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슬리는 기계 소리
글. 강민복 김해교당

한국문화연수원에서 2박 3일의 일정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낮에 열심히 일한 뒤 저녁밥을 맛있게 먹고는 숙소로 들어왔다. 따끈따끈한 온돌방이 마음에 들어 그대로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아~! 행복해.” 하고 말을 내뱉는 찰나, 난방기 돌아가는 소리가 유난히 시끄럽게 들린다.
‘이게 무슨 소리지?’ 소리의 원인을 찾아 전원을 껐지만, 또 다른 기계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우리 방에 있는 개인 난방기 소리가 아닌 전체 보일러 소리였던 것이다. 날씨가 추우니 보일러를 끌 수도 없는데, 자꾸만 소리가 거슬려 잠을 잘 수 없었다.
문득 ‘원래 보일러 소리는 이곳에 있었고 나는 객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마음이 안정되고 어느새 잠이 들어 행복한 아침을 맞이했다.
일원의 위력이 무엇인가? 안이비설신의 육근동작을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하게 사용하면, 거기에서 위력을 얻고 체성에 합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박 여사 나이가 어때서?
글. 남승주 화곡교당

내가 제일 사랑하는 어머니 박 여사는 올해 89세이다.
“엄마 잘 잤어요?” “그럼, 내 딸도 잘 잤지?” 우리 모녀는 매일 하루를 시작하며 안부 전화를 주고받는다. 힘들 때마다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엄마’라는 존재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커진다.
요즘 들어 박 여사는 마음이 자꾸 약해진다. “엄마, 지금까지 내 곁에 건강히 계셔주셔서 감사해요.” “그러게 엄마가 더 건강하게 오래오래 딸 곁에 있어야 하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아이고 야야~ 내 나이가 있잖아.” “박 여사 나이가 어때서?” “90 밑짝 깔려서 이젠 힘도 없고 예전만 못하다야. 요즘 꿈에 느그 아부지도 나타나고, 돌아간 친구들도 나 보고 오라 카고, 아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나 부다.” “엄마, 자꾸 아부지가 나타나거든 딸 걱정이 돼서 못 간다고 전해줘.” “옹야 알았다. 꼭 그렇게 말하마. 하하하~.”
박 여사는 동래교당 터줏대감 법사 인타원이다. 피아노 반주를 30년 정도는 하신 것 같다. 성격은 깐깐하고 화통하면서, 마음은 여린 여성이다. 못하는 것 없는 멋쟁이에다, 2002년 아시안 게임 때는 일어 자원봉사를 하셨다. 이런 멋진 엄마를 둔 나는 참 행복하다.
‘박 여사님! 아직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더 건강하시고 언제나 제 곁에 있어 주세요.’


새해의 등산
글. 권명권 여의도교당

오랜만에 관악산으로 향하니 기분이 좋다.
눈이 조금 쌓여 있는데도 아이젠을 끼지 않고 그냥 오르다 내리막길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마음속으로 새해 액땜을 했다고 생각하니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고 웃음이 나온다. 한참을 힘들게 올라 중간쯤 마당바위에 도착하니 한눈에 확 트인 전경이 보인다. 마음이 후련하다. 조금 더 올라가니 그 추운 날 난코스에 철 계단 작업이 한창이다. “수고한다.”고 인사를 건네고 다시 길을 오르면서 ‘대종사님이 대각하시어 우리 앞길을 일원세계로 인도하시듯이, 저 사람들은 등산객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든다. 코스 중 가장 어려운 구간 역시 철 계단으로 새롭게 정비되어 정상까지 쉽게 산행을 할 수 있었다.
관악산 정상에 올라 확 트인 곳에서 가족들과 교도들을 위해 기도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산하면서 생각해본다. 올라갈 때는 무척 힘들고 어렵기도 했는데, 내려갈 때는 마음이 홀가분하고 편안하다. 대산 종사님이 “방도 빈방이라야 살림살이를 들여놓고 살 수 있듯이 우리의 마음도 텅 비어야 일체 중생을 다 제도 할 수 있느니라.” 하신 법문이 떠오른다.
올라간다는 욕심보다, 놓고 내려간다는 생각 하나가 편함을 주는 듯하다. 과욕을 내려놓고 처해진 환경에서 열심히 생활하며 법 공부 열심히 하는 교도가 되길 서원해본다.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