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사랑 가득한, 딸기 농장
봄바람 타고 달콤한 향기 솔솔
취재 이현경 기자

“어머, 진짜 빨강하다!”
200여 평 규모의 하우스 안은 딸기의 집이고 자궁이다. 특히 딸기 모양이 예쁘고 당도 높기로 소문난 ‘59번’ 딸기 농장. 논산시 양촌면 모촌리에 있는 김용원, 유민경 부부의 하루는 이러한 감탄사로 기쁨이 넘친다. 오늘은 바로 딸기를 수확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전 7시, 일찍부터 일어나 작업장으로 출근한 김 씨가 하늘을 본다. 아직 해도 뜨기 전인데, 반가운 봄비가 먼저 내리는 것. 장인·장모를 위해 사위가 준비해놓은 장작을 화목 난로에 넣고 불을 때니, 금세 주위가 따듯해진다. 곧이어 유 씨가 도착하고, 외국인 근로자 예의 씨와 는 씨도 작업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친근한 아침 인사를 건네곤 다 같이 딸기 하우스로 이동!

1,500평 대지에 자리한 딸기 하우스는 작은 하우스까지 더해 총 8동, 여기에 육묘장까지 2동이 더 있다. 하우스 문을 열자 드넓은 광경에 놀라고, 깔끔한 내부에 또 놀라고, 일렬로 쭉 열매 맺고 있는 빨간 딸기의 자태에 또 한 번 놀란다. 바로 부부의 30년 경력 노하우가 이러한 딸기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인 셈. 여기에 바닥에서 재배하는 것이 아닌 고설재배 방식을 사용한다. 토경재배의 단점을 보완해 땅 위로 일정 간격 이상 띄워진 상태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것. 덕분에 유 씨는 허리춤에 매달린 딸기를, 선 채로 수확할 수 있어 일하기에 훨씬 수월하다.

무엇보다 10여 년 전부터 고설재배를 시작한 건 김 씨의 큰 공이 자리한다. 기계 관련 공부를 마치고 자격증을 취득해, 이웃에서도 툭하면 김 씨에게 ‘기계를 봐달라.’고 요청할 만큼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큰 배포와 남들보다 앞서 내다보는 눈까지 가지고 있는 것! 그가 가끔 입버릇처럼, “복합 예술이지. 복합 예술이야.”라고 말하는 것도 전기, 기계, 화학 등 여러 메커니즘에 관한 끊임없는 공부를 하는 밑바탕에서 나온 말이다. 요즘 자동화·기계화가 보편화 된 농사에 있어 그의 재능은 물씬 발휘된다. 또한, 그 재능을 물려받은 아들 김우중 씨도 그의 자랑이라고.

하우스 안으로 들어선 유 씨가 딸기 바구니가 실린 손수레를 끌고 한쪽 끝에서부터 일렬로 나아간다. 딸기 수확은 11월부터 5월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건만, 오늘은 봄비가 오니 다른 날과 달리 또 새롭다. 한발 한발 내디디며, 빨간 딸기들을 조심스레 바구니 안에 넣는다. 어느새 바구니에 딸기가 가득 차면 바닥에 내려놓는다.
이처럼 군데군데 놓인 바구니들이 하나둘 빨갛게 떨어지는 큰 빗방울처럼 바닥에 웅크리면, 곳곳에 향기는 더욱 가득하다. 그러다 문득, 조용한 작업 가운데 “와~.” 하고 감탄사가 나온다. 처음 본 딸기도 아니건만, 금방 수확한 딸기에 매료되는 어떤 순간들이 있다.
이때, 스르륵 하우스 문이 열린다. 큰 손수레를 끌고 김용원 사장이 나타났다. 세 사람이 딸기를 수확했다면, 그는 그들이 내려놓은 딸기가 가득한 바구니들을 척척 싣는다. 큰 수레에 층층이 딸기 바구니가 쌓이더니, 이내 수확의 기쁨이 그에게서 꽃피운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딸기를 크기별로 분류해 상자에 담아야 한다. 작업장으로 간 그가 음성 전자 선별기 위에 딸기 바구니를 올리더니, 딸기를 하나씩 집어 올린다. 그러자 “1단, 2단. 1단!” 마치 구구단을 외는 아이처럼, 경쾌한 소리가 난다. 딸기 무게를 측정해 그에 따른 단수를 알려주는 것. 그 가운데 나지막한 김 씨의 목소리가 섞인다. “8시 반인데…. 우리 딸은 언제 오나?”
이때, 딸네 부부가 깜짝 등장하듯 김 씨의 곁에 온다. 딸 김혜원 씨의 밝은 목소리에 김 씨는 화목난로에 불을 더 지핀다. 부녀가 나란히 앉아 일하면, ‘왕특’ ‘특’으로 나뉜 상자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 라벨을 붙이는 건 사위의 몫. 여러 동의 하우스에서 딸기를 수확하고 온 유 씨도 등장한다.

“2동은 다 갖고 왔어요?” 김 씨가 아내에게 묻자, 유 씨는 “네~.”라고 대답하곤 작업장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아 일에 동참한다. 어느새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한마음 한뜻으로 작업에 더욱 속력을 낸다. 그사이 우스운 얘기가 오가고, 더러는 미리 개인 주문한 손님이 찾아와 “좋아서 계속 찾게 되는 딸기 가져갑니다~.”라는 말과 함께 상자를 6개나 들고 신나게 떠나기도 한다. 이윽고 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혜원 씨가 마지막으로 “왕특!”을 외치며, 선별기의 코드를 뽑으면 드디어 작업 완료!

김 씨가 트럭을 몰고 농협 공동선별장으로 가는 시간은 오전 11시 즈음. 김 씨가 검품장에 딸기 상자들을 내려놓자, 검품장 책임자인 김명환 씨가 전표를 건네며 “여러 농가 중에서도 좋은 딸기 가져오십니다.”라는 진심 어린 칭찬까지 더해준다. 딸기 하우스 안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벌처럼, 김 씨도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들에게 향한다. 연산교당 교도회장을 수행하는 김용원 씨와 교당 일에 앞장서는 그의 가족들의 사랑이 봄날의 딸기보다 더 향기롭고 아름답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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