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your heart”
글. 고준영

  어릴 적 나는 총부를 놀이터 삼아 놀았던 터라 만나는 교무님들과 원불교학과 학생들은 늘 ‘커서 교무님이 되라.’고 했다. 꼬마에게 그저 장난처럼 해본 말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말을 들으며 자란 나는 ‘교무’가 정확히 뭔지 몰랐음에도 나름 미래를 꿈꾸며 서원을 세웠다. 그 바탕에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스승님이 계셨다.
  그러나 막상 고등학생 때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나니 선뜻 결정할 수 없었다. 장래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던 터라 확실한 목표도 없이 입시를 위한 공부를 하며 막연한 불안과 초조함으로 보이지 않는 미래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강사가 “Follow your heart.”라는 글귀를 알려주었다.  심장(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라는 의미다. 그 날부터 이 글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밤마다 질문을 던졌다. ‘Follow your heart.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뭘까?’
답은 하나였다. 내 심장은 ‘교무’라는 미래에만 반응했다. 하지만 성직에 대한 막막함이 가득했다. 주위의 반대와 걱정들은 ‘심장의 이야기는 어릴 적 약속들의 기억일 뿐’이라고, ‘나는 세뇌당한 건지도 모른다.’며 마음의 소리를 의심하게 했다.

  내 마음을 확신하지 못할 때, 한 좋은 시(詩)를 만났다. 그 시는 말했다. ‘너에게는 너만이 알고 있는, 네가 살아야 할 단 하나의 삶이 있다. 주위의 잘못된 충고와 불안, 외로움과 만나도 앞으로 나아가라. 언젠가 구름이 걷히고 별이 빛나게 될 것이다.’ 마치 나를 위해 쓰인 것만 같았던 그 시는 이 길에 대한 용기와 확신을 주었다. 주위 반대도 어쩔 수 없다. 이 길은 내 눈에만 보이는 나만의 길이고, 나를 일깨우는 그 목소리가 다른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기에.

  어느 날 스승님께서 편찮으시어 찾아뵈었다. 교복을 입고 옆에 앉은 나에게 “네가 올 것(출가)을 알고 있다.”고 하셨다. 나는 마음을 확실히 정했다. 좋은 성적으로 오라는 스승님의 말씀에 끝까지 학업도 놓지 않았다. 그렇게 고교를 마치고 바로 출가를 했고, 이제는 5년 차 보좌교무가 되었다.
  되돌아보니, 어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스스로 신기한 일이다. 한편으로 그것은 나의 힘이나 생각이 아니라 진리와 스승님의 ‘은혜로운 몰이’였다는 느낌이 든다. 그 문구와 시가 마음에 새겨지고, 출가의 꿈을 놓지 않았던 것 말이다.
출가하면 모든 고민이 사라지고 오직 한 길로 가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출가 후에도 어려운 선택의 순간들은 수없이 찾아온다. 그때마다 ‘제발 누군가 정답을 알려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대종사님께서 꿈에라도 “준영아, 이렇게 해라.”라고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지난 중앙교의회 총회 때 종법사님의 법문 중에 ‘신심 공심 공부심 그리고 교화’라는 말씀은 고민과 회의감을 녹이고 초심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나를 위한’ 출가였지만, 공(公)을 위하는 것이 곧 나를 위함이다. 희생이 아닌 대승행이며,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자신의 힘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서원을 세우고 출가의 길을 걸어감에는 진리의 인도와 대종사님, 스승님들, 수많은 교도님들의 염원이 가득 담겨있다. 출가를 하여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출가를 했기에 이 세상이 나를 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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