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생각하는, 반찬가게
자매의 손맛으로 밥 한 그릇 뚝딱!
취재. 이현경 기자 

볕이 좋은 토요일.
가좌역 근처 땡땡거리의 열차 지나가는 소리만큼이나, 동생 이상득 씨의 다정한 목소리가 가게 안에 울린다. “언니, 명절 전이라 가격이 많이 올랐어~.” 그의 손에는 출근길에 장을 봐온 싱싱한 채소가 가득하다. 언니 이상필 씨가 밝은 표정을 짓자, 반찬가게의 아침이 분주히 깨어난다.

화사하게 인테리어 된 가게 문을 지나, 말끔히 닦아 놓은 반찬의 진열공간 너머로, 깔끔한 주방이 자리해 있다. 여기가 바로 우애 좋은 자매의 손맛이 발휘되는 곳. 주방 한쪽에는 ‘돼지고기찜, 브로콜리야채볶음, 훈제삼겹살, 소고기뭇국, 두부톳, 메추리알조림….’ 등 오늘 만들 반찬 목록이 빼곡히 적혀있다. 이곳에서 매일 만드는 반찬은 15~20가지로 다양한 편. 이뿐 아니라 김치류, 젓갈류, 전·구이, 샐러드, 죽 등 총 메뉴는 더욱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국내산 재료를 사용하고 화학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웰빙’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향의 특색이 담긴 ‘콩잎무침’ 같은 반찬과 언니 상필 씨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재창조된 퓨전 반찬이 추가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손님들에게 골고루 인기 좋은 즉석 반찬 목록은 그렇게 완성된다.

‘오늘 만든 반찬은 오늘 판매’를원칙으로 하기에, 자매는 금세 앞치마를 두르고, 위생모를 쓴 후, 마스크까지 착용하며 요리준비를 한다. 언니가 “고사리 좀 삶아야 하는데….” 하고 말을 건네자, 옆에 있던 동생이 바스락 소리를 내며 친인척에게 공수해 온 ‘지리산 고사리’를 삶아낸다. 곧이어 해풍을 맞으며 자란 달달한 ‘섬초’를 다듬고, 싱싱한 파프리카를 반듯하게 자르며, 깔끔한 성격을 유감없이 발휘해 척척 재료 손질을 해낸다.

이젠 등을 맞대고 있던 언니가 야무진 손으로 맛깔난 요리 솜씨를 발휘할 차례. 직접 짠 참기름을 넣고, 맛간장으로 간을 맞춰 재료를 버무리니, 건강에도 좋고 보기에도 좋은 색색의 화려한 반찬들이 빠른 박자를 타고 진열대에 자리 잡는다. 언니 상필 씨는 식당을 운영한 경력이 있을 만큼 요리에 재능과 흥미가 있기에, 모든 일을 즐겁고 여유롭게 진행한다.
그러던 중 만가닥버섯볶음과 소고기뭇국을 미리 주문해 놓은 손님이 왔다. 이때 상필 씨가 다 끓인 국을 맛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머, 이거 매실이 들어갔나?” 직접 만든 육수를 넣는다는 게 매실액기스를 넣은 것이다. 동생은 얼른 달려와서 “큰일 났다. 통에 이름을 안 적어놓아서 그래.”라며 언니의 마음을 한번 쓰다듬는다.

손님에게 양해를 구한 후, 언니는 새로 뭇국을 끓이기 시작한다. 그사이 손님이 “여기처럼 반찬 많은 곳이 없는 것 같아요.” 라며 매일 달라지는 반찬을 구경하자, 문득 상득 씨가 속 얘기를 꺼낸다. “제가 아토피가 굉장히 심했거든요. 병원에서 약을 먹어도 낫지를 않았는데, 언니가 준 맛간장 덕분에 이젠 병원에 안 가요.” 실제로 언니의 음식을 통해 20여 년 동안 앓던 아토피에서 벗어난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맛간장’이란 언뜻 일반 간장보다 연하게 보이는 액체이다. 다시마, 북어 대가리, 말린 민물새우, 표고버섯, 가다랑어포를 센 불에서 한 시간, 중불과 약불에서 두 시간 정도 끓인 후 건져내면 육수의 한 단계가 우선 끝났다. 이 중 절반은 그대로 덜어서 육수로 사용하고, 남은 양에 양파, 대파(뿌리 쪽 위주로), 사과, 무, 배를 넣고 약불에 한 시간 끓인 후 재료들을 건져낸다. 여기에 일반 간장을 붓고, 레몬 1~2개를 썰어 넣으면 완성! 이것도 일주일에 한 번 만드는 정성이다.
국이 다 완성되자, 손님은 자매의 정성에 따듯한 한마디를 건네고, 자매는 음식에 담긴 정성을 알아주는 그 마음에 보람과 감사를 느낀다.

손님들이 연이어 방문하는 오후. 어느 모자(母子) 손님 중 쑥스러움을 타는 아이에게 자매는 키 높이에 맞춰 “아이고, 올해 한 살 더 먹었지? 오랜만이네.”라며 환한 인사를 건넨다. 손님 중 더러는 “더 유명해지지 마세요~.”라며 여기는 자신만 알고 싶다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한다. 당뇨, 혈압, 아토피 등을 앓는 사람들도 이곳을 찾는다.
이때 배달 주문 전화가 왔다. 동생이 언니의 배웅을 받으며 자전거 페달을 밟자 “따르릉” 소리와 함께 자전거가 움직인다. 장사가 잘 될수록 더욱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는 자매의 고운 꿈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힘차게 나아간다.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