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자신을 잃어버리는 병
글. 이성익


‘치매 국가 책임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매는 심각한 사회적 이슈입니다. 보건소와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치매 환자 관리를 위해서 애쓰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게 현실이죠. 치매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치매 환자를 매일 보는 의사에게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람들은 치매를 불치병으로 인식합니다. 그러나 치매는 뇌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오래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며, 수많은 원인에 의한 결과입니다. 대부분의 치매는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지만, 드물지 않게 치료 가능한 치매도 있습니다. 우울증, 심한 기억력 저하를 유발하는 과도한 스트레스, 비타민 부족, 약물, 부분 간질, 갑상선 기능 이상 등에 의한 치매는 고칠 수 있습니다. 혈관 질환에 의한 치매도 예방적 위험인자를 적절하게 관리하면 치매의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치매를 불치병으로 치부하면 아까운 기회를 놓치게 되기도 합니다.


많은 보호자들은 치매로 의심되는 환자를 모시고 온 후, 치매인지 아닌지 극단적 결정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외래 진찰실에서 이루어지는 5~10분가량의 문진과 신경학적 검사만으로는 다양한 원인을 갖는 치매를 정확히 가려내기 힘듭니다. 추가로 혈액검사, 뇌 영상검사(특히 자기공명영상검사, MRI), 핵의학 검사, 뇌파검사, 뇌척수액 검사 및 신경심리검사(기억력 검사) 등의 여러 가지 검사를 시행한 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치매 진단은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하므로, 신중을 기하여 진단해야 합니다.
또한, 치매와 그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함께 지내는 보호자들의 협조와 도움이 필요합니다. 서서히 (혹은 갑작스럽게)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며 일상생활 수행능력에 장애를 보인다면 치매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최근 고령화 사회가 되고 혼자 사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노령의 치매 환자와 관련된 각종 사고(사기 피해, 범죄, 화재, 실종, 교통사고) 위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관심, 사회와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 오게 된 것입니다.
현재까지 개발되어 시중에 나와 있는 치매 치료 약제는 몇 가지가 있지만 뚜렷하게 임상적 호전을 보이는 약물은 없습니다. 치매 극복을 위해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지난 10년간 새로운 치료제로 발전한 것은 없고, 예방을 위한 약물 개발도 모두 실패하였습니다. 타 분야의 의료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간이식, 신장이식, 인공관절 수술, 인공 와우 등 신체 장기를 대신할 수 있는 기술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뇌는 그런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유일한 장기입니다. 자신의 뇌가 아니면 더는 나 자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하여 그 어떤 약물이나 검사보다 중요한 건, 술과 담배를 가차 없이 중단하고,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 습관을 유지하면서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전문가의 적절한 검사와 약물치료를 통해 뇌 건강을 지켜서 치매 걱정 없는 백세 시대를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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