 전국 봉공회 회장단 접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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