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형식
글. 노태형 편집인

불교의 나라, 부탄은 소들의 천국입니다
이곳에서는 ‘소를 어머니로 모신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우유를 먹고 자라기 때문이라지요. 그러기에 좁은 도로를 점령하고 어슬렁어슬렁 길을 건너는 소떼를 만나도 그들은 결코 서두름이 없습니다. 또 산악지대가 대부분이기에 농사일에도 소는 큰 힘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소를 식용으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어머니를 먹을 수는 없다는 거죠.
안내자의 말입니다. “이곳 소들도 다 주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든 소는 방목해 여생을 편히 살 수 있도록 놓아 줍니다. 다음 생에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동물이 소입니다.”
그래서 자동차운전 등으로 소를 다치게 하면 중대과실이 돼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군요. 다른 문화권이라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배금주의에 절은 각박한 인간중심의 현대 사회에서 귀 기울여야 할 경종이 됩니다.
부처님의 나라는 모든 게 사원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인사인해의 사람들은 사원에 모여 욕심을 덜어내고 소박한 기도로 자기를 살피죠. 그중 익숙한 풍경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원에 들어선 사람들이 청수, 즉 맑은 물을 받쳐 들고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모습이죠.
“물은 가진 자나 가지지 못한 자나, 누구나 정성으로 올릴 수 있는 공양입니다. 평등하게 올릴 수 있는 공물인 것이죠.” 한 잔의 물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생명수이며, 번뇌를 씻겨내는 원천수이고, 나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지혜입니다. 부처님 공양으로 이만한 법식이 어디 있을까요.
형식(形式)에서 마음이 우러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형식은 문화가 됩니다. 혹, 우리는 실질이 우선되는 물질개벽의 시대라고 하여 ‘마음의 우물’까지 막아버리고 사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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