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삶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
글. 강명권

오늘도 사무실 근처 거리에는 삼삼오오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는 노숙인들이 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술을 좀 덜 마시고 더 나은 삶을 찾아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가득하다.
얼마 전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24시 마트에 가서 술을 사오더니, 거리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둘러앉아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았다. 서로 안면이 있는지 인사를 나누고 웃으면서 술을 마신다. 그 외국인 노동자가 일용직 노동을 해서 일당 받은 것을 나누는 것 같았다.

예전에 2년 동안, 일용노동자가 가장 많이 모이는 남구로역에서 새벽 5시에 급식을 한 적이 있다. 노동자들은 늦어도 4시 이전에 일자리를 찾으러 남구로역에 온다. 그날 운이 좋으면 일자리를 얻어 8시간을 일할 수 있다. 그들이 그렇게 일을 해서 일당을 받으면 자신을 위해 쓸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서울역에도 일자리를 주는 센터가 있어서 새벽마다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들 중에는 일을 하고 받은 돈으로, 일을 못하거나 못 먹고 있는 동료를 위해 술을 사서 나누는 경우가 많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의 심정을 잘 알기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본인이 일을 못할 때 얻어먹은 것을 갚는 의미로 그렇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들에게 술은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닌 ‘삶의 희망’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춥고 힘들고 더운 지금의 삶을 잊기 위해 알콜중독자로 살아가는 것이 그들에겐 삶의 희망인 것이다. 노숙자들 중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쉼터나 시설을 찾아 사회복지의 도움을 받으며 좀 나은 삶을 바라보는 경우가 있지만, 거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런 큰 희망을 가진 경우가 드물다. 희망을 바라보기에는 처해 있는 현실이 너무 힘들고 쉽사리 일어설 수 없는 지경에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덩치는 나보다 더 좋은데 2년 째 목발을 짚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키가 커서 우리 고시원에 와도 다리를 뻗고 잘 수가 없다. 다른 고시원, 혹은 2층 침대가 있는 노숙자종합지원센터에서도 잠자기가 쉽지 않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국가나 시설에서 더 넓은 공간을 마련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다보니 외국인 노숙인들 역시 시설로 갈수가 없어서 그냥 거리에서 머문다. 낯선 타국의 거리에서 삶을 살아가는 안타까움을 본다.

얼마 전 카카오톡으로 교도님이 보내준 노숙자목사 이야기를 되새길 때가 많다. 만약 우리 교당에 온몸에서 냄새가 나고 남루한 모습의 노숙자교무가 찾아온다면 어떻게 맞이할까? 아마 그 교회 신자들처럼 “왜 오셨어요? 저쪽으로 가세요. 들어오지 마세요.”라고 대하지 않을까.
함께 하지 아니할 땐 행복, 사랑, 자비, 진리 등 그 모든 것이 공염불이다. 함께 하려고 할 때 비로소 세상에 행복도, 사랑과 자비도 생겨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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