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원광'
김인종 원광보건대학교 총장
나를 변화시키는 에너지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취재 장지해 편집장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동행한 경제사절단 명단에 낯익은 이름이 눈에 띈다. 김인종 원광보건대학교(이하 보건대) 총장이 바로 그 주인공. 기업의 총수나 CEO들이 대부분인 경제사절단에 대학총장으로서는 유일하게 포함되어 주목을 받았다.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총장이 경제사절단이라니…. 갸우뚱해지려는 순간, 중국 대학의 특징에 대한 김 총장의 설명이 이어진다. “해외 대학들은 다양한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면서 사업을 하는 기업그룹을 몇 개씩 가지고 있어요. 특히 중국은 더욱 그렇고, 우리와 협약한 북경대학도 그렇더군요. 단순히 유학생 유치를 위한 시장이 아니라, ‘산학협력’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시장인 거죠.”
  이를 기점으로 보건대의 오랜 숙원이었던 중국 진출이 본격화되었다는 게 그의 말. 보건대는 현재 중국 재계 100위권 안에 드는 열달그룹(중국명 위에다그룹)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중국에서 ‘원광열달노인보건중심’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총장으로서 걸어온 지난 10년은, 원광보건대가 ‘원광’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5년 연속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선정을 비롯해 굵직한 성과들을 이뤄냈던 시간들이다.
  하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필리핀 세종학당과 어학센터 등을 통해 글로벌 사업역량도 제대로 인정받았다. 어디 그뿐인가. 현재 중국은 물론이고 몽골, 러시아 등과도 굵직한 국제적 사업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한국 속의 원광에 머물지 않고, 세계 속의 원광을 향해 나아가는 뚝심 있는 걸음이다.

● 올해로 총장직 11년 차에 접어들었는데요, 소회가 궁금합니다.
 “1995년도에 대학에 와서 20년 넘게 아래부터 위까지 다 경험을 해오면서 이제야 학교에 대해 조금 알겠구나 싶었는데, 4차 산업혁명과 대학의 2주기 구조개혁이 맞물리면서 다시 새로운 준비를 해나가야 하는 때를 맞이한 것 같아요. 요즘은 총장직을 수행해온 10년의 소회보다도, 미래를 위한 방향을 잘 잡아나가야 하는 앞으로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과거보다 훨씬 빨리 변화하는 시대. 지금까지 많은 평가에서 독보적인 성과와 타이틀을 거머쥐어 온 보건대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더욱 바짝 차려야 한다는 긴장감과 두려움이 없을 수는 없는 것이다.

● 대통령 방중 시 경제사절단 동행이 큰 이슈였습니다.
 “열달그룹과 준비하고 있는 우리의 노인요양·의료사업이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의 미래사업 핵심과도 잘 맞아떨어지니까, 그 사업 추진 과정을 지켜 본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경제사절단에 추천을 했더라고요. 덕분에 ‘원광’이라는 브랜드가 중국사회로부터 신뢰를 더 얻게 되었으니, 감사한 일이죠.”
 
 사실 김 총장은 기획조정처장으로 재직하던 2004년부터 중국 진출을 꾀해왔다. 그 사이 당연히 많은 경험이 있었을 터. 그리고 어려운 시기마다 ‘포기’라는 말이 아닌 ‘체념의 지혜’라고 돌리며 결국 중국 기업과의 글로벌 산학협력을 이끌어냈다. 거기엔 코트라를 통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현지 정보를 얻어 철저히 분석하는 과정이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KT로부터 해외 사업 진출에 필요한 모든 전산업무를 제공하겠다는 회신을 받았으니, 또 하나의 큰 힘을 얻은 셈이다.

● 열달그룹과 진행하게 될 노인요양·의료사업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죠.
 “이 사업은 기본적으로 중국 기업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우리는 우리가 가진 운영 노하우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요. 앞으로 10년 안에 노인요양의 중심 성(省)인 강소성에 노인요양시설 200개를 건립해서, 중국 노인요양사업의 표준화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죠. 중국에서는 서비스 마인드를 뒷받침하는 교육시스템이 갖춰진 ‘원광’이라는 교육기관이 이 일을 한다는 걸 큰 장점으로 여겨요. 현재는 본 사업 전에 시범사업으로 진행할 노인요양의료시설을 준비하고 있는데, 올해 말에서 내년 초쯤이면 운영이 시작될 겁니다.”

 중국의 노인부양문제가 심각해지면서 2008년부터 진작 노인양로사업의 붐이 한차례 일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거주시설과 관련한 부동산 개발만 확장되어 좋은 시설에 텅 빈 분양시설만 우후죽순 늘어난 상태였던 것. 보건대가 열달그룹과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첫 번째 조건은 ‘노인사업=주거 양로시설 분양 사업’이라는 생각을 ‘의료·요양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 총장이 이 사업에 정성을 들인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원광’이라는 이름을 걸고 추진되는 일이니만큼, 세계교화를 위해서도 좋은 기회라고 여겼던 것.

