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로서의 소태산

18세기 이후 미국은 기업화된 최초의 국가이다. 미국의 성장 과정은, 곧 기업의 성장 과정이다. 철도왕 밴더빌트, 석유왕 록펠러, 자동차왕 포드, 철강왕 카네기 등 혁신적인 기업가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다. 새로운 기술개발과 시장의 창출은 일자리를 끊임없이 만들어가고, 유럽은 물론 아시아에서 많은 이민자가 미국으로 유입되면서 다양한 인종의 공존과 문화의 융합이 일어나는 용광로로써, 실리콘벨리와 같은 첨단 두뇌집단을 이루었다.

기업은 인간의 욕망에 충실한 경제적 존재이지만, 기업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존재를 망각할 땐 천민자본주의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어떤 기업이든 사회를 더 훌륭하게 만드는 데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면 기업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헨리 포드의 기업철학은 사회에 기여하는 공도자(公道者)로서의 기업가 사명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가는 하느님을 대신해 돈을 보관하는 사람이다.”고 말한 록펠러, “부자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한 카네기는 미래세대 육성을 위한 교육투자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사회에 환원하였다.

존스 홉킨스 대학 기업역사학 교수인 루이스 칼람보스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강조한 것은 기회의 평등이지 결과의 평등이 아니다.”라고 한다. 정부와 기업의 합심협력으로 교육의 혜택이 고루 미칠 때에 ‘교육-고용-복지’의 선순환 생태계를 이룬 강약진화 사회가 실현된다. 오늘의 미국사회가 모든 사람이 행복한 공동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기업가 정신 측면에서는 분명 배울 점이 있다.

덴마크의 미래학자인 롤프 옌센은 21세기를 ‘꿈의 사회(Dream Society)’라고 하면서, 하이터치 감성으로의 이동이 세상을 변혁시킬 것이라고 한다. 그는 시장이 인간 감성을 거래하는 장소로 바뀔 것이라고 하였다. 모험 스토리 시장, 연대·우정·사랑의 시장, 자아성찰 시장, 마음의 평화 시장, 신념고취 시장 등 6개 시장을 대상으로 한 ‘마음산업시대’에 진입하였다는 것이다. 세계 산업구조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소프트웨어에서 마인드웨어(Mindware)로 이행되고 있다.

기업경영의 관점에서 볼 때, 삼학공부에서 정신수양은 창의적 몰입력, 사리연구는 합리적 판단력, 작업취사는 혁신적 실행력을 고루 갖춘 ‘기업가 정신’을 지향한다. 사은사상은 자연환경·사회환경·생활환경에서 지속 성장 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상생상화의 공유가치 기여경제를 추구하는 ‘공동체 정신’을 강조한다. 사요는 자립경영 기반에서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조직풍토를 조성하며, 평등세상 실현에 기여하는 ‘공도자 정신’을 존중하자는 것이다. 정리해서 말하면, 기업가 정신은 공동체 정신과 어울려 공도자 정신으로써 결실을 맺는다.

기업가로서의 소태산은 1930년대 불법연구회 경영만이 아니라 세상경영에 대한 경륜과 가능성을 자부했다. <대종경> 실시품 14장을 주목해 본다. “참다운 도덕은 개인·가정으로부터 국가·세계까지 다 잘 살게 하는 큰 법이니, 세계를 맡긴들 못할 것이 무엇이리오.” 1푼 1리도 어김이 없는 회계처리로 사업의 기초를 다지고 방언공사, 엿장사, 숯장사, 상조조합, 보화당 등 자본축적을 통한 자립경제교단을 위해 ‘불법시산업(佛法是産業)’을 실천한 창업 정신을 지속적으로 계승·발전시켜 왔다면, 지금의 산업기관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