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하나의 메달이 되다
글. 이효은 한겨레고등학교 1학년

열 살에 남한으로 넘어와 9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꼬마가 어느덧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미래를 꿈꾸는 나이가 될 만큼 많은 것들이 변화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분단의 현실입니다.
저는 10살에 탈북하여 한국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다녔습니다.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냈습니다. 북한사람이라는 꼬리표는 무거운 비밀이었고 큰 불안이었습니다. 이 시대의 시선과 선입견이 꼬마를 죄인처럼 행동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이야기 할 곳은 가족 밖에 없었습니다. 학교 선생님이나, 친구들은 통일에 대한 교육을 받아보지 못했고, 뉴스나 인터넷으로만 접해왔던 먼 이야기로 여겼고, 북한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통일에 대해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통일한국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습니다. 저 역시 통일에 대한 교육을 받아본 기억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중학교를 이곳 한겨레로 오게 되면서 ‘아 통일교육이라는 것도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을 만큼, 일반 학교에서는 통일에 대한 교육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아직도 상처로 남아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이야기해 보자면 초등학교 시절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부터 달라진 일상입니다. “우리 세금 받아먹으면서 편하게 사는 주제에, 네가 살던 데로 돌아가!”라고 말하던 어느 친구의 말은 아직도 마음의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저는 ‘통일’이 단순히 국토의 통일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통일은 우리가 정신적, 문화적으로 이해하고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나라가 내일 당장 통일이 된다고 했을 때, 과연 지금의 모습이어도 괜찮을까요? 지금의 사회여도 정말 괜찮을까요?
통일에 대해 더 긍정적인 시선이 필요합니다. 더 다양하고 많은 통일교육이 이뤄지고, 통일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자리가 더 많아져 남북전쟁을 겪지 않은 제 나이 또래 친구들도 분단의 아픔을 이해하게 하고, TV나 인터넷을 활용하여 남한에 열심히 적응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보여주는 등 새터민이 진짜 한민족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 새터민 역시 달라져야 합니다. 주어진 여건과 혜택을 악용하는 사람들, 취업이나 취학의 기회를 제공해도 쉽게 포기해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새터민이 설 자리는 점점 없어질 것입니다.

“둘이 하나가 되면 더 큰 하나의 메달이 된다. 1등과 3등이 하나의 조선에서 나오면 더 큰 메달이 될 것이다.” 2016 리우 올림픽 사격에서 동메달을 딴 김성국 선수의 인터뷰입니다. 북한 선수 최초로 통일을 언급했던 선수의 용기에 힘입어 우리 역시 달라지려는 노력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진정한 통일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 하나의 노력이 아닌 모두의 기대와 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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