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가장 큰 보배
글. 박성근

  경계가 있었다.
청년법회는 토요일 오후 4시에 시작되는데, 시곗바늘은 4시를 넘긴 상황.
빈 방석은 누구의 주인도 찾지 못한 채 쓸쓸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결산법회 때 나눠줄 비누를 만든다고 여성회 교도님들이 오셨다. 민망함에 소법당을 지나면서 힐끔힐끔 쳐다보시는 교도님들의 눈을 차마 마주칠 수 없었다.

  5분이 지나자 대학원생 다은이가 소법당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짧은 순간이지만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민망한 상황으로부터의 해방감과 동시에 ‘그냥 편하게 담소나 나눌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혹시 혼자 법회를 보면 다은이가 너무 민망해하지 않을까?’ ‘이번에 준비한 설교가 너무 마음에 드는데 법회를 다음번에 할까?’ 만감이 교차했다. 정말 짧은 순간이지만 고백건대 난 그런 갈등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결론은? 법회를 무사히 마쳤다. 하필 그날의 주제는 ‘당신을 잘 듣고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경청에 대한 설교 내용이었다. 법회 사이사이 다은이는 휴대폰을 봐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나의 모든 시선을 받고 있었기에 멈칫하면서 그 경계들을 참아냈다. 내 시선이 참으로 부담스러웠겠지만 경청이란 명목때문에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다은이에게는 여러모로 길고 긴 법회 시간이 아니었을까.

  어느 법회 시간에 청년들에게 “황금 같은 토요일 오후 4시에 법회에 왜 오세요?”라고 솔직하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시간 법회에 오는 청년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이 있어서 던진 질문이었다. 물론 다은이도 주중에는 실험실에서 치열하게 실험을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도 “교당에 와서 법회를 보고 나면 새로운 일주일 동안 경계에 잘 대처할 수 있다.”는 말을 내게 한 적이 있다. 그 말이 순간 떠올랐다.
추천교무님께서 예전에 부교무 시절 학생법회 회원이 갑자기 늘었던 상황에 대해 말씀해주신 적이 있다. 정말 꾸준히 오는 아이들이 있었고, 순간 하나둘씩 늘다 보니 아이들의 수가 30명이 넘었다는 말씀이었다.

  언젠가 읽었던 아시아 최고의 부자 청쿵그룹의 리카싱 회장의 이야기도 떠올랐다. 그가 호텔 앞에서 차에 오르다가 바닥에 떨어진 1센트짜리 동전을 발견하고 주우려고 하자, 호텔 직원이 나와서 대신 주워 주었고, 리카싱 회장은 그 대가로 10달러를 팁으로 주었다는 일화다. 단 1센트라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의 가치가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마찬가지로 나는 오늘 다은이를 통해 ‘한 사람이 가장 큰 보배’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법회를 마치고 다은이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했다. 나도 웃고 다은이도 웃었다. 소수의 인원은 그것만의 힘을 가지고 있기에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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