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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우리는 하나다' 2018년06월호

‘우리는 하나다’
바람개비 돌아가듯
평화는 모두의 것

취재. 노태형 편집인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토요일 오후, 파주 임진각 평화공원을 걷습니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여운이 아쉬운 듯 사람들은 임진각 주변에 몰려 북녘을 바라봅니다. 어떤 이는 돌아가지 못한 땅이 그리워 우두커니 섰고, 어떤 이는 분단과 휴전의 현실이 신기한 듯 두리번거립니다. 총탄 흔적이 뚜렷한 경의선 철교의 부서진 교각과 임진강 독개다리, 그리고 녹슨 증기기관차는 아직도 ‘그날’의 상처를 잊지 못하겠죠!

어디선가 울려오는 국악소리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깁니다.
청중 없는 공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관객이라곤 딱 1명. 어쩌다 그 앞을 스쳐 지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그도 우물쭈물 발걸음을 멈추는가 하더니 이내 휑하니 떠나버립니다. 아마 마음을 비운 듯합니다. 예정된 공연을 취소할 수 없었는지, ‘그래, 우리끼리라도 신명나게 놀아보자.’며 자기 흥에 겨워 맘껏 소리를 질러내는 걸 보면 말이죠. 싱숭생숭했던 마음에 비로소 평화가 찾아온 모양입니다.
‘얼마나 고맙습니까! 그래도 누군가는 그 소리를 오래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언덕 아래에는 빨강 노랑 하양…, 뭇 색깔의 바람개비들이 비에 흠뻑 젖은 채 섰습니다. 어떤 이는 지나는 시간을 따라 돌아가고, 어떤 이는 그냥 무심히 눈을 감았습니다. 누군가 다가가 손가락으로 돌리니 겸연쩍은 듯 애써 몇 번 몸을 뒤척여도 줍니다. 돌거나 멈춰 서거나…. 그 풍경 역시 평화롭습니다.

조그만 목선 한 척, 연못가 언덕에 기대어 있습니다. 바람개비가 돌 때마다 임진강으로 첨벙첨벙 뛰어들어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둥실둥실 오가는 꿈을 꿉니다. 남과 북 사이에 끼어 오랫동안 사람 발길이 끊어진 강에는 물 반 고기 반이라 하는데…. 그 강을 자유롭게 거닐며 풍어의 꿈을 걷어 올릴 날이 그리 멀지만은 않았겠죠.
‘그 평화의 꿈이 잦아지고 깊어지면 곧 새벽이 열리지 않겠어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판문점 만남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세계의 눈이 일제히 이곳에 쏠린 것은 분쟁과 전쟁의 역사가 ‘평화’의 역사로 전환되는 시발점이기 때문이겠죠. 중간중간 우여곡절이야 없겠습니까. 하지만 올 가을에는 평양방문을 약속했다고 하니 이제 곧 서로 간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비무장 지대를 ‘평화지대’로 바꿀 꿈에 사람들은 벌써부터 설렘을 담아냅니다.

과거의 상처를 대못처럼 박아둔다고 그 아픔이 아물까요! 증오의 칼날을 시퍼렇게 갈아 겨눈다고 복수가 될까요! 세상의 멍을 치료하는 제일 좋은 약은 ‘화해’가 아닐까요. 혹, 그렇다면 그 화해는 만남에서 비롯되겠죠. 서로서로 용서도 하고 양보도 좀 하면서 살게요.

세상은 늘 시끄럽습니다.
우리가 남과 북으로 갈라졌듯,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다투고, 갑과 을로 나눠 따집니다. 그게 안 되면 이것과 저것으로 혹은 너와 나로 나눠, 나만 옳다고 악다구니를 쓰는가 하면 그래도 내가 옳다며 침묵으로 무시해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60명 팔레스타인의 목숨을 앗아간 분쟁상황에서도 ‘우리의 가장 큰 희망은 평화를 위한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겠죠.
‘평화는 모두의 것이지, 결코 이기적인 누군가의 독점물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