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가족보다 더 가까운 이웃
번동2단지 종합사회복지관

취재. 김아영 기자

오늘도 복지관의 하루는 바삐 돌아간다.
오전 10시, 복지관의 첫 손님은 한글반 어르신들. 어르신들은 일찌감치 도착해 ‘받아쓰기 시험’을 준비 중이다. 조금 후에는 어린이영어교실이 진행된다. 복지관 사무실도, 상담을 원하는 주민들로 쉴 새 없이 문이 열리고 닫힌다. 상담내용은 여가활동 문의부터 경제·가족문제까지 다양하다. 지역주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빈틈없이 운영되는 이곳은 번동2단지 종합사회복지관(관장 이현석 교무)이다.

마을의 ‘번’ 반장
1800여 세대, 3400여 명이 사는 번동2단지. 90년도에 단지가 조성됐으니 벌써 3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마을이다. “단지가 조성될 때 같이 들어왔으니 복지관 역사도 30년이 됐네요. 그동안 주민들을 위해 무얼 할 것인지 고민하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지요.” 영구임대아파트 내에 위치해 있다 보니 복지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특히 많았던 이곳. 복지관의 사업을 소개하는 리플렛의 두께가 두툼하기만 하다.

“사례관리팀에서 세대방문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어요. 그렇게 파악한 자료를 토대로 그분들에게 필요한 것을 프로그램화하고 발전시켜가고 있죠.” 우수프로그램으로 인정받은 우울감 감소프로그램 ‘유유자적’도 “어디에 누가 한동안 안 보인다.”는 제보를 받고 상담을 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노후 우울감을 호소한다는 점에서 시작되었다. 복지관의 특화프로그램인 ‘행복한 가족 만들기’도 시작은 마찬가지.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과 놀토 야외수업을 진행하다가, “행복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는 부모가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해지면서 확장된 사업이다.

“경로식당과 빵굼터, 이미용 서비스, 주민나눔교육, 어린이 피아노 교실, 가족상담센터 등도 지역주민의 욕구에 맞춰 프로그램화된 거죠.” 그러다 보니 취미활동부터 취약계층을 위한 경제적 지원, 전문센터 연계, 자활근로까지 이들이 마을일에 손 넣지 않은 부분이 없는데…. 예전에는 홀로 사는 주민이 “혼자 침대를 옮기지 못하겠다. TV가 안 나온다.”며 복지관으로 전화하는 일도 있었단다.

“그런 요청이 들어오면 ‘안 된다.’고 바로 말하지 않아요. 우선 방문해서 상황을 파악하고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을 하죠. 실제로 도와줄 가족이 없거나, 장애가 있는 분일 수도 있으니까요.” 작은 요청이라도, 그것이 인연의 고리가 되어 각 가정의 문제를 파악하고 지원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 황정아 과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로 “방문상담을 통해 알게 된 조손가정의 아이에게 복지서비스를 지원해 아이가 건강하게 자랐을 때.”라고 말한다. 또한 ‘유유자적’ 프로그램을 통해 우울감을 극복한 어르신들도 스스로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고.

“복지관요? 어디 가서 나이 70에 한글을 배우겠어요. 이렇게 쓰는 게 행복해요. 복지관에 감사하고요.” 한글교실에서 받아쓰기를 마친 임다남 씨의 말이다.

행복 실은 번동2단지 버스
일도 많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이곳. 작년부터는 34인승 버스를 마련해 지역주민들과 함께 전국을 누비고 있다. “복지관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프로그램 공간을 외부로 확장한 거죠. 지역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니까요.” 이현석 관장의 말처럼, 외부에 나갈 기회가 적었던 어르신들의 만족도는 그야말로 최고. 더구나 여행을 하면서 주민들의 친밀도는 더욱 높아졌다는데…. 가장 좋은 복지는 이웃끼리 서로 챙겨주고, 살펴주는 지역공동체 복원이라는 이곳의 생각이 적중해가고 있는 것이다. “주민이 마을 활동가가 되어서 지역의 주인이 되는 거죠. 저희는 마을 안에서 함께 성장하는 복지관이 되는 것이고요.” 

물론 그만큼 해야 할 일도, 고민도 많다는 이 관장. 단지 내 세대가 노령화되면서 노인복지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시범운영 하고 있는 ‘행복 노크(노후 재테크)’ 사업은 사회복지사, 운동처방사, 영양사, 간호사, 심리상담사가 한팀을 이루어 65세 이상의 지역주민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에요.” 더욱이 마음공부를 적용한 심리상담은 마음병 치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단다. 여기에 운동처방으로는 명상요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저희 복지관에서 몸과 마음이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까지 행복한 복지가 저희의 목표이지요.” 지역주민에게 언제든 손 내밀 수 있는 복지관, 문지방이 낮은 복지관이길 바란다는 이들. 오늘도 복지관의 문이 열리고 주민과 직원들이 반가이 인사한다.  | 번동2단지 종합사회복지관 02)987-5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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