● 이 산학협력이 보건대와 원불교에 갖는 의미가 뭘까요?
 “학교 차원에서는 ‘원광대·보건대·원광대병원은 의생명을 강조하는 대학’이라는 장점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게 큰 의미에요. 게다가 이 산학협력은 재정적으로 수익사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죠. 특히 ‘원불교’라는 이름으로 교화활동을 할 수 없는 중국에 복지와 ‘원광’라는 이름으로 접근하면, 중국의 현대 사회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이슈가 될 수 있어요.”

 평소 ‘종교의 개인적인 실천은 수행에 있고, 종교의 사회적인 실천은 복지와 의료에 있다.’고 자주 강조하는 김 총장. 그러기에 더욱 원광학원이나 원광과 함께하면 교당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는 교화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은혜사상에 기반해 인류사회를 위해 힘써오고자 했던 원불교만의 인정교화(서비스마인드)에 학교기업이라는 비즈니스 모델과 연결시키면, 자립경제 글로벌 교화의 틀이 마련되어 중국사회에서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 학교사업으로만 보면 ‘사업’에만 그칠 일도, 교화와 어떻게 연결시켜나갈까를 고민하면서 의생명, 노인요양, 의료사업 등을 연결해낸 것이다.

● 중국 외에 추진하고 있는 해외사업들도 소개해 주세요.
 “현재 해외 4개 출장소(중국, 몽골, 필리핀, 러시아)를 중심으로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몽골은 원광학원 산하 대학과 병원이 대규모 의료봉사활동을 해오던 것에 한 발 더 전진해서, 조만간 우리 동문들이 ‘원광’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병원을 직접 운영해 나갈 거예요. 러시아는 의외로 한방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 우리의 한방 기술력(제품, 의술 등)을 현지에서 확장해나가려고 해요.”

 또, 중국의 영재학원 재단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원광의 콘텐츠로 필리핀이라는 제3국에서 대학운영이 예정되어 있고, 정부로부터 문화원 운영을 요청받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들의 이면에는, 동남아와 유라시아, 중국 등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갈 기지를 세우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는데…. 그러기에 ‘각각의 나라에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했던 시간들. 그렇게 찾아낸 것이 필리핀에서는 영어교육과 화상영어, 중국에서는 의료복지와 교육, 러시아와 몽골에서는 의료라는 콘텐츠다.

● 여러 국제무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일을 해내는 열정의 근원은 뭔가요?
 “‘원불교’ 그 자체가 제 열정의 근원인 것 같아요. 제 아기 때의 삶 속에는 정산 종사님의 무릎이 있고, 이 건물(현 보건대 본관)은 우리 아버지(처산 김장권)가 올라 다니며 수업받았던 곳이고…. 성장 과정에 원불교밖에 없어서, 어릴 때 저는 원불교를 벗어나면 죽는 줄 알았어요. 하하. 그러다 보니까, ‘원불교’ 안에서 뭔가를 계속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학교에 근무하거나 교육을 담당하면서도 교화를 생각해 나가고, 무엇보다 교화현장의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어요. 그게 방언공사로부터 비롯된 영육쌍전·이사병행이라는 우리 교리에도 맞는 일이고, 후배들에게도 큰 힘이 될 테니까요.”

● 사업들을 추진할 때 어떤 생각으로 일을 하시나요?
 “어떤 일을 할 때, ‘이 일이 될까, 말까.’ 하는 생각을 가지면 일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을 해내는 열정이 있어야 해요. 물론 일을 하다보면 좌절되는 순간들도 너무 많아요. 그래서 집중하는 힘이 중요하죠. 밤송이의 가시는 사방으로 뻗어서 종이 한 장조차 뚫지 못하지만, 송곳은 여러 장의 종이도 정확하게 뚫잖아요. 수많은 일이 있을 때 그것을 성사시키려면 밤송이 가시처럼 흩어진 생각을 송곳처럼 날카롭게 집중시킬 줄 알아야 해요. 그리고 힘없는 지푸라기들을 엮고 엮어서 단단한 새끼줄을 만들어내듯, 한 번에 끝내지 않고 한 번 더 엮어가는 힘, 그런 정성과 성실함이 있어야 해요.”

● 원불교를 비롯한 종교의 미래가 다 어렵다고 합니다. 타개해 나갈 비결을 전해주신다면요?
 “풀쩍 뛰어서 울타리를 넘어야 해요. 원불교가 지금까지는 한국의 농촌사회를 이끌어왔다면,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역할을 깊게 고민해야 하죠. 다른데 의지하지 않고, 미루지 않고, 탓하지 않고, 뛰쳐나갈 수 있는 비전을 대학, 그리고 ‘원광’과 함께 해나간다면 시너지 효과가 날 거라고 확신해요. 대학 구성원들에게 제가 잘 하는 말이 ‘혼자가면 빠르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여럿이 가면 느리지만 멀리갈 수 있다.’인데, 1세기에서 2세기로 넘어가는 원불교의 변화 곡점에서 세상을 향해 도전해야 진정한 가치가 드러날 거예요. 걱정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어요. 함께 도전하면서 그 가치를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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