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전하는 빛
소병국 조형한지 조명작가

물고기는 하늘을 유영하고, 토끼는 풀밭을 뛰어다니듯 생명력이 넘친다. 하지만 이들의 진가는 어둠이 내리고 그들 안에 불이 켜지자 드러나는데…. 빛을 품은 동물의 표정이 한층 더 따뜻하고 다정하다. 이들에게 숨을 불어넣은 소병국 조형한지 조명작가(대한명인 동물조소)의 마음인 것이다.

“‘내가 그동안 연마했던 기술을 가지고 나만 할 수 있는 걸 찾자.’ 해서 시작한 게 한지조명이에요. 지금까지 많은 기술을 연마했는데, 결국 그 일들이 한지조명에 이르게 한 거지요.” 20대부터 오랜 시간 조각과 조소를 연마한 그. 전통 목공예로 시작해 불교 조각, 흙 조각, 소조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30년 동안 자연사박물관의 동물조형, 디오라마 등을 제작하며 동물조소의 명인으로 꼽힌 그다.  

“배우고 싶었던 걸 놓치지 않고 배운 게 가장 컸던 것 같아요. 20대 때 우연히 조각품을 보고 목조각을 시작했어요. 또 불상 조각에 반해 흙 조소를 배웠지요. 조각품을 보고 나선 다른 일이 손에 안 잡혔으니까요.” 무조건 공방을 찾아가 ‘나를 직원으로 써 달라.’고 말했다는 그. 선배들이 퇴근한 후에도 밤늦게까지 남아 기술을 연마했다. 덜어내는 목조각을 통해서는 세밀함을, 더하는 흙 조소를 통해서는 조형감을 배웠다. 그러자 곧 기회도 찾아왔다. 우리나라 첫 자연사박물관인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 공룡조형을 제작하게 된 것이다.   

“동물조형을 만들고 그에 맞게 자연공간을 연출하는 게 좋았어요. 호랑이부터 작은 올챙이까지 만들며 동물조소와 친하게 되었죠.” 하지만 이름이 알려지고 일이 많아질수록 내 작품을 하고 싶은 열망도 함께 커졌다는데…. 서울과학기술대 전통공예 최고전문가 과정에 입학해 ‘나만의 것’을 연구하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고민의 답은 자연스레 조명으로 이어졌다고.

“동물의 역동적인 모습과 빛이 참 잘 맞았어요. 또 빛을 어떻게 보여줄까 생각하다가 한지를 선택했죠. 자연에 어울리는 적합한 소재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입체적인 동물조형에 한지를 자연스레 붙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다양한 빛에 맞춰 한지 두께와 색을 선택하고, 조형에 맞는 조명과 소켓을 새로이 디자인했다. 수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10년은 실험 기간이라 생각했단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이름을 얻는 것보다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소비자가 만족하고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지요.”
 
제작 초기, 가정에 맞지 않은 화학적인 재료라는 생각에 한지조명 판매를 거절하기도 했던 그. 조명의 실용성은 물론 예술적인 조형물로 인정받은 지금도 사용자가 만족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불을 켜지 않을 때에는 공간을 장식하는 훌륭한 조형 장식이 되고, 불을 켜면 공간을 밝히는 조명이 되는 거죠.” 스탠드형, 천장형, 액자형 조명까지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은 공간을 아름답게 연출하기에 충분. 천장이 물고기가 떼 지어가는 바다 속이 되고, 벽면이 하늘을 유영하는 물고기들로 가득 차는 것이다.

“작품은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선 하나하나, 작품의 모든 것이 내 마음과 연결되어 있죠. 그만큼 정성이 들어간 거고요.” 그러다 보니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동물 한지조명이 만들어진 것 같다는 그. “바람이 있다면 전시장이 생겨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한지조명 작품을 보고 행복한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말을 듣기라도 하듯, 다정한 표정의 한지조명들이 따뜻한 빛을 머금는다.  | 교육문의: 조형한지조명 ‘빛이 일sbg8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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