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 증후군
글. 노태형 편집인

6년 단위 교단지도부 선거가 금년 말로 다가왔다.
이는 곧 교단의 대 인사이동을 의미하기도 한다. 종법사부터 교정·감찰 양원장, 그리고 중앙총부 각 부서장과 기관장들의 대이동, 또 교구장들의 이동에 따른 일선 교당 교무들의 대이동이 예정되어 있다. 윗사람이 움직이니 아랫사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 보니 다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모양새다. 
어느 후배 교무의 하소연이다. “총부에 내려갔더니 얼굴빛이 좋다면서 인사를 해요. 그런데 그에 따라온 말이 뭔지 아세요? ‘말년이라 마음이 편한 모양이다.’라는 거예요. 속이 얼마나 상했는지 몰라요.”
그 후배의 속상함이 이해가 되었다. 평소 자기 업무에 충실할 뿐 아니라 당장 내일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신념을 가졌으니, 그 말이 얼마나 안타깝게 들렸을까! 이처럼 금년 원불교 시계는 정지된 느낌이다.
흔히 선출직 지도자의 임기 말이 가까워 오면 레임덕이 생긴다고 한다. 또 임기를 거의 채운 구성원들이 자리를 옮길 때가 되면 말년이란 말로 업무를 방기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일찍이 국가나 기업에서는 이에 대응할 대책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인사가 안정돼야 조직이 안정될 수 있어서다.
아직도 우리 교단은 6년 단위 인사 도돌이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매 3년 혹은 6년 단위로 되풀이되는 말년 증후군의 형세가 ‘일’보다는 ‘자리’를 탐하는 이상 징후로까지 번진다면 심각성은 더할 수밖에 없다. 각자 각자가 자기 현장에서 최선의 마음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지만, 교단 환경도 일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빨리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그나마 “교화에는 말년이 없어요. 교도님들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은 그런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니까요.” 하고 깔깔깔 웃는 교화현장의 교무들이 있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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